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인사이트'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1.5℃, 마지막 임계선이 무너졌다. 2024년은 산업혁명 이래 가장 뜨거운 해였으며, 기후 재앙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시대를 넘어 지구 가열화의 시대. 인간이 자초한 멸종의 신호, 성난 물과 불이 만들어내는 재앙은 세계 곳곳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KBS 다큐 인사이트 <기후 위기 인간>은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며 적도 지역의 작은 섬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필리핀의 작은 섬, 바타산. 이곳의 아침 풍경은 여느 곳과는 사뭇 다르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여벌의 옷을 챙겨야 하는 소년, 제이크. 제이크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헤치며 학교로 향한다. 바타산 섬의 등굣길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만조가 되면 마을이 물에 잠기고, 심지어 수업 중인 교실 안까지 물이 차오른다. 아이들에게 유일한 피난처이자, 차오르는 바닷물 속에서도 수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책상 위로 올라가는 것뿐이다.
■ 생존을 위한 10km 여정, 인도 라자스탄
인도 라자스탄의 한 마을은 섭씨 50℃에 육박하는 폭염과 끝없이 이어지는 가뭄 속에서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한때, 풍요로웠던 마을의 우물은 오래전부터 메말라 버렸고, 400명 남짓한 마을 사람들의 생존은 작은 우물 하나에 달려있다. 마을 소녀들에게 학교 대신 뜨거운 모래 위를 걸으며 물을 구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라는 말처럼 이들의 시간표는 공부가 아닌 생존을 위한 여정으로 채워져 있다. 교육받을 권리마저 포기한 채 물을 찾아 나서야 하는 소녀들의 꿈은 메마른 대지와 함께 말라가고 있다. 가축까지 목말라 죽어가는 땅, 라자스탄은 지금 생존의 전쟁터이다.
KBS '다큐 인사이트'
알래스카의 빙하가 매년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수천 년간 얼어붙어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다. 특히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약 25배 더 강력한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고 있다. 땅이 녹으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수만 년 전의 미생물들이 깨어나고, 미지의 세균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류가 한 번도 맞닥뜨린 적 없는 위험은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 알래스카는 지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수만 년의 시간이 응축된 얼음이 바다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는, 마치 지구의 마지막 경고처럼 울려 퍼진다.
카이스트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메타어스(Meta-Earth)’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위기가 만들어낼 지구의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하고자 한다. 스위스의 산사태, 한국의 폭염까지 현재 벌어지는 모든 재앙은 이미 데이터 속에 예견되어 있었다. 메타어스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래 예측을 넘어, 기후 재난의 배경이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을 뒤덮었던 초대형 산불 역시 기후적 배경에 지구온난화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 이와 같은 대형 산불이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지구의 마지막 경고를 듣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다큐 인사이트 <기후 위기 인간 - 1부 성난 물과 불>은 2025년 9월 25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사진=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