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가 넷플릭스로 돌아온다. 올해 코로나 사태 속에 개봉되어 힘들게 19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서 유아인과 함께 좀비와 사투를 펼쳤던 박신혜는 이번에는 전종서와 전화기를 붙들고 사투를 펼치는 영화 ‘콜’(감독 이충현)로 영화팬을 찾는다.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콜’은 코로나 사태로 결국 온라인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열린 취재진과 인터뷰는 코로나 때문에 인터넷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극장 개봉을 기대하며 지난 3월 제작보고회를 가진 뒤 8개월만의 ‘콜’ 만남이다.
- ‘콜’에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서 190개 나라에 공개된 ‘#살아있다’는 좀비 영화 팬에게 인기를 끌며 넷플릭스 글로벌 무비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영화가 개봉되면 무대인사 다닌다. 관객들과 가까이 만나면 그들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넷플릭스 1위라는 것은 체감하기가 힘들더라.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그 여파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감사하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콜’은 2020년의 서연(박신혜)이 전화기를 통해 1999년의 영숙(전종서)과 통화하며 서로의 운명이 서서히 바뀌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전종서의 광기와 박신혜의 도전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난 내가 나온 작품을 객관적으로 보지는 못한다. 영화를 보면 촬영 할 때의 제 모습이나 현장에서 느꼈던 기분이 다시 북받쳐 오른다. 어제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론시사를 앞두고 긴장되었다. 극장 시사와는 달리 집에서 나 혼자 보면서도 긴장되는 것이다. 네 명의 여배우가 똘똘 뭉쳐 여성 중심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는 한 기자의 글을 보고 기뻤다.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뭔가 많이 해소한 기분이 들었다.”
-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장면을 꼽으라면?
“영숙(전종서)이 엄마와 굿하는 장면. 전종서의 열연이 빛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서연이는 영숙이를 통해 행복을 얻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영숙이가 흑화 되어 가는 것, 잠재되었던 어떤 것이 점차 폭발한다. 극의 반전 부분이 그렇다. 뜯겨나가던 그 장면을 보면서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심장이 쫄깃해지더라. 그 뒤는 정신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니까. 정말 폭풍이 휘몰아 치는 것 같았다.”
- 처음부터 서연이란 캐릭터가 끌렸었나.
“‘#살아있다’보다 ‘콜’을 먼저 촬영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 번 거절했던 작품이다. 처음 대본을 받아보고 읽었을 때 영숙이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서연이는 너무 수동적인 것 같았다. 기존에 내가 연기했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 때문에 고민을 했다. 출연을 결정하고 시나리오 수정작업이 있었다. 서연이란 인물을 마냥 수동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날뛰는 영숙이에 맞서는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을 두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타당성에 대해, 한 사람의 감정이 바뀌어 가는 과정을 담아보자고 했다. 지극히 정상적이던 서연이가 영숙이라는 인물로 망가져가며 독기를 품은 인물로 변해가는 것. 나 또한 새로울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처음에 서연이보다는 영숙이가 보였다면, 함께 작업하며 점차 서연이가 보이더라.”
- 영숙이 광기라면, 서연은 어떤 인물인가,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은?
“가족을 잃어가는 처절함이 있다. 서연이는 분노와 함께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있다. 어떻게 하면 이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찌 보면 엄마에 대한 오해. 아, 오해는 아니다. 일방적인 미움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원망! 아빠를 살리지 못한 원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서연이 영숙을 통해 활기를 얻게 되고, 절망하게 되고, 분노하게 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과정을 쌓아가고 싶었다. 그게 내가 영화 ‘콜’에서 중점을 둔 연기이다.”
- 시나리오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한 공간에서 인물의 상황이 바뀌어간다는 게 흥미로웠다. 어떻게 바뀔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미래가 바뀐다면? 사건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게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더욱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이, 내 눈앞에서 바뀐다는 생각을 해보라.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 두 여배우가 욕설 연기를 한다. 전종서 배우의 심한 욕설 다음에 욕설 연기를 하려니 부담이 더 컸을 것 같다.
