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건 캡처
사인 미상으로 덮일 뻔한 박종철의 억울한 죽음이 검안이의 집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사망한 박종철의 시신을 응급실로 옮기려는 형사들과 인간 방패 벽을 만들어 이를 저지하는 의사들의 대립이 시작됐다. 의사들은 “시신은 영안실로 옮겨라.”라며 응급실 입구를 지켰고 이에 형사들은 시신을 경찰 병원으로 옮겼다.
이후 형사들은 최초로 시신을 살폈던 의사 오연상을 다시 찾아가 사망진단서를 요청했다. 이에 의사는 ‘사망진단서’를 두 줄로 가로 그었고 ‘사체검안서’라고 정정한 뒤 문서를 작성했다.
집요하게 사망진단서를 요구하는 형사들에게 의사는 자신이 도착했을 때 박종철이 이미 사망해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뜻을 또렷하게 전했다. 이어 사인을 적는 세 곳의 공란을 ‘미상’으로 전부 채워 넣으며 박종철의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부검 지시를 유도했다.
‘사인 미상’은 이후 사체검안서를 확인하게 될 검사에게 의사 오연상이 보내는 메시지였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오연상은 “문제가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해 달라는 의미였다.”라며 ‘사인 미상’을 강조했던 이유를 직접 밝혔다. 박종철 사체검안서에서 ‘미상’을 확인한 검사는 시신 부검을 요청했다.
황적준 박사가 담당한 박종철의 시신 부검은 사망 다음 날 밤 9시에 시작해 10시 30분쯤 마무리됐다. 이후 황적준 예고도 없이 치안본부로 이송됐고 자리를 가득 채운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심장마비에 의한 쇼크사로 합시다.”라는 압박을 받았다.
MC 안현모는 "사망 원인을 직접 정해 주네요?”라고 반응하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후에도 간부들은 “정권이 바뀔 만한 사건이다.”라며 압박을 이어갔고 회유와 협박에 시달린 황적준 박사는 귀가 후 잠든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심 끝에 황적준 박사는 결정을 내렸고 아주 구체적인 부검 기록을 남기며 진실의 편에 섰다.
‘스모킹 건’은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 현장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전 수사 과장 김복준과 MC 안현모, 이지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치밀하게 범죄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4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