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과속스캔들>, <써니>, <스윙키즈>의 강형철 감독이 코미디 <하이파이브>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이재인은 병약한 소녀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뒤 초능력자가 되는 박완서를 연기한다. 아주 어릴 때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이재인은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고등학생시절 박보영을 연기했었다. 이재인 배우를 만나 ‘초능력 연기’에 대한 비밀을 들어보았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오늘(30일) 개봉한다.
Q. 2021년에 촬영을 마친 영화가 마침내 극장에서 공개된다. 소감은.
▶이재인: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다. 스크린으로 제 모습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객석의 부모님을 마주쳤을 때 눈물이 좀 났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것도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배우들을 믿고 기다렸기에 불안하지는 않았다. 관객분들의 반응이 어떨지 제일 궁금하고, 지금 떨린다.”
Q. 촬영현장은 어땠는지.
▶이재인: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현장이었다. 액션에서 어려운 것이 많았는데 안전하게 큰 문제없이 촬영했다. 다섯 명이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초반ㄴ에 찍었던 치킨집 장면이다. ‘하이파이브’ 멤버가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존경하는 선배이고 팬의 입장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이었다. 웃겨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치킨집 향했는데 감독님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완성본을 보니 그 장면이 코믹하게 나왔다. 편하게 이야기해도 재밌게 나온 것이다.”
Q. <하이파이브>에 합류하게 된 과정은.
▶이재인: “오디션을 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처음엔 할아버지 역할의 대사가 있는 대본이었다. <괴물>의 변희봉 선배님 대사가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이게 뭐지 하면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발차기 모습도 보여줬다. 점점 다리를 높이 올려야하는데 지금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한계에 도전했다. 액션을 많이 찍는데 체력이 받쳐 줘야할 것 같았다. 훈련 많이 했다. 와이어액션은 경험이 많지 않았다. 와이어에 매달려 발차기 동작도 해야 했다. 안전하게, 훈련 많이 했다.”
Q. 빌런을 연기한 박진영과의 액션 연기에 대해.
▶이재인: “박진영 배우와 미리 합을 많이 맞췄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체력이 약한 편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려운 장면 찍을 때 배려도 많이 해주었다. 학생 연기는 하고 싶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영화 '하이파이브'
Q. 캐스팅된 후 감독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는지. 무엇을 준비하라고 했는지.
▶이재인: “만화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히어로액션 나오는 ㅈ가품을 많이 찾아본 것 같다. 완서 캐릭터는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 감독님을 믿고, 감독님이 만든 세계관과 제가 이해한 완서 캐릭터의 중간지점을 찾으려고 했다. ‘완서’는 할아버지 손에 자라서 말투가 할아버지 같다. 지금은 완화된 느낌. 감독님이 직접 연기하면서 설명해주었다. ‘하이파이브’와 어울리며 말이 좀 더 섞였다.”
Q. 박완서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이재인: “기본적으로 밝은 인물이다. 사람과 소통할 기획가 적었다. 나와 닮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완서는 심장이 약하고, 수술을 해야 했다. 과정에서 또래 친구가 없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심장이식 후에는 갑자기 생긴 힘을 방출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닮은 점이 있다면?) “아무대로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어른들과 어울려 지낸 셈이다. ‘하이파이브’의 완서에게는 성장 계기가 초능력이 아니라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만난 친구를 통해 성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배우로 성장한 것도 있지만 그런 직업을 하면서 만난 감독과 배우를 통해 성장한 부분이 많다.”
Q. 액션 장면 촬영에 대해.
▶이재인: “초반에는 언덕길이 있는 현장에서 찍었다. 카트에 실제 올라가서 밀면서 찍었다. 후반부 액션 장면은 상상에 의존했다. 나중에 CG가 입혀질 것을 상상하며, 감도님을 믿고 따랐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장면은 카트 액션신이다. 저는 뒤에서 계속 달리기만 하는데, 차와 나란히 붙어 결투하는 장면을 보는 게 신났다. 그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작품에서 넘어지고, 벽에 부딪치면 바로 일어나는데, 굉장히 많은 동작이 섞여있다. 영화 보니 찍은 분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색 의상 입은 액션팀이랑 연습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이재인
Q. 액션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지.
▶이재인: “후반부에 연타를 하는 액션이 있는데 액션팀에서 자세가 선수 같았다고 해서 뿌듯했다. 초반에 언덕길을 달리는 장면은 처음으로 자신의 초능력을 각성하는 장면이었다. 언덕길을 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당차게 뛰었더라면. 그래도 나중에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해소가 되는 것 같았다. 예쁘게 찍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Q. 안재홍 배우와의 연기는 어땠는지.
▶이재인: “극에서 완서가 제일 먼저 친해지는 것이 안재홍이다. 안재홍과의 케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초반에 합을 많이 맞췄다. 삼촌과 조카 같았다. 리코더 촬영할 때 그런 연기를 할 줄은 몰랐다. 서로 신기해하면서 찍었다. 녹음해 둔 것을 켜놓고 연기하는데 실제로 내가 연주하는 것 같아 재밌었다.”
