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 손예진은 ‘25년 일한 제지공장’에서 실직한 남편 이병헌의 기를 살리고, 아이를 제대로 건사하고,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나름 발버둥치는 인물을 연기한다. 박찬욱 감독의 미묘한 연출을 어떻게 따라갔는지 그 연기의 비밀을 직접 들어봤다. <어쩔수가없다>는 손예진이 현빈과 공연한 <협상>이후 7년 만의 영화 출연작이다. 그 사이 둘은 부부가 되었다!
“차분한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예매량을 보니 기대가 되는데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의 반응과 리뷰가 궁금하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지인들은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중적으로 봐주실지 궁금하다.”
Q.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와 달라진 점이 있는지.
▶손예진: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에서 디벨롭이 있었다. 내가 맡은 미리 캐릭터 분량이 많아졌고,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서사가 더 강렬해졌다. 처음 볼 때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만큼 너무 평온한 가족이야기라서 의심했다. ‘왜 이런 이야기?’ 다시 <공동경비구역 JSA>로 돌아가셨나 생각되었다. 그런데 ‘역시나’였다. 모호했던 부분, 코미디 요소가 있다. 모순된, 비꼬는 듯한 블랙코미디라고 할까. 비극적 서사인데 묘하고 흥미로웠다. 남편(현빈)에게 ‘이거 한 번 봐봐’ 그랬다.”
Q.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다른 점이 느껴지던가.
▶손예진: “하나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감독님의 다크한 부분이 달라진 것 같다. 잔인하거나 찝찝하거나 그랬던 것이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극장> 느낌이 있었다. 가족의 이야기, 현실적인 가족의 이야기 같았다. 아마 제가 맡은 미리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박 감독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JSA! 잊을 수가 없어요.”
Q. 원작 소설은 읽어봤는지. 시나리오 작업에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도 참여했다. 대본에서 이경미 감독이 손 본 부분이 느껴지는지. 그리고 캐스팅 과정은 어땠는지.
▶손예진: “원작소설은 읽지 않았다. 캐스팅은 이병헌 배우 캐스팅 이야기하다가 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각본에는 몇 분이 더 참여하셨다. 부부 싸움할 때 하는 대사. ‘날 의심해’라고 말하면서 ‘예쁘니깐... 넌 잘 생겼으니깐..’하는 대사. 그건 이경미 감독님이 써셨다고 한다. 감독님 스타일이 대화하면서 대본을 써시는 모양이다. 그렇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웃긴 대사를 쓴 것 아닐까. 그러면서 색깔이 묻어나온 것 같다.”
손예진
Q. 이번 작품이 손예진 배우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손예진: “오랜만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님이랑 같이 작업하고 싶었었다. 베니스영화제도 처음 가봤고. 제 인생에서 하나의 챕터를 끝내고, 두 번째 챕터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현장에서 병헌 선배와 감독님이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자극이 되었다. 긍정의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Q. 박찬욱 감독의 연출 방식은 어땠는지.
▶손예진: “대사 하나하나를 허투루 듣지 않는다. ‘감정이 밝았으면..’, ‘덤덤한 투로...’, ‘좀 딥했으면...’, ‘슬펐으면...’ ‘호흡이 빨랐으면’, ‘이랬다면...’ 식으로 대사 하나하나를 잡는다. 처음엔 당황했다. 내가 준비해간 것이 있으니. ‘어미를 내려주세요’하면 갑자기 그렇게 안 된다. 감독님 지시대로 하면 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단해 졌다. NG나고, 다시 하고, 또 다시 가고. 그런 디테일이 맞는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긴장이 되니 패닉이 온다. 첫 촬영이 그랬다. 하면서 재밌었다. 내가 준비한 것에 더해 ‘좀 더 진절머리 나게 흔들면서 해봐’ 그렇게 하다 보니 더 자연스럽고 좋은 연기가 나오는 순간이 있었다.” (첫 촬영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영화 초반에 장어 굽는 장면을. 여름에 찍었다. ‘당신 좋아하는, 이 비싼 장어를...’ 대사. 나는 ‘장어’가 비싼 것이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장어'를 크게 말하지 마’라고 하는 거였다.식은땀이 나더라. 말투라는 게 있데. 나도 모르게 강조하는 게 있다.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재밌었다.”
Q. 손예진 배우가 생각하는 연기가 맞는다고 생각했다면?
▶손예진: “음. 주장은 못했다. 다들 감독님 따르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부부싸움 하는 장면이었다. ‘너 나를 못 믿어? 우린 전쟁이야. 신뢰, 신의가 있어야 해’라고 말하면 나는 ‘그럼 너는 온실에서, 면접 본다고 3천 킬로미터를...’하며 쏘아붙이는 장면이다. 나는 더 쏘아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렇게 하면 뒤에 탁탁 박힌다고. 소곤대는 식으로 작게 말하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도 제가 한 게 나았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그럼 나중에 블루레이 작업할 때 써보겠다고 누가 맞는지 보자고 하시더라.”
