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이 시즌3을 공개하며 대장정의 막을 ‘일단’ 내렸다. 성기훈(이정재)은 다시 한 번 죽음의 게임에 참여했고,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군상을 만난다. 늙은 엄마(강애심)와 아들, 젊은 엄마(조유리)와 아기도 만난다. 그 과정에서 프론트맨(이병헌)이 그 사악한 게임에 휩쓸린 과거도 보게 된다. 마지막엔 한국의 섬을 떠나, 미국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글로벌 게임의 가능성도 목도하게 된다. ‘창작의 고통’으로 이를 열 개 이상 잃었다는 황동혁 감독을 만나 <오징어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오징어게임’의 긴 여정이 막을 내린다. 소감부터.
▶황동혁 감독: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 언제 또 이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떠나보내려니 섭섭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양가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Q. 처음엔 해피엔딩을 생각 했었다는데, 이런 결말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황동혁 감독: “시즌2,3을 할 때 막연하게 생각한 것은 기훈이 다시 게임에 뛰어들어, 최종적으로 이기는 것이었다.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집필하면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시즌1을 만들 때보다 더 안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한국은 불황이고, 전 세계가 어렵다. 기후재앙은 현실이 되어가고, 정치혼란은 가중되고, 전쟁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암울한 미래이다. 젊은 세대는 진작에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딸을 보러가는 해피엔딩보다는 종착지에 이른 기성세대 기훈(이정재)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러주기 위해 희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황동혁 감독
Q. 그럼 마지막에 미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이야기는 확장될 수 있는 방식인데, 넷플릭스와 논의를 한 것인지.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처음 구상할 때, 기훈이 살아서 게임을 마치는 경우(‘해피엔딩’)에도 그런 장면은 생각했었다. 게임이 여기에서 멈춘다고 해도, 한국의 게임장이 없어진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기훈의 희생으로 게임이 끝나고 프론트맨(이정재)이 미국으로 가는데 그조차 몰랐던 게임이 그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이런 위험한 게임에 준희(조유리) 캐릭터가 나오고, 아이까지 출산한다.
▶황동혁 감독: “아이는 중후반에서 중요한 상징적인 존재이다. 게임을 막으려는 기훈의 모든 노력이 좌절한 뒤, 원죄의 피를 묻힌 그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지켜야할 것은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이는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작품을 보는 사람은 현실적이게 보여야한다. 동정녀 마리아처럼 출산할 수는 없으니까. 그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이다.” (조유리 캐스팅은?) “오디션을 많이 봤다. 독립적이고, 강하지만 어린 이미지의 캐릭터. 조유리의 눈빛에서 그런 모습을 찾았고 준희 역으로 캐스팅한 것이다.”
Q. 기훈(이정재)이 죽기 전에 하는 대사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이라고 하다가 뒷말이 끊긴다.
▶황동혁 감독: “어떤 대사가 좋을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답이 안 나오더라. 사람은 한두 마디로 정의되기 너무 어려운 존재다. 어떤 때는 너무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흉포하다고 느껴지다가도, 또 어떤 때는 모든 걸 희생한다.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그래서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우리는 이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금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욕망의 수레바퀴를 멈추고 우리 미래 세대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 더 나빠지지 않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희생해야 될 때가 오지 않았나. 기훈이 그렇게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에서 그 빈칸이 채워지길 바랐다.”
Q. 게임이 펼쳐지는 곳, 숙소 벽에 쓰인 라틴어 문구에 대해.
▶황동혁 감독: “마지막 게임 나가기 전에, 화면에 자세히 잡히지는 않지만 이스트에그처럼 남겨둔 것이 있다. ‘HODIE MIHI, CRAS TIBI’(호디에 미히, 크라스 티비)인데, 옛날 로마시대부터 묘지에 쓰인 글귀라고 한다. ‘오늘은 나지만, 내일은 너다’라는 뜻이다. 오늘은 내가 (이곳에) 시체로 들어오지만 내일은 너(이 차례가 될 것이)라고 이해했다. 마지막 게임이 펼쳐지는 곳은 공사장 같다. 낡고, 색 바랜 기둥들이 서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 세상이 그렇지 않을까. 높고 견고한 탑은 이미 무너져 내린다. 그런 세상에 남져진 우리는 약자들을 골라 탈락시키고 있다. 그렇게 이 세상과 닮아있는 게임을 설계한 것이다. 오늘은 내가 제일 약자지만, 내일은 네가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문구와 게임을 통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약자를 탈락시키는 게임을 멈추고, 공생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공사장에는 ‘안전제일’이라는 표지가 붙어있지만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으로 무리한 공사를 하다 산업재해로 희생당하는 일이 아직도 생기고 있잖은가.”