Q. 개봉이 계속 미뤄지면서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이재인: “강형철 감독님은 저의 영화스승이자, 영화아버지였다. 후반작업할 때 많이 불러주셨다. CG작업할 때도, 믹싱할 때도.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봤다. 감독님은 최근까지 작업을 하였다. 영화를 아직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출연한 작품 중 아직 공개 못 한 것이 있다. 개봉하거나 방송되면 내 연기를 모니터링할 수 있었는데 그런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이 공개되면서 시너지가 되는 것 같다. 공개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 감사하죠.”
Q. 초능력자들이 각성하고 팀워크를 발휘한다. 후속편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재인: “영화 찍으면서 배우들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제일 기억나는 것은 마블의 <시빌워>처럼 팀이 나뉘는 것이다. 약손팀과 완서팀으로. 그런데 ‘시빌워’처럼 되려면 밸런스가 맞아야하는데, 과연 그게 될까.” (슈트도 입는다면?) “쫄쫄이나 망토도 괜찮다. 그런데 망토는 안재홍이 어울릴 것 같다. 바람에 날려야하니까. 저는 마스크면 된다. ‘구걸’이니. 참, ‘구걸’ 처음 들었을 때 감독님께 이거 해도 되냐고 물어봤다. 영어로 ‘나인걸’이라며 괜찮다고 그랬다.”
**초능력을 가진 다섯이 각자 멋진 이름을 짓는데 완서에게는 ‘세상을 구하는 걸(Girl)’이라며 구걸이 어떻겠냐는 대사가 나온다**
Q. 오정세와의 부녀연기가 애틋하다. 실제 어떤 딸인지.
▶이재인: “저 정도면 훌륭한 딸인 것 같다. 나름 아버지와 친한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와 딸이 티격태격한 것도 비슷하게 담으려고 했다. 영화에서 마지막 위기 때 ‘아빠’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시사회 때 영화를 본 엄마가 그 장면에 대해 ‘아빠 부를 때 소리가 방에 벌레 나올 때 부르는 소리 같았다’고 하셨다. 아마 위기에 처했을 때 아버지를 저렇게 부르는 모양이다. 아빠는 위대한 존재이다.”
Q.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인의 꿈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재인: “7살에 <뽀뽀뽀>에 출연하면 데뷔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2012년에 TV에서 영화로 넘어간 것 같다. 그 때 제가 재밌어하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더라. 부모님은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해주셨다. 이 길이 내 길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대 독립영화, 단편 하면서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캐릭터 만드는 게 이런 작업이구나’ 재미를 느꼈다. <하이파이브>에서도 감독님과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이 제일 재밌었다. 이 캐릭터가 과거에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게 좋다. 좋은 직업인 것 같다.”
영화 '하이파이브'
Q.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이재인: ”영화 엄청 좋아하는 영화덕후이다. <하이파이브> 같은 코미디도 좋아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도 좋아하고, 우디 앨런의 <맨하탄>도 엄청 좋아한다. 하주 종일 웃으면서 봤다. <하이파이브>에도 대사로 웃기는 지점이 있다. 영화를 볼 때 감독을 정해놓고 몰아서 보는 스타일이다. 이번 시즌에는 이 영화를, 이번 달에는 이 감독 작품을. 웃기면서도 슬픈 내용의 작품을 좋아한다.<하이파이브>도 웃기면서도 슬픔이 공존하는 영화인 것 같다.“
Q.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박보영의 아역(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한다.
▶이재인: ‘처음에 내가 해도 되는 것인지 싶었다. 쌍둥이 역할인데 박보영 선배의 연기톤에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재밌었다. 캐릭터가 발전해 가는 과정이다. 시작점이 되니 성인이 되었을 때 ’그래서 이랬구나‘라는 과정이 재밌었다.“(쌍둥이 연기는 어떤 식으로?) ”오디션때 쌍둥이 연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두 사람이 같이 나누는 대사인데, 이 쪽 바라보다가 저쪽 바라보다가 하면서 왔다 갔다 대사를 읽었다. 촬영할 때는 한 쪽을 먼저 찍고 다른 쪽 찍었다.“
Q. 극장에서 영화팬을 만난다. 흥행 공약이 있다면.
▶이재인: ”공약이라면, 무대에서 발차기 하고 싶다. 예전에 연습 많이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천만 관객이 든다면?) ”그러면 날아다녀야죠. 그건 상상이 안되네요.“
Q. 배우의 길이 아니었다면?
▶이재인: ”다른 취미도 많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항상 배우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가 아니더라도 영화 만드는 감독이나 제작을 할 것이다. 학교 시절을 온전히 즐기진 못했지만 집중하는 것이 재밌다.“
이재인
”<하이파이브>는 극장에서 보는 게 재밌다. 내가 일단 체험했다.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보는 장점이 있지만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게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이파이브>의 음악과 액션의 역동성을 느끼고 싶다면 역시 극장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재인이 출연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은 영화 <너와 나의 계절>, <행복의 나라로>와 드라마 <콘트리트 마켓>, 그리고 독립영화가 하나 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이재인 배우가 좋아한다고 언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미소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핵 딜레마‘를 다룬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1964)이고, <맨하탄>은 우디 앨런이 재기발랄하던 1979년 내놓은 걸작 코미디이다.
이재인과 함께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유아인, 오정세, 신구, 박진영이 출연하는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는 5월 30일 개봉한다.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