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깊은 향의 새우젓, 고소한 참기름, 시원한 육수를 책임지는 멸치까지. 한국 밥상에는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작은 거인’들이 있다. 작지만 강하고, 조연 같지만 빠지면 허전한 특별한 재료들이다. 딱 한 꼬집으로도 마법처럼 우리 입에 익숙한 맛을 완성해 주는 밥상 위의 작은 거인들을 찾아 미식 여행을 떠나 보자.
보령 오천항에서 뱃길로 4시간 남짓 달려간 곳. 올해로 44년 차 멸치잡이 어부인 박대철(67세)씨는 아들과 함께 벌써 한 달 넘게 배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잡는 건 멸치 중에서도 가장 작지만 가장 비싼 ‘세멸’이다. 멸치 중 크기가 가장 큰 대멸을 훈연해 비린 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끌어 올린 육수에 곰삭은 김치를 넣고 끓이면, 금방 맛 좋은 밥도둑 멸치김치찜이 완성된다. 어머니 요리 솜씨를 빼닮은 동생 성은 씨가 준비한 멸치연근전과 멸치쌈밥도 별미다. 어릴 적부터 먹던 멸치다진양념을 넣은 멸치쌈밥은 느끼한 맛 하나 없이 매콤해 힘든 뱃일의 피로를 달래준다. 평생 멸치로 가정을 일군 부모님의 노고와,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인 가족 간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제철 멸치 밥상을 만나 보자.
한국인의 밥상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제철 수산물로 들썩이는 한 수산시장. 가을에 잡히는 껍질이 얇고 크기도 작은 젓새우로 ‘추젓’을 담는다. 젓새우와 돼지 갈빗살,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다가 새우젓 국물로 간을 하면 깔끔하고도 시원한 강화도 향토 음식 젓국갈비가 완성된다.
충청남도 보령시 주교면에서는 볕 좋은 가을 햇빛에 일주일 정도 바짝 말린 참깨를 터는 현장을 찾는다. 꿀과 설탕을 적절히 넣고 졸인 양념에 깨를 골고루 묻혀 모양을 잡은 깨강정은 다른 음식에서는 고명 역할을 하던 깨가 주인공인 음식이다.
<한국인의 밥상> '맛을 완성하다 - 밥상 위의 작은 거인들'은 25일(목) 오후 7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사진=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