'어쩔수가없다'
Q. 미리 캐릭터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동호아버지를 대할 때.
▶손예진: “그 부분은 아이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엄마로서 하게 되는, 미리의 방법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남편이 땅에 뭘 파묻을 때 동조한다. 미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만수의 선택과는 다른,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엄마이지 않을까.”
Q. 실제 손예진은 엄마로서 어떤가.
▶손예진: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인 것 같다. 장난감 다 사 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는 아니지만, 이 시기에, 이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올바르게 키우는지 신경을 쓴다. 건강하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잘 키우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Q. 이병헌 배우와 연기를 해보니.
▶손예진: “이병헌 선배는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잖아요. 그래서 궁금했다. 어떤 식으로 감정을 잡고, 자기 연기를 펼치는지. 그런데 보니 진짜.. 아무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집중하는 것이 어떤 생각으로 끌어내는지가 보이는데, 예측이 안 될 정도로 툭툭 하는 것이다. 왜 우리가 운동을 할 때에 힘을 빼라고 말한다. 탁구, 테니스, 골프를 할 때. 연기를 할 때 긴장도면 몸이 굳어진다. 내가 어떤 연기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 행동만을 생각하게 된다. 선배도 집중을 하겠지만 너무 릴렉스한 상태에서 그런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대단하다. 박찬욱 감독의 그 수많은 디렉션 속에서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게 대단했다.”
Q. ‘극중 남편’은 오래 일한 직장에서 실직한다. 연기자의 경우는 그런 좌절감을 언제 느끼는지.
▶손예진: “연기자의 일이란 것은 항상 조심하며 살아야한다. 도덕적으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 바로 그 다음날 실직이다. 일이란 것이 나만 열심히 한다고 끝까지 할 수 있겠는가. 현대 사회에서는 만수처럼 구조조정 되기도 한다. 우리 일도 마찬가지이다. 20년 이상 이 일을 하면서 몸에 밴 모양이다.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고. 어디 가서 쓰레기 버리지 말아야지. 쓰레기 있으면 하나라도 주워야지. 그런 도덕적 생각을 갖고 산다.”
Q. 영화로 다시 보는 게 7년이나 걸린 이유가 있는지.
▶손예진: “이게 7년만이라니 저도 놀랐다. 물론 그 사이에 시나리오가 들어왔겠죠. 그동안 OTT쪽이 커지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다 보니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 가다. 지금 생각해보니 영화가 너무 없었던 것 같다. 7년 만에 했다는 걸 더 실감하게 된다. 지금 OTT를 찍는다 하나는 다 찍었고, 하나는 찍을 예정이다. 옛날만큼 영화를 많이 못 찍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손예진
Q. 영화로 복귀하는 두려움은 없었는지.
▶손예진: "언제 영화로 복귀해야할 까 고민을 하기는 했다. 아이가 있으면 예전만큼 시간 여유가 없다보니. 몇 년 만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하고, 몸의 준비도 해야 한다. 3년 정도 육아해야지 생각했었는데 좀 앞당겨진 셈이다. 그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 게 최고의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스타트하기에는 말이다.“
Q.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지
▶손예진: ”이제는 깊이나 밀도의 차이인 것 같다. 장르로 치면 호러, 스릴러, 시켜만 주면 액션도 할 것이다. 일과 육아가 제 머리 속에 있다 보니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모성’이란 게 관심이 갔다. <비밀이 없다>에서 다른 모성을 보여주기는 했다.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더> 같은 모성일 수도 있고, 대중적인 무조적인 모성의 모습도 다.“
Q. 결혼 후 연기에 대한 달라진 것은.
▶손예진: ”연기를 대하는 자세, 태도가 달라진 것은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 연기도 한 부분일 것이다. 지금 여유로워진 것이 있다. 감사함도 있고. 같은 맥락으로 현장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일상을 바라보는 소중할 것이 와 닿는다.“
Q. 24일 개봉한다. 관객에게 한 말씀.
▶손예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안 보이던 게 보이더라. 4번 봤는데 곳곳에 숨어있는 것이 있더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로는 직관적인 영화지만 그래도 그런 것이 있다. 약간 포커스 아웃 되었을 때의 얼굴이 보인다. 보이는 것 이면에 소소한 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영화이다.“
손예진과 함께 이병헌,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이 출연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오늘(2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CJ EN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