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개발한 게임 ‘일랜시아’를 기억하시는가. 아직도 그 게임을 못 잊어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스탤지어를 그린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가 곧 극장에서 개봉된다. 국내 최초 게임 유저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클래식 게임 일랜시아의 16년 차 고인물인 감독이 ‘망겜’ 세계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일랜시아 왜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 제작진이 ‘일랜시아와 게임 초보’를 위해 영화에 등장하는 핵심 용어를 소개했다.
“길드, 길마”
영화를 연출한 박윤진 감독은 일랜시아 내에서 ’마님은돌쇠만쌀줘’라는 길드를 대표하는 길드 마스터, 즉 ‘길마’다. 마스터와 역할을 나누고 때로 ‘길마’를 대신하기도 하는 부 마스터는 흔히 ‘부길마’라고 줄여 부른다. 길드는 일종의 팀이자 공동체로써 중세 시대 상공업자들이 만든 동업 조합을 뜻하던 길드에서 유래한 용어이며,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대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마님은돌쇠만쌀줘’의 ‘부길마’인 ‘공아지’를 찾아가서 “일랜시아가 너무 생각나는 거야. 여기는 내가 생각한 지상낙원이니까.”라는 진솔한 답변을 듣기도 하고, 온라인 게임 세계 속 태풍이 한창이던 날에도 서로 만나기 위해 달려온 길드원과 정모를 가지며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매크로, 자사”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한 게임 내에서 재화 수집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간접 플레이 행위를 ‘매크로’라고 칭한다. 보통 게임에서 일정하고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는 구간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는 방식이다. 불법 행위이지만 게임 시스템이 허술할수록 빈번하게 일어난다. 일랜시아 역시 관리자의 부재로 오랜 시간 각종 해킹과 버그에 시달려 왔음은 물론, 본래 캐릭터가 수동으로 해야 하는 사냥을 자동으로 하도록 만든 불법 매크로 ‘자동 사냥’이 활성화되어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유저들은 “일랜시아는 시간을 쏟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현재 넥슨의 방관은 “대놓고 매크로를 돌리라는 뜻”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또한 온라인 세계에서 원하는 바를 쉽게 얻기 위해 사용하는 불법 매크로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부조리한 행태와 그로 인한 청년 세대의 박탈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공감과 깊은 여운을 전한다.

“루트”
‘루트’는 비공식적인 캐릭터 육성법을 뜻한다. 일랜시아 안에는 전사, 대장장이, 마법사, 음유시인, 미용사 등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과 능력치가 발달한다. 불법 매크로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유저들은 강한 캐릭터를 갖기 위해 이미 여러 사람에 의해 검증된 ‘루트’, 즉 정해진 길을 선택한다. 심지어 돈을 받고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부주’에게 계정을 맡기기도 한다. 한 유저는 “내가 여기서 더 뭘 해야 하고 그러기가 겁나”라며 꿈을 꾸기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영화는 게임 문화를 통해 성취감이 희소한 경쟁 사회 속 현실을 바라보며, 성공하기 위해 남이 정해놓은 길을 가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청춘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다.
게임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현실에 접목하며 참신한 성찰을 이끌어낸 <내언니전지현과 나>는 12월 3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내언니전지현과 나'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