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학년 2학기' 시사회 현장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과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차지한 이란희 감독의 영화 <3학년 2학기>가 20일 오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3학년 2학기>는 불안정한 미래와 일터에서 작은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열아홉 살 사회 초년생들의 처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단짠단짠 성장 드라마다. 첫 장편영화 <휴가>를 비롯한 다수의 단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된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이란희 감독의 신작이다.
작품의 구상에 관한 첫 질문에 이란희 감독은 "첫 장편영화 <휴가>에 공장에 실습 온 고3 학생을 짧게 등장시켰는데, 그 계기로 산재로 유명을 달리한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두 번째 장편영화는 현장 실습생 이야기를 해야지 생각했다"고 오랜 세월 축적된 집필 배경을 밝혔다. 더불어 “산재로 인한 사망 사건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살아가며 노동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우리가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지금 현장실습을 통해 일을 한다거나 라이더(배달 노동자)를 하고 있다거나, 청소년기에 노동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담을 수 있었다”며 작품 연출에서 중점을 둔 방향성을 전했다.
영화 '3학년 2학기' 시사회 현장
배역 준비 과정에 관해 양지운 배우는 “실습생분들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에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 직접 직업계고(학교)에도 가봤고, 실습생분들이랑도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쉽게 담기면 안 되는 이야기다 보니까”라며 진지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김성국 배우는 “실제로 특성화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현장실습생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부분은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내가 했던 일은 고3 때 편의점 납품 공장에서 냉동·냉장 관련 일이었고 극중에서 하는 일은 달라서 새롭게 배웠다”며 작품과 관련된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유이하 배우는 “영화 안에서 친구 5인방이 나오니까, 친구들이랑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다. 캐릭터 적으로는 창우가 안타깝지만 불쌍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감독님이 주신 디렉션에 맞춰 연기를 했다”며 자연스러웠던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와 주인공 ‘창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유명조 배우는
“수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형’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다. 뭐든지 잘할 것 같은, 가만히 있어도 존경스러운 형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감독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에 그 모티브가 될 만한 인물이 정확히 있었고, 그분을 생각하며 준비를 했다”며 작품을 준비하며 도움받은 책에 감사를 전했다.
강진아 배우는 “나오는 사람들이 각자 노동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서 자기들만의 소리를 품고 있다는 게 정말 의연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 영화에 어떤 역할이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완성된 영화를 정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란희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인물들을 특별히 악하거나 선한, 선과 악이 대치되는 구도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적대자 캐릭터라든지, 관문 수호자 캐릭터라든지 그룹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애쓰며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캐릭터 구상에 중점을 두었던 점을 밝혔다.
영화 '3학년 2학기' 시사회 현장
신예 배우들 캐스팅 과정에 대해 묻자 이란희 감독은 “나와 작업하는 배우들이 다른 작품을 하지 않고, 그 기간에 이 작품만 하는 게 정말 좋다. 또 찾아보면 꽤 괜찮은 배우들이 많다는 확신이 있다. 예를 들어 양지운 배우는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 예선에서 탈락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걸 보고 캐스팅했다”며 신예 배우들과의 작업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이란희 감독은 “창우가 성민을 만나러 전철을 타고 가는 장면에, 여고생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직업계고 이야기를 남학생들만의 이야기로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 직업계고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연출적인 욕심으로 그 장면을 넣었다”며 해당 장면의 숨은 의도를 밝혔다. 실제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어떤 식으로 권하면 좋을지에 관해 묻자 이란희 감독은 “산업재해는 단순히 기계에 끼이거나, 추락하거나, 유해 물질에 중독돼서 죽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반 사무직에서도 과로로 죽거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 질환을 겪다가 자살하는 등 여러 가지 경로의 산업재해가 있다. 덧붙여서 일반고 학생들도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해도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연구직이든 위험이 도사리는 노동 현장에 나선다는 점은 같다. 이런 점을 넓게 읽어 주셨으면 한다”며 작품의 확장 가능성을 전했다.
영화 '3학년 2학기' 시사회 현장
마지막으로 이란희 감독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디폴트 값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노동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 수능 때 ‘한편, 고졸 취업률’, ‘한편 고졸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한편 수능 치르는 동안 현장 실습생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같은 뉴스가 나왔으면 한다. 이 영화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마무리 소회를 전했다.
세상의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전하는, 열아홉 청춘들의 단짠단짠 성장 드라마 <3학년 2학기>는 오는 9월 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작업장 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