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지난 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이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10시리즈(비영어부문) 2위에 올랐다. 오세형-김균태의 네이버웹툰을 최성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광장>은 스스로 자신의 아킬레스 근을 자르고 조폭 세계를 떠났던 기준(소지섭)이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처절한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회사원>이후 13년 만에 본격 액션물로 화려하고 처절하게 돌아온 소지섭 배우를 만나 ‘광장’의 액션 경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 괜찮은 영화 수입에 대한 생각도 물어봤다.
“지상파라면 바로 반응이 나오고, 수치가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Q. 공개 후 액션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소지섭: “느와르를 좋아한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참고한 액션물은 따로 없다. 원작 웹툰이 있으니. <존 윅>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공개되고 나서 그런 반응이 나와 깜짝 놀랐다. 액션은 많은 사람이 함께 준비해야한다. 감독과 무술감독이 큰 틀로 액션을 설계했다. 기준은 웬만하면 앞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멈출 수는 있지만 물러서지는 말자는 생각을 가진 캐릭터이다. 1대 다수의 액션장면이 많으니 공간 활용을 잘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려면 기준이라는 인물이 강해 보이는 인물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액션에 접근했다.“
'광장'
Q. 원톱 주인공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소지섭: ”주인공이라는 부담은 있다. 그것보다는 선배님이 많이 나오신다. 그들 앞에서 극을 이끌고 가는 것이 부담이었다.“ (제작발표회 때 유난히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그날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선배들 사이에서 제가 막내인 기분이었다. 중간 역할도 해야 하니. 허준호, 안길강 두 선배님이 촬영 때 ‘너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다 받아줄게.’라고 하셨다. 연기 고수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분들이 연기 안하는 것 같아보여도 연기의 힘이 대단하다. 안길강 선배는 아직도 액션 좋아하시고, 액션 더 하고 싶어 하신다. 현장에서의 그런 에너지가 좋다.“
Q. 남기준 캐릭터는 어떻게 보았는지.
▶소지섭: ”그 인물은 감정을 많이 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불필요한 대사는 하지 않는다. 말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있는 대사도 심플하게 고쳐나가면 촬영한 것 같다. 그리고 넷플릭스 작품으로 해외에서도 볼 것이니 단순화 시킨 것 같다. 촬영을 할 때는 몰랐는데 완성본을 보고나니 해외에서도 잘 될 것 같았다. 글로벌 OTT는 처음이라서 재밌었다. 실제 촬영한 부분이 더 있다. 편집에서 걷어낸 게 있는 것 가다.
Q. 원작 웹툰은 봤었는지,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었나.
▶소지섭: ”이 대본을 받았을 때는 원작을 모르는 상태였다. 저에겐 시나리오가 귀하다. 액션 영화가 많이 제작이 안 되기에. 이런 작품을 하고 싶었다. 저한테 제일 먼저 제안이 온 것 같은데 그렇게 선택한 게 너무 감사하다.“
Q. 4부 개미굴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소지섭: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 장면을 1주일 정도 찍은 것 같다. 일대 다수로 싸울 때가 제일 힘들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누가 다칠까봐 신경을 써야한다. 전부 사범(액션 스턴트맨)으로 채울 수도 없고, 샷 들어가면 조금만 위치가 달라져도 다칠 수가 있다. 이재윤 배우와 액션 합이 제일 잘 맞았던 것 같다. 김태일은 실제 격투기 선수라서 에너지가 넘친다. 촬영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인지 이른바 액션 연기를 펼칠 때 ‘끊어치기’를 잘 못해 카메라를 치기도 했다. 싸움은 옛날 방식의 액션이다. 약간의 합을 맞추고 촬영을 이어갔다.“
'광장'
Q. 본격 액션영화는 <회사원>이후 무척 오랜만이다. TV드라마, 영화, OTT작품에서 차이를 느낀 게 있는지.
▶소지섭: ”똑 같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의 현장은 드라마와 영화를 섞어놓은 것 같았다. 영화처럼 촬영하지만 속도는 드라마를 따라가는 것 같다. 영화는 한 컷 한 컷에 공을 많이 들인다. 드라마는 시간적 제한이 있다. 그런 의미이다. 드라마의 시간을 따라가지만. 영화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Q. 남기준의 액션의 특징은 무엇인가.
▶소지섭: ”액션이 투박하지만 에너지가 더 있다. 기준은 아킬레스건이 잘렸다. 그런 핸디캡을 가진 인물이 액션을 펼칠 때 어떤 모습일지 연구했다. 그가 앞으로 직진 하는 것보다 그들이 내 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기준의 속도가 있으니. 그들이 다가오는 액션, 나는 쳐내는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 (‘한국판 존 윅’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둘 다 어떤 상황에 열 받는 것 같다. 존 윅은 개 때문에, 기준은 동생의 죽음으로. 존 윅은 총기 액션을 펼치니 액션을 할 때 거리가 있다. 우리는 근접전이고 총 대신 다른 도구를 활용한다. 그래서 투박하지만 강하고, 임팩트 있는 액션을 구사한다.“
Q. 액션에 비해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지섭: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야기가 심플한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실제 앞에 나올만한 서사가 없다. 지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광장’의 의미는 마지막 결투를 하면서 드러난다. 그 때의 광장은 인물들이 다 죽어나간다. 마지막 광장에서는 싸움의 의미가 없다. ‘광장’이라는 세계관이 따로 있는 것 같다“
