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인 동시에 고단한 삶의 고개인 곰배령의 밥상이 찾아온다.
19일 (목) 방송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강원도 곰배령의 초겨울 밥상을 알아본다.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한 점봉산 해발 1,164m에 오르면, 곰이 하늘을 보고 누운듯한 모양의 곰배령이 펼쳐진다. 봄부터 가을이면 야생화와 초록이 물드는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원시의 숲 곰배령은 과거 콩과 팥을 이고 고개를 넘어 양양 장을 가던 길이었고, 공을 차며 뛰어놀던 삶의 공간이었다. 사계절을 담은 산을 닮은 사람들이 전하는 넉넉한 한 상은 어떤 것일까.
곰배령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은 바로 강선마을이다. 23년 전, 강선마을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어룡 씨. 계곡이 흐르는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지어룡 씨의 집은 아들의 고향이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아들을 위해 직접 채취한 잣과 당귀를 넣은 한 상이 마련됐다. 아들이 숲을 닮아 배려심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아들의 영원한 고향인 곰배령에서 선보이는 인생의 참맛이 궁금해진다.
겨울 필수 코스 김장에 돌입한 귀둔리 오작골의 박병우, 박순덕 부부의 밥상 위에는 감자옹심이가 올라왔다. 가을 내내 여물어 굵고 맛 좋은 감자들로 만든 옹심이와 언감자떡구이, 그리고 양미리구이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별미 밥상이 완성됐다.
3년 전 고향 곰배령에 돌아와 욕심 없이 남은 인생을 재밌게 보내고 싶다는 박순덕씨의 이야기가 담긴 상차림이 기대된다.
한편, 1년의 절반이 겨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 길고 추운 설피 마을에도 '한국인의 밥상'이 찾아간다. 눈이 한바탕 내리면 설피를 신고 길을 내기도 하고 사냥을 나서기도 했다는 설피 마을 사람들.
이제는 길도 좋아지고 예전처럼 눈도 많이 오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모여 옛 추억을 나눈다.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따뜻한 돼지 뼈 국과 냉이 무침, 도토리가루로 만든 배추 전이 올라온 설피 마을의 밥상은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곰배령만큼이나 넉넉한 정이 느껴진다고.
곰배령의 초겨울이 담긴 따뜻한 밥상은 11월 19일 (목)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만나볼 수 있다. (KBS미디어 박채원)
[사진 =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