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어김없이 날은 밝고, 여전히 난 이 세계에 존재한 채로 출근도 해야 한다"
지난 11월 21일 동명의 베스트셀러 '일의 기쁨과 슬픔'을 원작으로 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0-일의 기쁨과 슬픔'이 방영됐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 소설가의 베스트셀러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원작으로 삼았다. 연출을 맡은 최상열 PD는 소설을 한국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밝혔다.
“굉장히 유명하고 있기 있던 작품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었다. 원작 팬들이 보기에 원작을 망쳤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원작자도, 각색한 작가도, 나도 속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바꾸는 작업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안나라는 주인공의 관찰기 위주로 되어있고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고 대화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소소하고 위트 있는 사건들 위주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1인칭 시점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는 배우 고원희를 안나 역으로, 배우 오민석을 데이빗 역으로 캐스팅했다. 그들을 캐스팅한 핵심 계기에 대해 “안나의 역할로는 정극과 코미디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기에 고원희 배우가 잘 어울렸다. 오민석 배우의 경우에는 전작을 함께 했었고 그때 워낙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원작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이 들었고, 유일하게 생각이 났던 배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거북이알 역의 강말금에 대해서는 “강말금 배우가 참여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고 좋아서 캐스팅했다. 거북이알 역 같은 경우에는 얼굴이 덜 알려진 배우였으면 했다. 실제 직장인 같은 모습, 일상에서 어디서 봤을 것 같은 모습을 한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계기를 밝혔다.
그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배우들이 요구사항을 잘 들어줬다. 이야기가 조각나 있어서 촬영 순서 역시 조각냈다. 어느 부분을 찍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배우들은 군말 없이 따라줬다. 내가 의사소통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그걸 잘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이 사람들 아니었으면,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 캐릭터를 소화해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너무 잘해줬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최 PD는 “연출자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망가질 수 밖에 없는 직업이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켜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의 성격상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도 않다. 극중에서 거북이알이 '아름다운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해요'라는 대사를 하지만 나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이 직장인들의 마음에 가닿기까지, 그 뒤에는 최상열 PD 이외에도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첫 번째로 최 PD는 현실적인 직장인을 연기한 배우 김보정과 김은수를 떠올렸다.
"김보정 배우와 김은수 배우는 전작에서 만났다. 어떤 연기를 하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때도 회사원으로 출연했다. 애드리브나 디테일 같은 것들을 준비해왔다. 자연스럽게 소화를 해내고, 현장에서 굉장히 잘 받아주고, 잘 알고 있었던 배우들이기 때문에 믿음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과 함께해준 최자원 각색가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남겼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많이 고쳐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이 크게 불평하지 않으셨다. 원작을 각색하는 작업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작가가 빛날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다. 각색자에게는 그보다는 덜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함께 오래 고쳐나가며 만들어준 것이 항상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드라마 스페셜 2020’ 제작발표회 제공, ‘일의 기쁨과 슬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