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은 1999년과 현재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전화’로 소통하는 운명개척의 호러스릴러이다. 당초 3월 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연기되더니 ‘끝내’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주 공개되었다. <콜>은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으로 주목받은 이충현 감독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이충현 감독과 ‘인터넷 화상전화’로 영화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상업영화 데뷔작이 극장이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것도 전 세계 190개 나라에 동시에. 소감은?
“내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관객 분들을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겠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지인들이 많이 연락해 왔다. 이 영화를 만들 때는 해외 팬들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다.”
● <콜>과 <더 콜러>, 같은 듯 다른 영화
- <콜>은 원안이 된 영화가 따로 있다. 리메이크 과정을 좀 소개해 달라.
“원안이 된 영화 <더 콜러>(매튜 파트힐 감독 원제:The Caller,2011)를 제작사인 용필름이 판권을 사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었다. 같이 하자는 제의가 있었고 시나리오를 보니 내가 장편영화를 한다면 찍고 싶었던 요소가 많이 들어있었다. 뜻이 맞아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
“두 영화는 큰 콘셉트만 같고 다른 영화이다. 가장 큰 차이라면 <콜>에서는 서연 캐릭터만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영숙이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점을 가장 신경 썼다. 영숙이를 노출시키고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서에 맞추는 작업도 했다. 90년대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반영하려 했다. 영숙이 엄마는 무속신앙을 하는 사람으로. 타임 슬립 관련하여 컬트적 요소도 집어넣었다.”
- <콜>과 <더 콜러>는 어떻게 다른가.
“<더 콜러>의 경우 과거의 인물이 자아내는 공포 요소로서 임팩트가 작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르적 서스펜스가 떨어진 것 같았다. 리메이크하면서 그 점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장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외 요소, 서연(캐릭터)의 드라마적 요소가 강했다. 그리고 여성인권, 패미니스트 요소가 강했다고 본다. 인물자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본다.”
-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영숙 캐릭터’는 대한민국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을 낼만큼 매력적이다. 박신혜 배우도 영숙이 캐릭터에 욕심이 있었던 모양인데.
“전종서가 먼저 캐스팅되기는 했지만 박신혜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먼저 갔었다. 서연 역으로. 제가 생각해도 영숙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게 확실하다. 그런데 연기하기는 서연 캐릭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무게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 가야한다. 영화자체가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뤄지는 작품이다. 관객들의 감정을 제대로 이끌어가려면 리액션이 특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서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넷플릭스용 <콜>
-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감독으로선 자신의 작품이 어느 정도 흥행 성적을 올릴지 궁금해할 만도 한데.
“그렇다. 호러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콜>이 극장에서 개봉되었을 때 흥행 스코어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런 장르 좋아하시는 분은 좋아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 같다. 넷플릭스 공개는 정말 예상도 못한 부분이었다. 지금 흐름이 이렇다 보니. 콘텐츠를 선보이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 극장용으로 작업한 것을 넷플릭스용으로 공개한다. 다른 점은 없는가.
“그렇다. 극장용으로 찍었으니 당연히 화면의 색감은 극장용에 맞춰졌었다. 사운드나 음악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을 들였다. 사운드 부분은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되고 나서 TV, 핸드폰, 태블릿에 맞춰 볼 수 있도록 사운드 작업을 다시 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이어폰으로 들으면 듣지 못한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어폰을 끼고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서연의 아버지가 사라지는 터널 장면은 CG인가?
“아, 어디서 찍은 것인지 기억이 안 난다. 충청도였던 것 같은데. 차량 통행을 막고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나중에 CG로 맞춘 것이다.”
- 서태지 음악을 쓴 이유는?
“서태지음악에 관련된 소문이 나돌 만큼 서태지의 파급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당시 한국사회에서 서태지가 갖는 상징성과 음악의 위상이라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대상과도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노랫말이 가지고 있는 저항성, 파격성이 영화 속 영숙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메타포로 활용하기 위해 음원을 사용했다.”
“시나리오 써놓기는 했지만 사용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안 되면 어쩌지? 다른 방안이 없더라. 크게 기대를 안 하고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생각과는 달리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또 완성된 작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따로 여쭤보기는 그렇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 시간의 패러독스, 타임 슬립
- 원래 이런 영화는 시나리오 설정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어떻게 했나.
“타임 슬립을 다룬 영화 자체는 논리와 개연성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논리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타임 슬립 자체가 논리가 있긴 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것이니, 나름대로 최대한 논리를 가지고 몇 번씩이나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그래도 영화 보시는 분들은 어긋난 것을 찾아내는 모양이다. <테넷>도 시간을 다루지만 조금은 다른 영화이다. <콜>은 판타지 요소가 있고, <테넷>은 완전한 리얼 베이스로 확실한 시간에 대한 철학을 가진 영화이다. <콜>에 대한 평을 듣고, 앞으로 영화를 만들 때 더 꼼꼼하게 철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시간의 패러독스, 타임 슬립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다. <콜>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그렇다. 타임 슬립물이 너무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은 그 규칙에 익숙해졌다. 타임 슬립이라는 것이 콘텐츠의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콜>의 원작을 보고 여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의 타임 슬립 작품은 과거의 사람이 같이 힘을 합쳐 이야기를 푼다. <콜>은 두 인물이 서로 돕기보다는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대결구도로 가면서 충돌한다. 그것이 스릴러 요소로 작용한다.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움이 있는 것이 <콜>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버전을 생각했을 것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어쨌든,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과거의 작용으로 현재가 바뀐다는 콘셉트다. 과거의 인물이 누구인지에 따라 현재가 공포가 될 수 있다. 영화에 마침표를 찍는 것보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고, 실시간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은 찝찝한 느낌을 줄 수도 잇는 것이 호러스릴러 장르의 특징일 수도 있다.”
● 나의 단편 <몸 값>
- <콜>이 인기를 끌면서 감독님의 단편영화 <몸값>이 계속 거론된다. 어떤 영화인가.
“과거 영화제에서만 선보였던 작품이다. 단편영화제에 출품했었고, 배급사에서 공개하지는 않아 일반 영화팬들은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든 볼 수 있는 방법을 배급사와 고민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몸값>은 만든 지 오래 되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 반응이 놀랍고 감사하다. <몸값>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준 작품이다. 이렇게 상업영화를 찍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다. 영화를 같이 만든 스태프와 배우들과는 지금도 연락 한다. 행복한 기억인 것 같다.”
- 향후계획은.
“아직은 초기단계이다. 아마 <콜>과는 다른 스릴러 장르가 될 듯하다. 기존 스릴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나의 다음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1월 27일(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콜>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도를 살펴볼 수 있는 플릭스패트롤 사이트에서는 어제 이 영화가 전체 넷플릭스 콘텐츠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단한 K콘텐츠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이충현 감독, '콜' 스틸/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