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가블러’ 간담회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32년 전 <짜장면>이란 작품으로 무대 연기를 펼친 적이 있는 이영애는 내달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롤인 '헤다 가블러'를 연기한다. LG아트센터 25주년 기념작품으로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는 헨리크 입센의 1890년 작품으로 억압된 시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파고든 클래식이다.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의 LG아트센터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는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전인철 연출가와 이영애, 백지원,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배우가 참석했다.
<헤다 가블러>의 총괄기획자이기도 한 이현정 센터장은 “마곡으로 옮긴 LG아트센터가 4년차를 맞이한다. 세계적 거장의 작품, 좋은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며 많은 창작인에게 예술적 영감과 자극을 줬다고 자평한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작품을 세계에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출자와 배우의 작품이 무대에 선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게 될 것이다.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헤다 가블러’ 간담회
이영애는 “어릴 때 연극을 했었다. 계속 무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이 헨리크 입센 작품을 번역했는데 입센 작품 중 연기를 한다면 헤다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이렇게 헤다 가블러를 연기하게 되었다.”며 “항상 자기 작품에 100프로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저도 매 작품 끝나면 ‘더 잘 할 걸’하는 마음이 있다. 하반기에 방송예정인 드라마 <은수 좋은 날> 촬영을 끝내고도 그랬다. 타이밍이 좋게 이 작품을 하게 되었다. 더 집중하여 공부하는 자세로 헤다 가블러를 연기할 것이다. 힘든 점도 많지만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뭔가 보여드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창작의 작업을 한다는 것이 확실히 다를 것이다. 와서 보시면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이모 역으로 널리 알려진 백지원은 “최근 <붉은 낙엽> 공연을 보았는데 너무 좋았다. 그걸 보며 무대에 대한 열망이 다시 일었는데 이틀 뒤에 LG아트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면서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평일이든 주말이든, 불편한 의자에 오롯이 앉아 공연 보는 수고를 감당하시는 관객 분에게 감사드린다. 공연장을 찾는데 이런 작품이 도움이 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LG아트센터에서 이영애 주연의 <헤다 가블러>가 공연될 때 이혜영 주연의 <헤다 가블러>가 국립극단 버전(명도예술극장)도 막을 올린다.
전인철 연출은 “같은 시기에 공연이 된다기에 부담이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차이점도 있을 테니,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공연은 대극장 공연답게 대규모 무대와 영상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고 했다.
‘헤다 가블러’ 간담회
이현정 센터장은 “이 작품을 준비하며 어떤 각색, 번역본을 선택할 것인지 연출자가 많은 논의를 했었다. 리처드 이어가 직접 각색하고 연출했던 대본이 좋았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며 캐릭터를 정교하게 직접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게 차별되는 지점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영애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여성으로서의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때 만난 작품이 헤다 가블러이다. 내가 2~30대에 이걸 만났다면 제대로 공감할 수 있었을까. 헤다는 독특하고 특이한 인물이지만 공감할 수 있다. 시대를 떠나 분명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저도 지금 배우들과 창작진과 함께 찾아가고 있다.”
32년 전 ‘짜장면’을 공연했던 이영애는 “그때 천사를 연기했다. 지하철에서 전단지도 돌리고, 포스터도 붙이고 그랬었다.”며 “<헤다 가블러>에서는 1막에서 4막까지 퇴장 없이 이끌어가는 책임감, 부담감이 있지만 좋은 배우들과 좋은 연출자와 하나가 되어 연습하고 있다. 캐릭터를 연구할수록 달라진다. 하루하루가 다르고, 한 번 읽을 때와 열 번 읽을 때가 다르다. 내가 모르던 나의 색깔이 나올 때가 있다. 아마 관객 분들도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 더 좋을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헤다가 되려고 한다.”
작년 세익스피어극 <햄릿>에서 햄릿을 연기했던 이승주는 ‘여성 햄릿 극’이라는 평가를 받는 <헤다 가블러>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을 때 극적이라고 말한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극적인 인물이 있을까. ‘햄릿’과 비슷한 점이라면 주인공이 끊임없이 갈등하고, 깨부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햄릿도 헤다도 그 점에서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헤다 가블러’
작년 전도연 주연의 연극 <벚꽃동산>으로 연극 매니아를 열광시켰던 LG아트센터의 작품 선정과 관련하여 이현정 센터장은 “<벚꽃동산>은 호주 출신의 연출자(사이먼 스톤)가 참여했다. 기존과 다른 시스템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신선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자극이 되었다. 계속 내나가면 좋은 영향이 될 듯하다. 글로벌한 작품을 계속 해나갈 것이지만 우리 창작진의 작품도 생각 중이다. 우리 창작진의 작품이 적기에 세계무대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5년 된 LG아트센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인 ‘헤다’역에 이영애,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에 지현준, 헤다의 과거에 있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에일레트’ 역에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 역에 백지원, 전통적 가치를 가진 고모 ‘테스만’ 역에 이정미, 헤다의 하녀 ‘베르트’ 역에 조어진이 출연한다.
<키리에>, <나는 살인자입니다>, <지상의 여자들>, <목란언니> 등 현대 소설이나 희곡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이슈를 명료하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내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연출가 전인철의 첫 대극장 작품인 연극 <헤다 가블러>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사진=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