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찬 서울시 복지정책과장
대한민국이 광복을 맞은 지 올해로 80주년이 되었다. 다사다난한 우리의 역사에 커다란 변곡점이 된 순간이다. 아시아의 작은 변방에서 이제는 거대한 세계의 강고한 한 축이 되었다. 국민의 힘으로 다시 찾은 법치민주주의의 기쁨과 최근 일어난 폭우피해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이날을 기리는 축하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도 광복80주년을 맞아 성대하고, 의미 있는 축하행사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지난 9일(토)부터 광복절인 오늘(15일)까지 ‘광복주간’으로 설정하고 광복의 기쁨을 시민과 함께 한다. 민주의 함성이 울려 퍼지던 서울광장이 시민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을 비롯하여 서울도서관 앞에는 안중근의 단지동맹 순간을 모티브로 한 ‘혈서 태극기’들이 나부끼는 태극기 언덕이 조성되었다. 광복절 전날(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 등 일반 시민 400여 명이 참석한 경축회 행사도 열렸다. 경축회 행사가 끝난 뒤 서울시청 4층, 이번 행사를 준비한 서울시 복지실의 김홍찬 복지정책과장을 만나 ‘광복 80주년의 의미’와 서울시민의 기쁨을 되새겨보았다.
정부 차원에서 보훈처가 하던 행사에 익숙한 데 서울시가 이런 행사를 주관한 이유가 있는지. “원래 지자체마다 광복절에는 공식 경축식 행사를 해오고 있다. 올해는 대통령 국민임명식이 진행되는 관계로 하루 당겨 진행한 것이다. 공식행사인 보신각 타종행사는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 분들도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것이다.”
경축식의 하이라이트는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태극기’를 전해 주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이렇게 나서서 해외독립운동가 후손, 유족들을 찾고, 기리는 것이 특별해 보인다. “이번엔 11분의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서울을 찾았다. 오세훈 시장이 작년 중국 충칭을 방문했었다. 대한민국 마지막 임시정부 연화지 청사에서 후손들을 만났을 때 고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광복 80주년이 되는 올해 서울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국가보훈부에서도 그런 행사를 진행한다. 미주 후손들을 초청한 것으로 안다. 경기도에서도 중앙아시아의 후손들을 찾는다. 정부든, 지자체든 그분들을 잊지 않고 기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을 찾은 ‘해외독립운동가 후손’들은 1주일동안 모국에 머물면서 현충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도산 안창호기념관 등을 찾았다. 서울시 경축행사에 참석하여 시민들의 박수 세례 속에 뜻깊은 태극기도 전달받고, 15일 저녁에 열리는 콘서트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에 오신 분들이 이미 연로하신 분들이다. 서울에 와서는 DDP와 롯데타워도 가보셨다. 가족들과 오셔서 서울을 느끼셨을 것으로 믿는다.”
서울광장이 태극 바람개비로 뒤덮었다. 해방이후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첫 열차인 ‘해방자호’로 구성한 광복열차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서울시청,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작년 10월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80명의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았다.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생각했다. 공식행사 말고도 전시와 체험, 참여형 이벤트 등 다양하게 구성했다. 볼거리도 많다. 태극기를 저렇게 활용하니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바람 부는 언덕을 조성했는데 이미 젊은이, 외국인이 사진을 찍는 핫스팟이 되었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기념콘서트도 즐기시기 바란다.”
오늘(15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광복80주년 서울시 기념 콘서트’는 방송인 신동엽의 사회로 소프라노 조수미와 김연자, 홍지민, god, 김범수, 다이나믹 듀오, 윤하, 영탁, 잔나비, 이영지, 라포엠 등이 출연한다. 이 콘서트는 KBS 2TV로 생중계된다.
김 과장은 “콘서트에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서울시 직원들뿐만 아니라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 경찰지원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항일 여성운동가 '두군혜 선생' 부부의 손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두영무
이번에 서울을 방문한 독립유공자 후손은 2세대인 △ 김좌진 장군과 함께 활동하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요인 암살 등을 도모한 '이달 선생'의 장녀 이소심씨 △김구 선생의 주치의였던 '유진동 선생'의 아들 유수동씨 △임시정부 판공실 비서였던 '김동진 선생'의 딸 김연령씨와 3세대 후손인 '유기석 선생'의 손자 유화씨, 홍범도 장군과 함께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최진동(최명록) 장군'의 외증손자 이정희씨와 독립운동가 '김성숙 선생'과 항일 여성운동가 '두군혜 선생' 부부의 손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두영무씨이다. 이 외에도 △김규식 선생 증손자 김령필씨 △김복형 선생의 손자 김광릉 씨 △김은충 선생 외손자녀 정해 씨 △안치삼 선생의 손자 안성진 씨 △이동화 선생의 외손자 곽소혜 씨 등이다.
안중근과 11인의 동지들이 혈서로 남긴 단지동맹 태극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태극기’가 중국의 해외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전달되었다. 이 태극기는 충칭의 임시정부청사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김 과장은 “보훈의 역할은 국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을 기리는 업무는 모든 지자체가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에도 보훈팀이 따로 있다. 광복, 한국전쟁, 월남전, 419, 광주민중화운동 등 꼼꼼히 챙기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국가가 챙기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서울시가 더 챙기려고 한다. 그분들을 최대한 예우하려는 것이다. 그분들은 이미 다 고령이시다. 참전용사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분들을 챙길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그동안이라도 최대한 예우해야한다. 그동안 제대로 못 챙겨 드린 것이 송구할 뿐이다.”
서울시가 챙긴다는 ‘독립운동가’의 기준은 어디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김 과장은 “기준시점이 있다. 1958년의 서울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유지된 서울의 경계이다. 서울에서 출생했거나 본적을 둔 분들이다. 독립유공자 발굴연구에 독보적 성과를 이룬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 이태룡 박사님의 연구를 중심으로 후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잘 아실 것이다.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요절하시거나, 결혼을 못 하신 분이 많다. 그분들을 찾아, 지자체가 챙기는 것이다. 물론, 보훈처도 그런 일을 한다. 독립유공자는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한다. 역사적으로 이후 행동까지 검증해야하니까.”
“서울시 복지실에서는 재난으로 이재민이 발생하면 재해 구호업무도 맡고 있다. 광복절에, 호우피해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며 “보훈대상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그분들이 그 진심을 느껴주실 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부가 나서든, 광복회가 나서든, 지자체가 나서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것은 대한국민 국민의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그렇게 쏟아지던 비도 멎었다. 광복 80주년, 대한민국이 다시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