Q. 시즌3가 공개되고 나서 의견이 분분한 것은 기훈(이정재)과 대호(강하늘), 그리고 금자(강애심)와 아들 용식(양동근) 관련이다.
▶황동혁 감독: “기본적으로 기훈은 죄책감으로 자신의 잘못을 대호에게 전가, 투사시킨다. 작품을 통해 기훈을 보통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영웅이 절대 될 수 없는, 우리와 닮은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전가한다. 죄를 덮어씌우면 자신의 맘이 편해지는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가 대호를 죽인 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게임에서 살아나가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마지막에는 자기희생으로 모든 죄를 씻고 나가는 것이다.”
“금자와 용식의 이야기도 충분히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뻔한 이야기이니. 엄마가 용식을 죽였다기보다는 다른 접근이다. 배우와 이야기한 것은 자기가 낳은 아이를 끝까지 살리려고 한다. 그런데 그 아들이 자기 눈앞에서 살인자가 되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칼을 든 손을 멈추게 하기 위해 뒤에서 어깨를 찌른 것이다.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게 아들의 탈락으로 이어진다. 엄마는 그 상실감과 자책감으로 자살한다. ‘죽어라, 내 아들’식으로 연출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의외의 선택으로 뭔가를 환기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Q. 처음 <오겜>을 만들 때는 속편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속편을 만들면서 아쉬웠던 설정이 있는지.
▶황동혁 감독: “어떻게 다시 쓰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캐릭터가 많이 죽는 작품이라서. 그래도 한 명 쯤은 살릴 걸 그랬나. 인기 있는 캐릭터를 다 죽여 놔서 기댈 데가 없었다. 원래 시리즈가 이어지는 인기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 새벽이든, 상우든, 오일남이든 한 사람 살릴 것을 그랬나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황동혁 감독
Q. 새벽(정호연)이 잠깐 등장한다.
▶황동혁 감독: “시즌1에 똑같은 장면(상황)이 있다. 기훈이 마지막에 세 명이 남았을 때 상우(박해수)를 죽이려고 나이프를 들고 일어서는데 새벽이 뒤에서 기훈을 말리는 장면이 있다. ‘그러지 마.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시즌1,8화) 극한의 경쟁상황에 내몰렸지만 인간성을 살리려는 중요한 대사였다. 이번 시즌에서도 기훈이 잠든 사람 모두를 죽이려고 할 때, 그를 잡아두는 것이 새벽의 똑같은 말이다. 환청과 환상으로 등장시켰다.”
Q. ‘아기’ 캐릭터를 생각한 것은?
▶황동혁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언제쯤 넣기로 한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2006)을 아주 좋아한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아무도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한 명 태어난다. 그 아이를 지키려는 이야기이다. 그 영화에서도 아이는 미래를 상징한다. 저도 그런 장치를 넣고 싶었다.” (‘222번’은?) “번호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는데... 단순했다. 명기(333)와 준희(222)의 번호를 외기 쉽게 만들고 싶었다. 대충 몇 번대가 정해지고 그 언저리에서 가장 외기 쉬운 걸 택했다.”
Q 위하준이 연기한 황준호 캐릭터에 대해서.
▶황동혁 감독: “준호가 그 섬에 꼭 도착하게 하고 싶었다. 프론트맨이 아기를 데려나오더라도 키울 수는 없을 테니 누군가 맡길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준호가 형과 대면하게 하고 싶었다. 준호가 그 마지막 광경을 목격하게 하고 싶었다. 형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일 테니.” (너무 늦게 도착한 것 아닌가?) “준호의 활약상을 기대한 분에게는 죄송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스핀오프가 나오면 준호를 잘 살려보겠습니다.”
