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세상이 드디어 멸망이라도 하려나 보죠."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조차 괴로운 인물들에게 그들의 세상을 더욱 어둡게 만들 재앙이 찾아왔다. 그들은 함께 재앙을 마주하고 용기 있게 헤쳐나가며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을까.
'스위트홈'(연출 이응복)은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기이한 사태에 맞서 그린홈의 입주민들이 힘을 모아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에서는 첫 회부터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인 차현수(송강 분)는 부모님을 잃고 실의에 빠져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갓 입주한 그린홈의 옥상에서 자신이 죽을지 말지를 고민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캘린더에 자신이 목숨을 버릴 날을 정해놓을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옥상에서 그는 우연히 이연유(고민시 분)를 만나게 된다. 그는 시니컬하게 차현수를 바라보며 "여기서 죽어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딴 데 찾아봐"라고 말한다. 그 또한 다리 부상으로 인해 무용을 그만두게 된 뒤 꿈을 잃은 인물이다.
시니컬한 이연유의 관심을 끄는 유일한 인물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주민 편상욱(이재욱 분)이다. 그는 집에 돌아와 태연하게 사람 몸 위에 의자를 깔고 앉아 TV를 보며 라면을 먹을 정도로 잔인한 면모를 보인다.
계단을 지나치던 이연유는 편상욱에게 다가간다. 그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질문은 학교에서나 해"라고 이은유의 말을 자른다. 그러자 이은유는 "잘렸는데. 학교에 불 질러서"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는 동네. 그런 '그린홈'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갑자기 코피를 흘리기 시작한 후 괴물로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한밤 중에 찾아왔다. 차현수의 옆방 여자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차현수의 방문 앞에 찾아와 "저기요 안 계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한다. 겁에 질린 차현수는 문을 열어주는 것 대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지만 핸드폰 또한 먹통이 된다. 하지만 여자는 "같이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차현수는 문득 든 의심에 "팔 좀 보여달라"고 여자에게 묻는다. 그 순간 여자는 정색을 하며 갑자기 기이한 괴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스위트홈'은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맞이한 인간들의 태도를 통해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보여준다. 좀비물, 대형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듯, 생존이라는 유일한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각 인물들은 다양한 태도를 취한다. 그중에는 몸을 던져 사람들을 구하는 소방관 서이경(이시영 분)이나 이은혁(이도현 분)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시켜서라도 타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 반해 자신의 이기심에 삼켜진 이들도 다수 등장한다. 경비 아저씨가 침대를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을 말하며 하대하는 입주민들, 그리고 애써 자신을 희생하려고 했던 서이경에게 "우리가 1년에 내는 세금이 얼만데 처리를 못하냐"며 소방공무원을 무례하게 지적하는 이들까지, 자신들의 이기심에 빠져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이들은 인간들 속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이기심을 드러낸다.
인간의 욕망, 생존하고자 하는 치열한 집착의 감정들이 모인 동네 그린홈에서 이미 절망으로 물들여진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이 담긴 '스위트홈'은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선택을 다시 되돌아 보게 만든다. 벼랑 끝에 몰린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그려나가야 할 것인지, 말 그대로 "죽어버리거나, 괴물로 살아가거나" 둘 중에 어떤 선택지를 택해야 할지 말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