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장류진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단막극 '일의 기쁨과 슬픔'(연출 최상열)이 방영됐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 인생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주인공 안나(고원희 분)가 회사 동료인 제니퍼(김보정 분)와 함께 커피를 사러 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조직 생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그는 우동마켓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회사원이다.
우동마켓은 직거래 어플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다. 우동 한 그릇을 후루룩 먹듯 빠르게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안나는 출근하던 중 기획자를 구인한다는 공고를 보고 나서 자신이 잘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무룩해진다.
회사에 출근한 안나를 향해 데이빗(오민석 분)은 즐거운 인사를 보내지만 안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때마침 날라온 카드값 결제 문자는 더욱 하루를 괴롭게 만들었다.
한편, 안나는 케빈(김영 분)과 사이가 좋지 않다. 개발자인 그와 의견 충돌이 있는 것은 물론, 안나에게 매번 한숨을 내쉬며 안나의 잘못도 아닌 결과물에 대해 눈치를 주기에 관계는 더욱 안 좋아지던 차였다. 이어 사소한 문제로 앤드류(송진우 분)에게 혼까지 나게 되며 안나의 하루는 엉망으로 돌아갔다.
결국 시스템 오류 문제를 해결하다 안나는 케빈과 크게 충돌하게 되고 옥상으로 가서 말다툼을 벌였다.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게 된 케빈과 안나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서로에게 악감정을 품게 됐다.
그러던 중 안나는 유저 '거북이알'을 발견했다. 그는 강남 및 판교 지역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글을 올리며 새 상품을 인터넷 최저가보다 조금 더 싸게 파는 유저였다.
온통 앱에 그의 글이 도배해있는 걸 발견한 후 이 유저가 서비스를 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한 데이빗은 '거북이알'을 찾아 나서는 미션을 안나에게 줬다.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미션을 떠맡게 된 안나는 쓸쓸한 표정으로 '거북이알'을 만나러 갔다.
의외로 만난 '거북이알'은 평범한 회사원 이지혜(강말금 분)였다.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하자"는 이지혜와 테이블에 앉은 그들은 이지혜가 공연기획팀에 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나가 평소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스미르노프의 공연을 맡게 된 그는 오랜 기간 섭외에 열을 올렸고 결국 성사시켰다.
하지만 공연 전 포스터를 업로드 한 이지혜는 회장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자신의 SNS에 제일 먼저 알리고 싶었던 소식이었지만 먼저 공연 포스터를 업로드한 이지혜에게 회장은 폭언을 던지며 종이를 던졌다.
이후 타 부서로 이동을 당한 그는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다시 회장을 마주쳤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사람들이 포인트를 좋아한다"는 이지혜의 말에 회장은 앞으로 그에게 1년 동안 월급을 포인트로 받으라는 어이 없는 지시 사항을 명했다. 그렇게 그는 포인트를 돈으로 바꾸기 위해 직거래 앱에 포인트로 산 물건들을 올려 팔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어이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 판교에서 일하는 회사원인 안나를 중심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회사 생활에 대해 담고 있다. 일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무게 중심을 잡으며 버티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경직된 직급 체계를 타파하기 위해 영어 이름을 쓴다고 하지만 여전히 "앤드류께서~"라며 한국식 문법을 쓰는 회사의 모습,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을 대놓고 혼내거나 아침 조회를 길게 하는 상사는 한국식 회사가 지닌 사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히 위치의 높낮음에 상관 없이 회사원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 또한 담겨 있다. 데이빗이 '우동마켓'을 파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CEO 또한 같은 처지에 있는 회사원이자 사회가 보는 기준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케빈에게 사과를 하고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안나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일로 인해 부딪히고, 때론 화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회사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섞여 살아가는 올바른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한다.
포인트로 월급을 받은 이지혜가 "내가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어김없이 날은 밝고, 여전히 난 이 세계에 존재한 채로 출근도 해야 한다"고 털어놓는 장면처럼, 우리는 오늘의 하루에 어떤 일이 벌어졌든 꿋꿋이 내일을 향해 걸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슬픔과 기쁨'은 우리 모두가 그렇게 다 살아가고 있음을,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오늘도 괜찮다'고. '다 잘 견뎌냈다'는 위로를 건네며 말이다. (KBS미디어 정지은)
[사진 =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 일의 기쁨과 슬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