"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가 같이 오던 데가 사라졌잖아."
전 남자친구와 전전 남자친구를 한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이 일상에 벌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KBS '드라마 스페셜 2020-연애의 흔적'(연출 유영은) 전 남자친구와 전전 남자친구가 한 사무실에 모인 후 주인공 이주영(이유영 분)이 그 사이 남아있는 감정들을 짚어가는 현실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이주영(이유영 분)은 건축사무소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사내 커플을 하다 헤어진 박 과장(홍인 분)과 함께 회사를 다니며 불편한 상황을 감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전전 남자친구인 정지섭(이상엽 분)이 등장한다. 그는 등장에 그는 당황한다. 그들은 사무실 밖으로 나와 관계 정리를 한다. 티를 내지 않으라고 당부하는 이주영은 그에게 시종일관 싸늘한 태도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영은 회식 자리에서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자 갑자기 술에 취한 박 과장이 "프로포즈 했는데 왜 자신을 깠냐"며 폭탄 발언을 던진다. 하지만 이주영은 이에 기죽지 않고 단단하게 받아친다. "우리가 죽고 못 사는 연애라도 했나. 나이 때문에 결혼하자면 제가 해야 돼요?"라고 외친다.
급하게 회식 자리는 마무리되고 테이블에 이주영과 정지섭만 남게 된다. 그는 위로해보려 하지만 결국 이주영은 자리를 떠나버린다. 정지섭은 남은 채로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게 하네"라고 쓸쓸하게 읇조린다.
전 남자친구와 전전 남자친구가 한 사무실에 모인 기이한 이야기는 사실 전혀 기이하지 않다. 벌어지기 힘든 우연의 일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연인들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주영과 정지섭은 극중에서 그들이 행복했던 한때를 떠올린다. 5년을 만난 그들은 사이가 좋았지만 결국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충돌로 점차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결혼을 원했던 이주영과 계속 기다려 달라고 말하던 정지섭은 서로에 대한 마음과 상관 없이 현실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결국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이주영은 그들이 자주 가던 카페를 찾았지만 카페는 폐업한 상태였다. 정지섭은 딴 곳을 찾아 들어가려고 했고 이주영은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가 같이 오던 데가 사라졌잖아"라고 외친다.
이를 보고 정지섭은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문 닫은 데를 어쩌겠어"라고 말한다. 이주영에게 그의 모습은 마치 "이미 우리의 사랑과 추억은 없어졌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이 들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주영은 결국 그에게 커플 반지를 돌려주며 헤어짐을 말한다.
"네가 기다려 달란 그 시간 동안 나는 주인도 없이 버려진 개 같았어."
서로에게 누구보다도 가깝지만 누구보다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는 연인들의 현실적인 고독, 그 곳에서 빚어진 그들의 오해와 이야기들은 우리의 연애와 매우 닮아 있다. 우리에게도 지극히 익숙하고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작품은 지금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은 그 모든 반짝이는 순간들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로, 그저 흔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그러니 현재 당신의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마음껏 사랑하라고.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KBS '드라마 스페셜 2020-연애의 흔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