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로코의 여신 신민아가 복수의 화신이 된다면? 선행의 아이콘이기도 한 신민아의 손에 날카로운 메스를 쥐어준다면? 지난 4월 4일, 오후 4시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악연>에서 신민아가 연기한 ‘주연’은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트라우마를 겨우 버티며 살아온 삶. 어느 날 그 놈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신민아는 의사이다. 어떻게 했을까. 신민아 배우를 만나 ‘악행의 업보’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신민아: “제가 맡은 역할은 극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전체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고,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서 계속 읽게 되더라.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연’이라는 인물은 다른 캐릭터들과 감정의 결이 달라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부분은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Q. ‘주연’ 역할을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신민아: “처음 대본에서는 초반에는 등장하지 않았는데,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도록 앞쪽으로 옮겨진 것 같다. 주연은 어릴 적 큰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이다. 지금은 외과의사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과거와 연결되는 사람을 다시 마주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너무 1차원적으로 표현하면 감정이 쉽게 읽혀버릴 것 같아서, 그 감정을 어떻게 천천히 쌓아나갈지 많이 고민했다. 그동안의 쌓인 고통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악연'
Q.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신민아: “무엇보다 대본이 굉장히 재밌었다. 제 이미지나 연기 색깔을 고려한 제안인 것 가다. 대본이 수정되면서 주연이 좀 더 능동적인 인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사람은 결국 똑같다’는 결로 표현해볼까 했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연은 달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 결이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에 맞았다고 생각한다.”
Q. 신민아 배우는 ‘신블리’라 불린다. 러블리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런 캐릭터, 이런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는.
▶신민아: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한 편은 아닌데도 그런 수식어로 불러주신다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고를 때 특별히 전략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나도 스릴러 장르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내가 저런 역할을 하면 어떨까 상상도 한다. 좋은 작품이라면 장르 상관없이 도전하고 싶었고, 이번 ‘악연’도 그런 기회였다. 앞으로도 스릴러든 로맨스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계속 열심히 해보고 싶다.”
Q. 김남길이 사려 깊은 연인으로 동반한다. 만약 그의 도움이 없었다면, 극중에서 주연은 또 다른 선택을 하였을까?
▶신민아: “주연이 ‘목격남’에게 약을 먹이고 ‘네가 죽어야 끝나’라고까지 말한다. 칼을 쥐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해결방식을 스스로 내려놓는다. 정민(김남길)이 막아준 것이지만 주연 스스로 결국 포기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칼로 찌르려다 결정적인 순간에 멈췄을 수도 있고. 같은 방식의 복수를 하는 것을 거부했을 것이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주연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과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피해자인 주연은 내면에서 고민하고 끌어안는다. ’결’이 다르다.”
넷플릭스 '악연'
Q. ‘목격남’을 연기한 박해수 배우의 연기에 대해.
▶신민아: “분장 때문에 처음엔 진짜 무서웠다. 저는 후반부에 촬영에 들어간 것이고,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된 뒤였다. 현장에서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박해수 배우가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 실제로는 천사 같고 따뜻한 분이다.”
Q. 김남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신민아: “이번에 함께한 모든 배우들이 모두 처음 같이 연기하는 것이었다. 김남길 씨도 마찬가지였다. 첫 만남부터 편안함이 느껴졌다. 장난기도 많고, 유쾌하게 대해주셔서 촬영장 분위기가 따뜻했다.“
Q. 원작 웹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신민아: “원작에서는 간호사로 나오는데 굉장히 피폐한 모습이다. 대본 초고부터 주연은 의사로 바뀌었고, 수동적이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감독님은 그런 변화에 대해 ‘겉으로는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한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어두운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런 캐릭터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낯설고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원작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이미지만 참고했다.”
Q. 외형적으로도 주연은 건조하고 푸석한 느낌이 든다.
▶신민아: “감독님이 보여주신 레퍼런스 이미지들이 색조가 거의 없는, 메마르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분위기였다. 인물의 감정선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 조명도 그늘진 톤이 많았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얼굴의 결로 드러내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인물이니 그런 분위기를 외형에서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신민아
Q. <악연>에는 많은 악인이 등장한다. 최고의 악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신민아: “정말이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나쁜 사람들이다. 제 입장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사채남’(이희준)이 가장 용서가 안 된다. ‘안경남’(이광수)은 유일하게 저와 직접 관련 없는 인물이라 감정적으로는 거기까지 닿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극중 역할로서는 박재영이란 인물에 대한 감정이 가장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Q. ‘악연’에서 보여주는 업보에 대해. 주연은 결국 마음의 안식을 얻었을까.
▶신민아: “결국 ‘업보’이다. 나쁜 짓을 하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게 된다. 영어 제목이 ‘까르마(Karma)’인 것도 그런 메시지를 담은 것 같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거나 복수를 완성했다고 해서 곧바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연은 칼을 내려놓는다.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고통에서 멀어지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Q. OTT 작품은 처음이다. 소감은?
▶신민아: “OTT가 처음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공개되고 나니 ‘아,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보고, 다양한 반응이 바로 나오는 게 신기했다. 다른 OTT 플랫폼들도 함께 성장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차기작 계획이 있나.
▶신민아: “곧 공식 발표가 나올 것이다. 만약 정해진다면 그 작품도 집중해서 잘 준비하고 싶다.”
넷플릭스 '악연' 제작발표회
신민아, 김남길과 함께 이희준, 박해수, 이광수, 공승연 등이 출연한 <악연>은 과거의 끔찍한 ‘악연’으로 이어진 사람들의 업보가 어떻게든 결말을 보게 되는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이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