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쉬: 디렉터스컷
4K 리마스터링으로 만나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 디렉터스컷>이 파격적인 소재와 인물들을 다루는 만큼 그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크래쉬: 디렉터스컷>은 차량 충돌로 인한 죽음의 문턱에서 극한의 성적 흥분을 느끼게 된 ‘제임스’의 금기와 욕망의 경계를 넘나드는 풀 악셀 질주를 담은 영화. <크래쉬>가 차량 충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공개 당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만큼, 4K 리마스터링 개봉을 앞두고 극중 인물들을 소화한 배우들도 주목받고 있다. 제임스 스페이더와 홀리 헌터, 엘리어스 코티스가 바로 그 주인공들.
<크래쉬: 디렉터스컷>에서 주인공 ‘제임스’를 연기한 배우는 심리극부터 SF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강렬한 카리스마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제임스 스페이더다. 특히 그는 불안정하지만 섬세한 심리 표현으로 매혹적인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작품마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1989)로 제42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이후 <하얀 궁전>(1991), <스타게이트>(1994), <울프>(199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등 다양한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 [보스턴 리걸]과 [블랙리스트]에서도 뛰어난 연기를 펼쳐 에미상 드라마 부문에서 세 차례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현재까지도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크래쉬> 속 ‘제임스’는 제임스 스페이더에게 가장 도전적인 연기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귀가 중 발생한 자동차 사고 이후, 차량 충돌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게 된 자신을 발견하면서 성과 차량 충돌, 폭력이라는 금기와 욕망의 경계를 탐험하는 인물의 심리 변화를 관능적인 분위기로 표현, 관객들을 매혹적인 경험으로 이끈다.
크래쉬: 디렉터스컷
홀리 헌터는 <브로드캐스트 뉴스>(1988)로 제59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이후로, <피아노>(1993)에서 대사가 없는 캐릭터를 표정과 몸짓만으로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표현해내 아카데미와 칸영화제에서 동시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로도 <인크레더블> 시리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빅 식>(2017) 등 장르와 상업, 예술 영화 불문하고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 <크래쉬: 디렉터스컷>에서 그녀가 연기한 ‘헬렌’은 제임스의 교통사고 피해자이자, 제임스처럼 차량 충돌에서 성적 욕망을 느끼는 인물로, 그가 자신과 같은 욕구를 느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금기와 욕망의 세계로 이끄는 인물이다. 파격적인 욕망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연기하며 영화의 강렬한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마지막은 <크래쉬: 디렉터스컷>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인 ‘본’을 연기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개성파 배우인 엘리어스 코티스다. ‘본’은 차량 충돌을 예술적이고, 성적인 탐닉의 도구로 여기는 인물. 차량 충돌을 통해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중심적인 존재로 극중 압도적이 존재감을 자랑한다. 엘리어스 코티스는 전쟁에서 도덕적 갈등을 겪는 <씬 레드 라인>(1999), 심리적 압박감으로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셜록 홈즈>(2009), 독특한 유머 감각을 보여주었던 <좀비랜드: 더블탭>(2019) 등은 물론, TV 시리즈 [시카고 PD]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왔다. 엘리어스 코티스는 강렬한 눈빛과 차량 충돌에 완벽하게 사로잡힌 모습으로 ‘본’을 미스터리하고 긴장감 넘치는 인물로 그려내며 <크래쉬: 디렉터스컷>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크래쉬: 디렉터스컷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 디렉터스컷>은 3월 26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