Q. 기훈의 마지막 선택이 프론트맨을 변화시켰을까.
▶황동혁 감독: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오징어게임>은 인간의 믿음에 대한, 그것을 둘러싼 두 사람의 대결이었다. 마지막 순간, 칼을 쥐어줬지만 기훈이 거부한다. 그 때 프로트맨은 자신의 패배를 어느 정도 직감했을 것이다. 기훈이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데려 나오는 것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기훈의 딸에게 피 묻은 옷과 유산을 전달해주는 것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리스펙트’ 방식이었을 것이다.”
Q. 왜, 딸에게 피 묻은 옷을 전해줬을까.
▶황동혁 감독: “아이를 감쌌던 기훈의 옷이다. ‘니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존중의 마음이 있지만, 옷을 세탁하지 않은 것은 그가 여전히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비틀어진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도 리스펙트하는 것이다. 기훈이 어떤 사람이라고 몇 마디 덧붙일까 싶었지만 그건 프론트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개과천선한 것도 이상하고.”
Q. 시즌3를 둘러싸고 디카프리오가 출연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결국 케이트 블란쳇이 등장했다. 마지막 ‘딱지 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황동혁 감독: “한국에서 공유가 딱지남을 연기했는데, 외국에선 그 역할을 여자가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사도 없고, 아주 잠깐 나오는 장면이라 존재감이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를 생각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워낙 좋아하는 배우이고, 지구제일 수준의 연기를 하는 분이다. 부탁하니 쉽게 출연하겠다고 했다. 애들이 <오겜>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개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징어게임
Q. 케이트 블란쳇 등장 장면을 보면, <오징어게임> 스핀오프에 대한 계획이 있을 것 같은데?
▶황동혁 감독: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게임이 벌어진다는 것은 시즌1때부터 있었다. 배우에게도 (소문으로만 듣다가) 실제 보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보여 달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게임이 끝났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느낌의 설정이었다. 먼 훗날에 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병헌 선배가 더 늙기 전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배우들과 이야기가 된 것인가?) ”우리끼리 이야기는 하지만 언제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 다음에 할 생각은 아니다. 열어두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정도이다.“
Q. 임시완이 연기한 명기에 대해
▶황동혁 감독: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준희와 아이를 지키고 싶은데 순간순간의 선택이, 자기의 이기심으로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통해 이기심과 욕망을 부추기는 경쟁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준희를 찾아가면 되는 순간이 있는데, 한 명 더 죽이자는 남규(노재원)의 말에 파멸해 간다. 마지막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39번’ 도시락남(우정국)을 떨어뜨릴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가 자살하자 모든 계획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니 성기훈을 막으려고 하고, 나중엔 아기와 마지막 남으려는 것이었다. 이기심의 보여준다.”
Q. 이정재의 연기는 어땠는지.
▶황동혁 감독: “성기훈은 망상과 집착에 사로잡힌 캐릭터이다. 살도 많이 뺐다. 대호를 노려볼 때는 정상이 아닌 모습이다. 넋이 나간 사람으로 2화가 이어진다. 그러다가 아이를 맡고는 조금씩 변해간다. 대사도 거의 없고, 얼굴만으로 표현해야하는 어려운 연기이다. 캐릭터 자체가 어렵다. 이정재 배우는 1년을 넘게 찐 야채만 먹었단다. 극한의 다이어트로 점점 더 망가져가는 캐릭터를 묘사한 것이다.”
황동혁 감독
Q. 호평만큼 혹평이 나온다. 어떤 심정인지.
▶황동혁 감독: “처음 <시즌1>을 만들 때는 작품도 모르고, 기대도 없었다. 그런데 공개되고 나서 난리가 났었다. 어떤 사람은 게임에 열광했고, 어떤 사람은 감춰진 사회비판 메시지에 집중했고, 또 어떤 사람은 개별 캐릭터를 사랑해 주었다. 시즌2와 3이 나오면서 기대가 많이 생겼고 팬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대하더라. 게임과 메시지, 캐릭터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 기대에 못 미치면 메시지가 부족하고, 게임이 덜 흥미롭고, 캐릭터가 왜 빨리 죽느냐고 말한다. 긴 시리즈를 하다보면 팬과 시청자가 주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호흡의 작품에서 팬덤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왕좌의 게임>도 그랬으니. 호불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작품은 극단적인 이야기이다. 그런 작품인데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다니 지금도 놀랍다. 불호든, 논란이든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Q. VIP역할을 맡은 연기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VIP 캐릭터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회학적으로 설명한다면.
