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은 감독
지난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지섭 주연의 느와르 액션물 <광장>이 한국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글로벌 TOP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까지 올랐다. 플릭스패트롤 순위에 따르면 <광장>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각국에서 1위에 올랐다.(6월15일) 원작웹툰 팬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한국콘텐츠는 웬만하면 공개 즉시, 넷플릭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최근 경향이 신기하다. <광장>의 최성은 감독을 만나 ‘광장’의 핫한 인기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한국에만 있을 것인데, 외국에서도 <광장>이 인기가 있다니 놀랍다. 대사보다는 액션, 기준의 상황을 쭉 따라가는 스토리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통한 모양이다. 액션이란 것이 몸으로 하는 만국공용어이다보니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Q. 영화판에는 오래 있었지만 연출은 이게 데뷔작이다. 작품 참여 과정은 어땠는지.
▶최성은 감독: “이 작품은 용필름과 스튜디오N이 제작한 작품이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의 영상화를 담당하고 있다. 권(미경)대표가 CJ있을 때, 제가 조감독을 맡았던 영화의 투자담당이었다. 그런 연이 있었다. 이번 작품 시리즈로 기획하며 제안을 주셨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참여하게 된 것이다.”
*** 최성은 감독은 조감독을 오래하며 감독데뷔(입봉)를 계속 준비했다. 조감독으로 참여한 마지막 작품은 김성수 감독(아수라/서울의 봄)의 <감기>였단다. ***
Q. 영화 준비하다가 시리즈물을 맡게 된 것과 인기웹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최성은 감독: “원작이 시리즈에 맞았고, 그렇게 만들자고 작가와 제작사와 뜻이 맞은 것이다. 원작의 스토리가 워낙 훌륭하니까. 스토리를 확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용필름으로서는 시리즈 제작은 처음이다. 영화를 베이스로 하던 제작사이기에 영화적 호흡으로 진행할 수 있게 많이 배려해주었다. 다행히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나. 제목을 ‘광장’ 그대로 가져간 것에 대해서는.
▶최성은 감독: “원작웹툰의 반응에 대해 알고 있다.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아킬레스를 자르고 사라졌다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다시 나선다는 원작의 플롯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다. 원작 웹툰은 영화에 최적화된 스토리일 수 있다. 시리즈로 만들려면 복수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 그들끼리의 갈등 구조가 있어야한다. 서로 복수하고, 반목하고, 그러다가 힘을 합치고. 그렇게 스토리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저도 원작의 팬이었다. ‘광장’의 의미를 확대한 것이다. 우리가 싸우는 것은 ‘글래디에이터’처럼 국회의원이 지켜보는 그런 ‘과거의 광장’에서 출발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각지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공간, 외연을 확장했다.”
넷플릭스 '광장' 촬영현장
Q. 각색에서 중점을 둔 것은?
▶최성은 감독: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했었다. 이렇게 공개된 버전이 끝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Q. 기존의 충무로 느와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성은 감독: “사실 느와르라고 하면 장소나, 의상, 비주얼 톤에서 느낌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느와르라 하면 조폭을 의미하는 것처럼 왜곡되었다. 작품을 통해 기품이 있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한국 조폭은 펑퍼짐한 바지에, 셔츠 깃을 양복 위에 빼내어 입는다. 그런 게 아니라 이른바 핏이 살아나기를 바랐다. 또한 우리 영화에는 흡연 장면이 없다. 그건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Q. 국회나 서울경찰청이 화면에 등장한다. CG로 처리된 부분이겠지만 협조는?
▶최성은 감독: “지난 연말 바로 그곳에서 큰 일이 있었다. 협조는 쉽지가 않았다. 배경으로 쓸 수 있게, 인서트 장면을 최대한 촬영했다. 실제 액션은 다른 공간에서 찍은 것이다. 국회 의사당이 바라보이는 장면, 그리고 그 반대쪽 장면까지. 사용을 승인받고 한 것이다. 경찰서뿐만 아니라 중앙지검이 보이는 인서트 컷도 그렇게 찍었다. 헬리캠으로 촬영했다.”
Q. 허준호와 안길강이 대작하는 포장마차는 용산이다. 지금은 재개발 들어가기 전 허허벌판인데.
▶최성은 감독: “공사가 중단된 느낌을 주는 장소를 찾았다. 원경으로 국회 건물도 보인다. 이야기가 여의도에서 출발했으니, 두 세력의 중립지역 같은 설정이다. 원래부터 포장마차가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이 만날 때만 비무장지대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했다.”
Q. 소지섭은 캐스팅 1순위였는가?
▶최성은 감독: “아니다. 0순위였다.”
Q. 공명은 어떻게 캐스팅되었나.
▶최성은 감독: “군 제대하기 전에, 휴가 나왔을 때 미팅을 가졌다. ’귀염귀염‘ 강아지 같은 모습이 좋았다. ’구준모‘ 같은 캐릭터를 할 때는 기대하는 연기나 얼굴이 있다. 불안정한 눈빛 같은. 이야기 나눌 때 일부러 나쁜 사람 표정 짓거나 찌푸리거나, 악인처럼 하지 말라고 했다. 아버지한테 인정받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그렇게 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은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명 배우는 좀 더 악하게 연기 하고, 그런 표정도 보이고 싶어 했다. 캐릭터를 잡으며 구준모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안길강)한테서 보고 배운 게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되고 난 왜 안 돼?’ 기저엔 그런 생각이 깔려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학습되어 온 것을 준모 캐릭터에 투영시켰다.”
