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는 창피한 거잖아. 베끼는 건 나쁜 거잖아!"
KBS '드라마 스페셜-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은 트로트 모창 가수와 그의 딸이 거짓투성이 연극에서 벗어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어려서부터 유명 트로트 가수 라일락의 모창 가수로 살아온 라진성(이한위 분)을 지켜보며 자란 라진성의 딸 라신혜(정유민 분)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쌓아왔다. 나이트를 전전하며 진짜가 아닌, 가짜 가수로 살아온 아버지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시간이 흘러 미술관 도슨트가 된 라신혜는 부자 집안의 강연우(설정환 분)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프로포즈를 받게 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정에 대해 눈치 챌까봐 전전긍긍했다.
설상가상으로 라진성과 강연우는 집앞에서 마주치게 되고 강연우는 라진성을 라일락으로 착각하게 됐다.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강연우의 부모님까지 라신혜가 라일락의 딸이라고 착각하게 됐다.
결국 라신혜는 결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라진성에게 라일락 흉내를 내달라고 절박하게 부탁했다. 라진성은 당황스러워하며 거부했지만 "내 인생에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행운이야"라는 라신혜의 절규에 아버지의 마음으로 결국 모두를 속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은 언제나 거짓말 속에 살았던 부녀가 느끼는 성장통을 통해 '진정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라신혜는 자신이 시작한 거짓말이 자신의 목을 점차 조여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주위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며 죄악감에 괴로워한다.
드디어 거짓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신을 위해 결혼 사기극에 장단을 맞춰준 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끝내 라신혜는 자신이 단지 두려웠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이면 사랑 받을 수 없었을 것 같아 거짓을 택한 것 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극의 후반부에서 라신혜는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전에 나 자신부터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아"라고. 그렇게 말하는 라신혜의 모습은 결코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그는 자신을 위해 라일락의 모창가수로 살아온 아버지의 마음을 드디어 이해하게 되며 한 가지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그들이 살아온 모든 과정이 가짜였더라도 부녀간의 사랑만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짜였음을. (KBS미디어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