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트
7일(목) 오후 10시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재난기획 : 2부 화염과 생존 – 푸른 숲의 역설'이 방송된다.
2025년 봄, 대한민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를 경험했다. 경북 내륙에서 시작된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바닷가 마을까지 번지며, 일주일간 서울 면적의 1.5배를 뛰어넘는 십만여 헥타르(ha)를 불태웠다. 이례적인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의 배경에는 기후 요인 외에도 지형, 강풍, 건조한 지표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원인은 숲에 장기간 축적된 낙엽, 나뭇가지 등의 연료 물질이다. 화재 위험을 높이는 조건들이 겹치면서, 단 하나의 불씨가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구조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산불이 보여준 대형화의 구조적 원인은 단순히 기상이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산림 내부에는 수십 년간 방치된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의 연료 물질이 축적돼 있었고, 이것이 낮은 습도와 결합해 작은 불씨 하나가 곧바로 초대형 화재로 번지는 조건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리건주립대학교의 정우담 교수는 이런 구조를 ‘산불 패러독스’라고 칭하였는데, 불을 막아온 결과 오히려 숲속에 연료가 쌓여 더 큰 화재를 부른다는 모순이다.
■ 불이 나기 전에 연료 먼저 관리한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기존의 통제 위주 산불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연료 제거’ 중심의 사전 대응 전략으로 전환이 이루어져 왔다. 캘리포니아주의 샤스타-트리니티 국유림에서는 ‘처방화입(Prescribed Burn)’이 정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기상 조건을 고려해 산림 일부를 낮은 강도의 불로 태워, 대형 산불의 연료가 될 수 있는 하층 식생과 잡목을 사전에 제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처방화입과 함께 간벌(fuel thinning)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리건주의 프레몬트-위네마 국유림에서는 나무의 높이와 밀집도 등을 고려해 일정량의 수목을 솎아내는 방식으로, 숲의 연료 밀도를 낮추고 있다. 이러한 간벌 작업과 처방화입을 함께 적용했을 경우 산불 확산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2021년 발생한 푸에고 산불에서는 처방화입과 간벌 작업이 병행된 지역에서 불길이 지표화에 머물며,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산불의 시대, 준비는 되어 있는가
2025년 3월 영남 지역 산불은 단순한 기상이변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상 기후, 연료 물질의 축적, 대응 체계의 한계 등 구조적 요인들이 맞물리며 초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산불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빠르게 확산되며, 피해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산불의 양상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이 변화에 대응할 체계는 과연 충분히 갖춰져 있는가.
다큐 인사이트 <재난기획 : 2부 화염과 생존 – 푸른 숲의 역설>은 2025년 8월 7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