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봉 주교가 10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 전격 출연했다.
두봉 주교는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이 경상북도 상주에 설립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감독:김동일) 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침묵과 고독의 영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는 두봉 주교는 한국에서 파란 눈의 선교사로서 보낸 66년의 감동적인 삶 이야기와 함께, 코로나 시대 봉쇄 수도자들의 삶이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두봉 주교는 아흔 둘의 고령의 나이에도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마늘 농사를 하고 있다는 건강하고 소박한 삶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보낸 지난 66년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견새와 같은 두(杜), 봉우리 봉(峰), 한자를 써서 ‘두견새가 우는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한국 이름 ‘두봉’에 대한 이야기, 작년에 한국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야기 등 두봉 주교의 한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소개됐다.
특히 어릴 때부터 신부의 꿈을 키워온 두봉 주교가 1953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54년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로서 화물선을 타고 두 달 반이나 걸려 전쟁 직후의 한국에 처음 입국한 이야기가 많은 감동을 주었다. 전쟁 직후의 한국에 오는 게 ‘선교사로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가슴 찡한 소회를 밝혔다. 또 가장 친한 친구가 6`25 전쟁에 군인으로 자원, 전사했다는 한국과의 가슴 아픈 인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제는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보낸 세월이 훨씬 더 긴 두봉 주교가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매주 한통씩 30년간 빠짐없이 편지를 보내온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회상하며 스스로를 ‘복 많은 사람’이라 얘기한 대목 또한 방청객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밖에도 낯선 언어인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연, 가톨릭 신자였던 농민 오원춘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돕기 위해 노력하다가 강제 추방까지 당할 뻔한 사연 등 두봉 주교가 한국에서 선교사로서 보낸 66년간의 삶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했다.
초대 안동 교구장을 지낸 인연으로 경북 상주에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 수도원이 설립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두봉 주교는 현재도 정기적으로 수도원을 방문하여 수도자들과 특정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시대, 영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가 ‘봉쇄 수도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며 관람을 적극 추천했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