최성은 감독
Q. 추영우는?
▶최성은 감독: “이금손 검사도 그렇다. 초반에는 별 존재감 없는 가족의 일원이다. 후반부에 야망을 드러내는 반전요소가 있다. 그래서 대중에겐 덜 알려진 배우였으면 했다. 첫 미팅부터 좋았다. 시청자에게 고정관념이 있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성철(조한철)이 멱살 잡을 때 보이는 불안한 눈빛, 인간의 나약함이 있었다. 후반 작업할 때 그가 출연한 작품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훌륭한 배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같이 작품 하게 되어 좋았다.”
Q. 일반적이라면, 남기준이 아무리 날고 기는 싸움실력을 가졌더라도 총 한 방이면 해결되잖은가. 총기 액션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는지.
▶최성은 감독: “우리나라 작품에 총기가 등장하면 이질감이 들 것이다. 그래서 경찰에게만 총이 있다고 본다. 구준모가 총을 쏘기는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제대로 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기준이가 총을 들고 액션을 펼쳤다면 이 작품은 본격 총기액션이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들 세계에서는 특정 직업군만이 총을 가진다. 경찰이나 호송차량 신처럼. 1대 다수로 싸우는 것도 말이 안 되겠지만 ‘합’에 있어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봤다. 칼과 도끼까지 든 다수가 다리를 저는 기준 하나를 못 잡을까? 처음에 수적 우위만 생각하다가, 점점 위기감이 커지는 액션 디자인을 했다.”
Q. 액션 연출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최성은 감독: “프리프로덕션부터 철저했다. 무술감독, 촬영감독과 동선을 협의하고, 소지섭 배우도 같이 의견을 냈다. 기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한쪽 다리를 전다는 설정이다. 그런 사람이 빠른 호흡의 액션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느릴지언정 한 발이라도 전진한다는 것이었다. 스피드보다는 힘이나 감정이 실리는 연출을 했다. 일부러 빠르게 하지 않았다. 요즘 액션에서 손만 뻗어도 저만큼 나가떨어지는 그런 모습보다는 기준은 한 땀 한 땀 보여주는 게 의미 있을 것이다. 편집의 호흡도 느리게 했다. 이게 기준이라는 인물에게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광장' 촬영현장
Q. ‘광장’의 의미는? 기준의 복수의 끝은? 기준은 총을 맞고도 살아난다. 물에 빠졌는데 말이다.
▶최성은 감독: “치명상은 아닐 것이다. 기준이 물에서 빠져나오는 설정은 그가 수영선수 출신이니까.(하하) 다행히 차가 아스팔트가 아니라 강물에 떨어졌다. 그런 약점이나 오류를 따지자면 많을 것이다. 기준이 입장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야하니까. 준모를 죽일 때까지는 그게 동생에 대한 복수일 것이다. 그런데 자기까지 사고를 당하고 물에 빠졌을 때, 그리고 힘들게 살아났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복수의 대상이 특정 한사람이 아니라 것을. ‘광장’에 얽힌 모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동이 비극을 끝내고 자기 같은 사람이 안 나오려면 그 ‘광장’을 무너뜨려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준은 자신이 죽기위해 나가려고 했을 수도 있다. 기준도 광장의 일원이었으니. 광장의 소멸에는 자신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다 죽어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찍었다.”
Q. 이준혁 배우의 특별출연에 대해
▶최성은 감독: “처음부터 이준혁 배우에게 대본을 주고 싶었다. 액션연기나 장르물 연기를 보고 생각한 게 아니라, 이준혁 배우에게는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면모가 있다. 도시적인 사람인데 차갑고,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한 것 같지만 왠지 사는 게 지쳐 보인다. 나란히 앉았을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출연해 주신다고 해서 너무 좋았다.”
Q. 차영도를 연기한 차승원 배우는?
▶최성은 감독: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이다. 이금손 캐릭터도 원작에는 활약이 거의 없다. 1~4부에서 아무것도 안하던 이금손이 5~7부에선 야망을 드러내고, 캐릭터 스토리 붐업을 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릿지 역할이 필요하다. 그걸 차영도가 한다. 금손의 야망을 살살 긁어주는 존재이다. 그래야 금손의 매력이 살아난다. 차승원이 <폭군>에서 한 연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차승원 배우가 임팩트 있게 차영도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차승원에게는 하나의 세계관처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준호와 안길강이 등장하는데 차승원 정도의 포스는 있어야할 것이다. 그 능글능글함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Q. 주운(허준호)의 오른팔 최성철을 연기한 조한철 배우는?
▶최성은 감독: “‘광장’의 모든 일은 가족 때문에 벌어진다. 자기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이 일이 시작되었고, 끝나는 것이다. 최성철이라는 인물은 조직을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것이다. 조직을 너무나 지키고 싶어 하는 인물이기에 가벼움보다는 묵직함이 있어야했다.”
넷플릭스 '광장' 제작발표회
Q. <광장>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면?
▶최성은 감독: “<광장>은 느와르 액션물이다. ‘좋은 친구들’, ‘언스어폰어타임 인 아메리카’, ‘칼리토의 길’, ‘로드 투 퍼디션’ 등 느와르 작품의 핵심은 가족이다. ‘광장’이 한국이라서 어렵다거나, 한국적 정서가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라고 본다. <대부>도 보스의 오른팔과 망나니 아들 중 누구를 택하느냐 문제로 벌어진 일이다. 그런 스토리가 어필된 것 같다. 액션물이니 몸의 대화는 만국 공통어이다. 대리만족, 쾌감을 느껴주신 게 많다면. 해외 분들도 좋아해주실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으로 세상에 나온 최성은 감독은 “이른 나이에 데뷔할 뻔 했지만 지금 데뷔하게 되었다. 그 10년의 세월이 저를 성장하게 한 모양이다. 내적으로 말이다. 성격이 긍정적이어서 버텨낸 모양이다.”며 감격의 감독데뷔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