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윤재호 감독은 그간 <뷰티풀 데이즈>와 <파이터>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경계에 선 이들을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그의 신작 다큐멘터리 <숨>은 그 시선의 끝자락, 즉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최종적 화두에 닿아 있다. 영화는 화려했던 생의 시작을 짧게 비춘 뒤, 이내 나이 들고 병들어 소외된 육신이 어떻게 세상과 작별하는지를 가감 없이 담아낸다.
카메라는 폐지를 주우며 "1500원 벌어"라고 읊조리는 노년의 고단한 삶부터, 육신이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다비식의 현장까지 차갑고도 정직하게 쫓는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죽음의 뒷모습을 정리하는 장례지도사와 유품정리사의 시선이다. 대중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직업군이지만, 윤 감독의 렌즈를 통해 투사되는 그들의 작업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종교적 숭고함에 가까운 예우로 읽힌다.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악취와 얼룩으로 남은 생의 흔적을 묵묵히 어루만지는 이들의 손길은,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웰빙의 질문을 '어떻게 떠날 것인가'라는 웰다잉의 문제로 치환시킨다.
윤재호의 카메라는 때로 잔인할 만큼 냉정하게 주검의 실존을 응시한다. 하지만 그 비정함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된다. 죽음 이후 남겨진 텅 빈 방과 삼베옷에 싸인 육신을 지켜보는 경험은 서글프지만 경건하다. "남편과 손을 잡고 자느냐"는 물음에 답하던 장례지도사 아내의 말처럼, 누군가의 마지막을 수습하는 그 손길이야말로 삶과 죽음을 잇는 가장 인간적인 접점일지 모른다. 인생의 절반을 넘어선 이들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기록 영화 이상의 묵직한 성찰을 안겨줄 것이다. (박재환.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