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권의 시집을 냈고 천 편이 넘는 시를 발표한 시인 정호승. 일흔의 노(老) 시인이 다시 한 번 시를 읊는다.
정호승 시인의 오늘을 있게 한 순간들과 이 순간들이 알알이 맺힌 시를 한 권에 담은 신작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가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후 7년 만에 출간하는 이번 산문집에는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쓴 산문 등 60편이 실려 있다. 어린 시절의 사진부터 군 복무하던 시절, 부모님과의 한때, 존경하는 스승님과 찍은 사진 등 시인이 소중히 간직해온 20여 컷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에 맞춰 오늘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카페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연초에 시집을 낸 정호승 시인이 연말에 산문집을 출간한 것과 관련하여 “작가가 책을 낸다는 것은 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과 같다. 아이를 낳고, 쓰다듬고, 품에 안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앉았다. 지금 칠십을 기념하는 산문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물리적 나이를 스스로 기념하는 것은 소중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산문집 제목을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수선화에게>라는 시와 관련된 산문의 마지막이 그 구절이다. 산문을 정리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라는 마지막 구절로 자연스레 산문을 마무리했고 이것을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이해를 통해 외로움을 긍정하는 것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천 편 이상의 시 가운데 40여 편을 골랐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일까. “시인이 시를 써놓고 애착을 갖는 경우는 어렵다. 시는 완성이 없다.”고 운을 뗀 뒤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주었던 시는 <수선화에게>이다. 수선화에 빗대어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또 다른 시는 <산산조각>이다. 인도에 갔다가 산 흙으로 만든 부처님 기념품인데 볼 때마다 그 부처님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까 걱정을 했었다. 불가에서는 내일은 없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 깨달음에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썼다. 많은 독자들도 나처럼 산산조각의 마지막 4행을 삶에 큰 힘과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소개했다.
정호승 시인은 시대를 살아가면 시인의 역할에 대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으로서 단 한 편의 시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기쁨일까. 영혼의 배고픔은 어떤 양식을 섭취해야 한다. 시가 바로 그 영혼의 양식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시도 영원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마지막으로 코로나 시대를 사는 독자에게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희망은 절망과 고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다. 꽃이다. 희망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련의 질병들을 견디고 극복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타인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둬야 하는데 희망을 가지고 인내할 수밖에 없다.”고 마무리 인사말을 전하며 마스크를 섰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 정호승 시인/ 김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