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앨범 산
대지의 강렬함과 고요함이 맞닿아 있는 미국 서부의 유타주. ‘유타(Utah)’라는 이름은 이 지역에 살던 유트족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실제로 주도인 솔트레이크시티의 해발고도는 1,800m가 넘고 대부분의 지역이 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대지를 품은 땅, 유타. 그중에서도 자연이 빚어낸 다채로운 지형이 펼쳐진 자이언 국립공원의 엔젤스 랜딩 트레일을 따라 배우 이수련 씨가 여정을 이어간다.
자이언 국립공원의 관문 역할을 하는 스프링데일 마을을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1919년에 설립된 자이언 국립공원은 미국 3대 캐니언 중 하나인 자이언 캐니언을 품고 있으며 이 지역은 한때 바다였던 땅이 지각 변화와 침식을 거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3월 초의 자이언 국립공원은 아직 겨울의 숨결을 품고 있다. 해발 2,000m에 달하는 고원지대엔 발목까지 눈이 쌓여 있고 초록빛 나무와 흰 눈이 어우러져 계절의 경계를 흐려 놓는다. 일행이 걷고 있는 길은 태평양판과 대륙판의 충돌로 형성된 콜로라도 고원의 일부다. 수천만 년에 걸쳐 물줄기들이 이 고원을 깎아내며 수많은 협곡을 만들어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금 발아래 흐르는 버진강 협곡이다.
영상앨범 산
길을 이어갈수록 붉은 암벽들이 겹겹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시야를 가득 메운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비좁은 산길. 바위와 바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잇는 구간은 이 여정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1916년, 목사였던 프레드릭 비닝 피셔가 자이언 캐니언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천사만이 착륙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이름 붙여진 엔젤스 랜딩 트레일. 가파른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마지막 길은 이름처럼 ‘천사의 길’에 어울리는 풍경이 드러난다.
양옆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이 펼쳐진 좁은 절벽 길은 철제 사슬을 꼭 붙잡고 거의 네 발로 올라야 할 만큼 아찔하다. 지탱할 손잡이마저 없는 구간에서는 한 발 한 발이 곧 결단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긴장감을 이겨내고 마침내 도착한 정상. 천사가 내려와 잠시 머물다 간 것처럼 붉은 협곡과 푸른 하늘이 맞닿아 말 그대로 압도적인 풍경이다.
끝없는 시간의 흐름이 조각한 위대한 풍경 위에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 새겨진 대자연의 걸작품, 미국 캐니언을 <영상앨범 산>과 함께 만나본다. 방송은 18일(일) 오전 7시 10분 KBS 2TV.
◆ 출연자 : 이수련 / 배우
◆ 이동 코스 : 이스트 메사 트레일 입구 – 옵저베이션 포인트 / 약 4.8km, 약 3시간 소요
그로토 트레일 입구 - 엔젤스 랜딩 정상 / 약 4km, 왕복 약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