“욕을 하는 장면은 그동안 작품을 통해 보여줄 기회가 없었으니. 촬영할 때 그게 어색해 보일까 걱정했다. (전)종서 배우와의 에너지가 서로 폭발하면서 자연스레 흘러간 것 같다. 딱히 의식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극중 상황이 너무 열이 나니, 황당해서라도 절로 욕이 나왔던 것 같다.”
“제가 부담이 되었던 것은 촬영의 순서에서 오는 부담이었다. 먼저 촬영을 한 배우의 모습을 보고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종서 배우와 같이 액션과 대사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따로 컷을 찍으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할 수 있을까. 그게 내게 주어진 숙제였다. 정해진 답처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답을 찾으려 했다.”
“얼굴 마주 하고 연기를 한 것은 많지 않았다. 먼저 하고, 나중에 하고. 자기 분량 촬영할 때 옆에서 대사를 맞춰주기도 했다. 그렇게 상황의 갭을 줄여나갔다.”
- 두 사람의 몸싸움 장면은
“실제로 둘이 만나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합을 맞춰 액션을 펼치는데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었다. 촬영에 몰입하다 보니 둘 다 격해진 모양이었다. 스태프 분들이 컷을 외치더라. 아슬아슬했다고 하더라. 다치진 않았고, 안전하게 촬영이 끝났다. 다들 뜯어 말리셔서 오히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우리가 현장에서 느꼈던 감정이 전달된 것 같아서 기쁘다”
-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연기를 평가한다면.
“영숙이라는 캐릭터는 광기이다. 설득력 있게 광기를 분출한다. 종서 배우가 가지고 있는 솔직한 감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종서 배우는 솔직한 친구이다. 저에게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영숙이 캐릭터와 다르게 표현하는 것도 있었다. 그게 재미있었다.“
● 방법을 찾을 것이다
- 서태지 음악이 나온다. 서태지는 알겠죠?
“기억하죠.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할 즈음에 태어났다. 저는 서태지가 컴백하며 발표한 ‘울트라맨’세대인 셈이다. 2000년 쯤이면 나도 중학생이었으니. ‘난 알아요’는 음악으로만 알죠.”
- '미래 사람'이 '과거 사람'보다 유리할까?
“현재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정보력으로 상황을 파악하여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키는 과거 사람이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초반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이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서연처럼 방법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충현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상업영화 데뷔작인데 동갑이다. 감독님의 장점은 굉장히 또박또박, 조곤조곤 자기가 이해하는 것을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찍다 보면 서로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갭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명확히 알고, 잘 융화시켜나간다. 의구심이 드는 부분에서는 타당성 있게 해결한다. 데뷔하시는 분에게 의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생각이 잘 잡혀 있었다. 감독님이 설명하는 서연이 캐릭터를 들을 때 확신이 들었고, 든든했다.”
- ‘콜’ 마지막 장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싶은가. (영화는 자막이 다 오르고, 두 캐릭터가 저 멀리 걸어나가면서 또 다른 변화가 생긴다)
“앞 인터뷰에서 영숙이가 결국 이긴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끝나면 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 극중 엄마, 김성령과의 연기 호흡은?
“선배와는 세 번째 만남이다. 드라마 ‘미남이세요’와 ‘상속자들’에서 같이 연기했었다. 선배님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분도 절 워낙 좋아하시고 예뻐해 주셔시고. 이번에 촬영하면서 애틋함도 있었다.”
- 블루스크린 작업 소감은?
“촬영 현장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터널 장면은 개조한 차량에서 블루스크린으로 촬영한 것이다. 인물이 찢어나가는 장면은 상상하면서 찍은 것이다. 감독님이 소스를 보여주었지만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촬영을 하면서 아버지 생각도 하고, (극중 아버지인) 박호산 선배도 떠올리고 그랬다. 세트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더라. 사실 엄마에 대한 오해나 원망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 때문에 영숙에 대한 복수심이 확 바뀐다. 아마 그 장면이 연기하기가 어려웠던 장면이었던 것 같다.”
