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시사회 현장
삶과 죽음의 내밀한 풍경을 다룬 우리 시대의 가장 철학적인 다큐멘터리 <숨>(Breath)의 시사회가 지난 6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숨>은 죽음을 마주하는 세 인물의 치열한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 가장 가깝고도 낯선 ‘죽음’에 관한 특별한 통찰과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다큐멘터리다. <마담B>(2018), <뷰티풀 데이즈>(2018), <파이터>(2021)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탈북민과 같이 시스템 변두리의 소외된 존재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삶을 집요하고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온 윤재호 감독의 신작으로 “터부시 되는 모든 것, 죽음 뒤에 남는 것을 마치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국내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장례지도사 유재철, 유품정리사 김새별이 목도하는 삶과 죽음의 내밀한 풍경을 따라 삶의 마지막 순간에 관한 입체적인 해석과 사유를 전하며 사는 의미와 죽는 준비에 관한 깊고 뜨거운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기대작이다.
윤재호 감독은 <숨>의 연출 계기에 대해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던 기억을 회고하며 “죽음을 곁에서 바라보는 과정에서 ‘사는 것이 무엇인가, 죽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며 “제작사 대표님의 소개로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김새별 유품정리사를 만나 함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전했다. 작품에 합류하게 된 이유를 묻자 유재철 장례지도사는 “매일 죽음을 다루면서 많이 성장이 됐던 것 같다. 다른 분들에게도 내 경험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전했고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고독사에 대한 문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 고 밝혔다.
작품 속 유족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쉽지 않았다. 대표님, PD님, 작가님, 스태프분들이 함께 노력을 했고 유재철 선생님을 믿으시는 유족분들이 많아 그 덕분에 가능했다”는 비화를 전했다.
유재철 장례지도사에게 우리나라 장례문화 중 어떤 점을 바꾸고 싶은지 묻자 “미국이나 일본은 돌아가신 분이 주인공이다. 유명하신 분이 아니라도 일반적인 분들도 다 (영결식을) 한다”며 고인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영결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오늘 남아있는 삶을 순간순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며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또한 죽음의 어떤 측면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10년 전 겪었던 교통사고의 순간을 떠올리며 그 이후로 그날을 두 번째 생일로 여긴다는 말과 함께 “살아온 것들, 내 일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윤재호 감독은 “‘남은 자들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무게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던졌고, 어떤 답을 찾았다기보다는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정리를 하나씩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재철 장례지도사는 작품에 담긴 본인의 경험을 통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삶을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재호 감독의 <숨>은 3월 1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인디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