Q. 체중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기준의 감정 변화는?
▶소지섭: ”몸무게는 95에서 시작하여 70킬로 중반까지 뺀 것 같다. 기준은 착한 인물은 아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공감이 갔다. 복수의 이유도 있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 감정을 마음에 담고 연기를 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살도 많이 빠진다.“
'광장'
Q. 기준은 동생의 복수를 끝내놓고, 광장의 해소/해체를 위해 2차전에 나선다.
▶소지섭: ”구준모(공명)를 죽이고 나면 복수가 끝나는 것 같지만, 전화를 받고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기준 자신은 모두가 죽어야 끝난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도 죽어야.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죽음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Q. 그렇다하더라도, 너무 불사신이다. 좀비처럼.
▶소지섭: ”드라마니까. 주인공이 이야기를 끝내야하니까. 중간에 치료받고, 약 먹는 장면도 있다. 완성본에서는 잠깐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말이 안 되잖아요. 그냥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더 불사신처럼 나온 것 같다.“
Q. 웹툰 원작 팬들은 불만이 있다.
▶소지섭: ”그건 예상한 것이다. 큰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 때 원작을 망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잘 만들려고 했다. 원작에서는 굉장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런데 한 번은 그런 효과가 있지만 뒤에 가면 반감할 것이다. 상대가 다 도망가 버릴 테니. 계속 더 센 사람, 좀 더 힘이 있는 상대가 등장한다. 그렇게 변형한 지점이 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소지섭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었는지.
▶소지섭: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다. 오랜 만에 이런 작품을 하게 되니 약간, 저의 치트키를 꺼내 보이는 것 같았다. 30년 연기를 해 왔지만 제 연기 스타일이 비슷비슷 하게 보이니까 그에 대한 고민은 있다. 뭘 해야 새롭게 봐주실까.“
Q. 출연 배우들이 다들 훤칠하다.
▶소지섭: ”저도 깜짝 놀랐다. 다들 키가 커서 캐스팅된 것 같다. 한국의 건달을 마피아처럼 보이려고 했다. 그래서 한국조폭 영화에 나오는 화려한 셔츠에, 금목걸이, 담배 같은 것은 배제하자고 한 것이다. 담배 피우는 장면도, 욕도 많이 안 나온다.“
Q. <서브스턴스>가 ‘소지섭이 픽한 영화’라서 화제가 되었다. 영화팬이 열광할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데, 수입/배급에서의 역할은? 그런 아트영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소지섭: ”영화사 ‘찬란’의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찬란의 이지혜 대표가 하는 일에 끼어 도움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제 이름이 도움이 되었다면 감사하죠. 힘들 게 일하시는 분에게도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그런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 (본인이 고르는 것도 있는가?) ”제가 완정 똥손이라서, 그런 것은 전문가를 믿어야한다. 어떤 것을 골라야할 잘 모른다. 요즘은 어떤 기준으로 봐주시는지도 몰라서. 택하기가 쉽지 않다.“
Q. 지난 연말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웨이브에서 6부작 감독판으로 다시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소지섭의 연관검색어로 여전히 ‘소간지’가 뜬다. 소감은?
▶소지섭: ”요즘 아이들이 ‘미사’를 아는가. 그 작품 끝나고 ‘소간지’라는 말이 부담스러웠다. 계속 뭔가를 신경써야하고, 생각해야하니. 그런데 지금은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 호칭은 저한테만 붙여주셨으니. ‘간지’인데. 계속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불리고 싶다.“
소지섭
Q.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미안하다 사랑한다’ 같은 작품을 다시 본 적이 있는지. 다시 인기가 있는데.
▶소지섭: ”집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다. 처음에 부담스러웠다. 계속 새로운 작품을 해야 하는데 옛날 것이 최고인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게 너무 감사하죠. 배우들이 연기를 아무리 오래 해도 그렇게 기억되는 작품이 없을 수도 있는데.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사’는 가끔 본다. 연기적으로 고민되거나 에너지를 얻고 싶으면 제 작품을 본다. 그 당시의 작품을 보면 그때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다. 제 작품을 보는 것은 좋지만 절대 따라하면 안됩니다. 잡혀갑니다.“ (하하)
”<광장>은 생각보다 잔인할 수도 있지만 어렵지 않은 작품이다. 한 번에 쭉 볼 수 있는, 시원하고 통쾌한 작품이다.“
Q. 1995년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뒤 30년이 되었다. 연기의 즐거움이란?
▶소지섭: ”오래 했네요. 스스로에게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최선을 다하고, 잘 해야 한다고. 연기는 즐겁지만 맨날 자기복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힘들다. 제가 감정기복이 심한 연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 디테일하게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게 힘들다. 제가 사람들 만나고 편한 스타일이 아닌데, 연기를 계속하는 것은 연기에 어떤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아직 답은 못 찾았다. 제 기준에 재밌다고 생각하면 계속 연기를 할 것이다.“
”생각보다 느와르 시나리오가 귀하다. 만들어지는 것이 얼마 없고, 저한텐 안 들어온 것 같다. 하지만 액션물은 좋아하는 장르이다. 계속 하고 싶다. 관절이 안 좋긴 하지만 아직은 체력적으로는 괜찮다.“
[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