● 최대 수혜자 박신혜, 넷플릭스
- '살아있다'의 글로벌 공개에 이어 '콜'도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관객을 만난다. . 어쩌면 박신혜 배우가 최고의 수혜자인 것도 같다. 소감이 있다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다. 사운드나 분위기, 장르영화가 가진 희한한 섬뜩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으슬으슬한 느낌. 그런데 스트리밍 서비스로 그런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작은 화면의 단점일 수도 있다. 우리영화의 디테일이 안 보이면 어쩌지 걱정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원할 때 볼 수 있고, 전 세계 분들과 같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 박신혜가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더 넓게 생각하면 우리 (한국) 영화스태프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실력을 인정받고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
"우리 영화가 그렇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있었다. 시간을 통해 어떤 상황을 바꾸었을 때 감당해야 하는 인물의 대가, 대가를 치르는 한 사람의 처절함, 그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감정이 다 다를 테니 세계의 많은 분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가.
“JTBC 드라마 <시지프스> 촬영하고 있다. 5회차 분량이 남았다. <콜>과 <살아있다> 촬영을 끝내고 지난 5월부터 <시지프스>를 촬영했다. 촬영 끝나고 내년 2월에 방송될 예정이다. 그러니 내년 2월까지 <콜> 사랑해 주시고, 그 기운이 <시지프스> 방송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조승우 선배와 성동일 선배가 나오신다. <시지프스>도 <콜>처럼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JTBC가 심혈을 기울이는 큰 작품이니 이 또한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박신혜는 ‘콜’ 인터뷰 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드라마 ‘시지프스’에 출연하는 보조출연자가 확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신혜 배우는 음성 판정을 받아 이날 ‘화상’ 인터뷰가 예정대로 진행된 것이다.
“오늘 인터뷰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 . 촬영 일자는 겹치지는 않았지만 다음날 스태프를 만났기에 검사를 받은 것이다. 그날 현장에 있던 스태프 분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길 기도한다.“
한편, JTBC는 방역 차원에서 '시지프스'를 비롯하여 촬영 중인 드라마 '설강화', '허쉬' 촬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여배우, 길을 열다
- 30대가 되었다. 여배우의 각오.
“자연스럽게 나에게 찾아오는 작품이 있는 것 같다. 20대 때에는 풋풋하게, 성장하는 그런 작품이 저에게도 어울렸던 것 같다. 지금도 때에 맞는 작품이 찾아온 것 같다. 내가 겪어 왔던 인간관계,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쳤던 문제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일 때, 신기하게도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되더라. 또 내가 준비가 되었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그런 작품을 만나게 된다. <살아있다>도 그랬다. 풀리지 않은 매듭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무엇일까 생각할 때 <콜> 제안이 왔던 것이다. <콜>로 나의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시간이 왔던 것이다. 그렇게 펑 터지자 길이 생기더라. 물꼬가 터져 다음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좀더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다양한 장르를 하고 있다. 솔직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재미를 찾고 해피해지고 싶었다. 해야 하는 말들을 피한 채 도망 가려는 순간이 생기더라. 지치고 힘드니까. 그런데 꼭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잖은가. 날카롭게,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하는. 사람과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랑이야기, 친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 30대가 된 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소탈하게, 잔잔하게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그런 생각이다.”
- 결국 ‘콜’이 공개된다. 오래 기다린 팬들에게 한 마디.
“올 3월부터 선보이고 싶었던 영화라 더 애착이 간다. 비록 극장은 아니지만 많이 관람하시기 바란다. 혼자 보면 무서우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안전하게’ 보셨으면 한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 콜로 짜릿함을 느꼈으면 한다.”
배우 박신혜는 “기자들과도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사회가 끝나고 떨리며 인터뷰하던 때가 그립다.”며 감기 조심하고, 코로나 조심하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 박신혜/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