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김동일)를 연출한 김동일 감독과 영화가 제작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두봉 주교가 17일에 방송된 KBS1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에 전격 출연했다.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를 매개로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자들의 삶과 영화 비하인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먼저 15년 전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이 설립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다큐멘터리 촬영을 여러 번 거절했던 수도원을 설득, TV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제작될 수 있게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봉 주교가 16일에 단독 출연해,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보낸 66년의 삶을 자세히 공개했다.
작년에 한국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정식으로 취득한 두봉 주교는 올해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로, 1954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로 처음 한국에 온 사연부터 밝혔다. 사제의 길을 걷는 도중 선교사로서의 삶을 정했으며 파리외방전교회의 명령에 따라 한국에 선료사로서 처음 왔다는 것. 두봉 주교는 두 달 반에 걸쳐 화물선을 타고 온 사연부터, 어려운 한국어를 공부했던 과정, 김치 등 한국 음식에 적응한 과정 등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줬다.
또한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젊은 시절부터 여러 가톨릭 봉사 단체를 설립하여, 가출 청소년들 등을 도운 이야기, 1969년 ‘선교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해야 한다’고 여러 번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주교회의 결정으로 외국인인데도 초대 안동교구장을 지낸 사연 등 여러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특히 안동 교구장을 지내면서, 마산 주교였을 때부터 친분을 쌓았다는 김수환 추기경이 추기경이 되면서 마산 주교 당시 입었던 주교복을 물려줘서 입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안동에서 상지전문대학, 상지여자중학교, 상지여자고등학교 등 여러 학교를 설립한 사연이며 가톨릭 농민을 돕기 위해 당시 정부에 항의하다가 강제 추방을 당할 뻔한 ‘오원춘 사건’ 등 한국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애써온, 선교사로서의 66년의 삶 이야기를 들려줘 듣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1회만 출연 예정이었던 두봉 주교는 감동적인 삶 이야기로 다음 날 출연으로도 이어졌으나, 다 다루지 못할 정도로 방대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17일 방송에서는 김동일 감독도 함께 초대되어, 카르투시오 수도회 및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공개됐다. 작년 KBS에서 성탄절 특집으로 방영된 <세상 끝의 집-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3부작을 먼저 연출하고, TV 시리즈에는 없는 수도원의 겨울 장면을 추가 촬영하여 이번에 개봉하는 극장판을 완성한 김동일 감독은, 세상에 거의 공개되지 않은 수도원 생활과 영화에 관해 솔직하고도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들려줬다.
촬영이 이루어진 8개월간 수도자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한 김동일 감독은, 경북 상주에 있는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분원에서 살아가는 11명의 수도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할 일이 있을 경우 원장에게 미리 허락을 받을 정도로 엄격하게 침묵을 지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두봉 주교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드신 분, 하느님을 생각하다 보면 수도자들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침묵을 지키는 수도 생활에 보람을 느낀다’고 수도자들의 입장을 보태기도 했다.
KBS1라디오 ‘정관용의 “지금, 이 사람”’을 통해 영화에 관한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개한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 두봉 주교의 감동적인 삶과 영화 이야기는 <아침마당>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으며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일평생 봉쇄 구역을 떠나지 않고 고독과 침묵, 스스로 선택한 가난의 삶을 살며 세상을 향한 기도에 전념하는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의 모습으로 뜨거운 감동을 선사할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는 11월19일 개봉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