▶황동혁 감독: “경력이 있는 배우들도 있다. VIP 캐스팅이 쉽지가 않다. 얼굴도 안 나오고 한국까지 와서 찍어야하니. ‘시즌1’때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신경 써서 외국에서 모시고 온 분도 있다. 점점 기대치도 올랐고, 영미권 시청자도 있으니. 저도 원어민이 아니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계도 있었지만 다들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해 검증을 했다.”
“극중 VIP라는 존재는 구체적인 개인이라기보다는 우화에 가깝다. 상징과 은유로 쓰인다. 그냥 이 사회 시스템을 생각할 때 상층부에 있는 존재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런 부자들이 저런 게임을 하며 낄낄댈까? 그냥 과장된 사람일 분이다. 그 사회를 만들고,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계층이다. 상징적인 존재이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징어게임
Q.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의 목소리가 다시 등장한다. 어떻게 촬영한 것인지.
▶황동혁 감독: “극중에 꼭 필요한 장면이다. 프론트맨 인호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기훈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제안을 할 때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다. 오영수 배우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참여할 수가 없었다. 마침 부엉이가면이 있었고, 그걸 쓴 대역배우가 연기했다. 목소리도 AI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Q. 6년 동안 오징어게임에 묶여있었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 제안이 온다면 다시 할 것인가.
▶황동혁 감독: “이 작품으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이를 10개나 잃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다. 평생 이것만 하다가 내 커리어를 끝내고 싶지는 않다. 능력이 남아 있을 때 다른 작품을 하고 싶다.”
Q. 박선장(오달수)의 집에 걸린 사진 속에서 ‘공유’모습이 보인다.
▶황동혁 감독: “<오징어게임>을 통해 사회비판적 메시지는 다 한 것 같다. 메시지가 아니라 재미 측면에서 스핀오프를 만든다면 그런 이야기도 가능할 것이다. 우석(전석호)이 박 선장집에 갔을 때 벽에 붙은 사진을 보면 황인호 모습도 있다. 저 사진은 언제 찍은 것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2021년에서 2024년 사이의 이야기일 텐데, 저들은 어떤 관계일까. 이들의 바깥 생활이야기에 대해 말이다.”
Q. 시즌1의 강새벽(정호연)도 그렇고 시즌2,3의 노을(박규영)도 탈북자이다. 글로벌 작품에서 북한 이야기가 잘 통한 것으로 보이는지.
▶황동혁 감독: “탈북자는 한국사회에서는 대표적인 마이너리티, 주변인이다. 앞으로 남북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지만 더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시즌1에서 새벽은 가족을 먹여 살리려는, 미래를 꿈꾸는 인물이다. 이번에 그와 대비되는 인물로, 자포자기한 노을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름도 반대로 지은 것이다. 그런 인물이 기훈의 마지막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는 것이다. 외국 사람들은 생각보다 한국에 관심이 많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이해를 못하거나 낯설어하지 않았다. 큰 개념으로 보자면 난민이니까.”
'오징어게임' 시즌3 서울 광화문 프로모션
Q. <오징어게임> 시즌3 공개에 맞춰 서울 광화문에서 큰 프로모션을 펼쳤다.
▶황동혁 감독: “정말로 이걸 하냐고 했었다. 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줬다.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고, 관광에도 기여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다고 본다. 저에겐 시즌3이 공개되면서 ‘시즌1’에 참여한 배우들까지 다 모여, 함께 마무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무대에서 울컥했다.”
Q. <오징어게임>은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실제 한국의 영화산업은 힘들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소회는 어떤지.
▶황동혁 감독: “해외 프로모션에 가보면 다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대단할 정도로 바뀌었다. 어느 나라에 가든 한국음식점이 있고, 손님들이 그곳 사람들이더라. 안타까운 것은 외화내빈처럼, 밖에서는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 안에서는 힘들다는 거다. 개봉하는 영화마다 손해 보고 있고, 채널 드라마도 힘들다. 콘텐츠 만드는 모든 사람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혼자 잘됐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다. 아직 희망은 있고, 관심이 있고, 팬들이 있다. 그에 맞춰 전략을 내놓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