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잭 케루악, 앨런 긴스버그와 함께 1950년대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퀴어』가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비트 세대’는 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중반에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중심으로 대두된 보헤미안적 인문학, 예술가 그룹으로 1960년대 히피 세대들과 그 이후로도 이어질 미국의 ‘서브컬처’ 탐구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윌리엄 S. 버로스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1936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엔 유럽을 방랑하고, 사설탐정, 해충 구제업자, 바텐더, 신문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그는 뉴욕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케루악, 긴스버그 등과 함께 자기 파멸적인 자유를 극단으로 추구하는 삶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윌리엄 버로스는 냉소적이며 드라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자전적 인물인 주인공 ‘윌리엄 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묘사, 그리고 그들이 몸담았던 세계를 깊숙이 탐구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잇단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었고,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동성애와 마약 중독을 다스리고자 1950년에 미국을 떠나 여러 나라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가『퀴어』의 배경인 멕시코시티와 남미로 간 이유도 그래서였다.
버로스의 데뷔작 『정키: 회복되지 못한 마약 중독자의 고백』과 『네이키드 런치』에 이어 『퀴어』에도 소설 속 화자인 ‘윌리엄 리’가 등장한다. 윌리엄 리는 마약중독과 치료의 과정을 오가고 있다. 그는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거친 폭력이 공존하는 도시 멕시코시티에 와 있다. 그는 여러 술집을 전전하면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군인출신의 미국인 대학생들과 게이들, 술집 주인들과 덧없는 만남을 반복하다가, 아름다운 청년 유진 앨러턴을 만난다. 리는 앨러턴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지만, 앨러턴은 리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다. 리는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욱 긴 장광설을 늘어놓고 광대 같은 행동을 일삼는다. 리는 앨러턴을 끈질기게 설득해서 함께 신비로운 약초 야헤를 찾아 남아메리카 끝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결국 허무와 파국이다.
소설 『퀴어』는 1952년에 쓰였으나 버로스는 1985년에야 비로소 이 작품을 출간한다. 그가 거의 30여년의 세월 동안 외면했던 이 작품에는 깊은 죄책감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버로스는 떠들썩한 파티를 벌이다 만취하여 ‘빌헬름 텔 놀이’를 하다가 총기를 잘못 쏘아 아내 조앤을 죽게 한 것이다.
민음사가 펴내는 『퀴어』에는 이처럼 복잡한 창작배경과 작가의 심리상태,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가 작가의 취사선택을 통해 이 소설에 들어가게 된 원고들의 운명에 관한 소상한 연구를 다룬 편집자 올리버 해리스의 2009년판 서문이 작품 해설로 수록돼 있다. 이는 버로스가 이끄는 무의식과 운명의 미로 속으로 떠나기에 더없이 적합한, 작품 『퀴어』를 위한 안내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음사가 펴내는 『퀴어』는 『정키』, 『싱글맨』,『빅 픽처』 등을 우리말로 옮긴 전문번역가 조동섭이 번역했다.
소설 <퀴어>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 <챌린저스>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대니얼 크레이크가 주연을 맡은 영화 <퀴어>는 6월 20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보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소설을 읽었다면, 이번에는 소설 보고, 영화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사진=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