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이냐 긍정이냐를 넘어서서 OTT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는 선도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Z세대의 탄생과 함께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OTT 서비스와 TV의 싸움을 넘어 거대한 자본에 의해 잠식될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해 두려워했던 과거를 뒤로 한 지금,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에 대해 고민하는 한국PD연합회 회장 고찬수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예능 PD 출신으로 우연한 계기를 통해 뉴미디어를 접했다. 그는 “우연히 조연출 때 인터넷 방송하는 순간을 보게 됐다. 그땐 영상 방송은 꿈도 못 꿨고 인터넷 방송은 오디오 방송을 의미했다. 그것을 보고 '앞으로 인터넷이 모든 미디어를 다 흡수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IT쪽 관심을 많이 갖게 됐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재밌는 경험을 쌓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OTT 서비스나 미래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갈 뉴 미디어의 거대한 자본에 대해서 경계하는 PD들도 있는 반면 고찬수 PD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에 속한다. 그는 이에 대해 “OTT가 더 이상 관심 사항이 아니다. 이 말을 한 이유는 이미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OTT에 대해서는 부정이냐 긍정이냐를 넘어서서 OTT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산업에 대해 이제는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는 선도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이제 지상파 방송사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찬수 PD는 ‘고찬수 TV’라는 유투브 채널을 시작했을 만큼 뉴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는 ‘인공지능 콘텐츠 혁명’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대중들에게 인공지능 콘텐츠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접목된 콘텐츠의 사례를 하나 꼽았다.
“최근 사례 중에 재밌게 봤던 건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만든 영화 ‘아이리시맨’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디에이징 기술이 사용됐다. 20대부터 70대까지의 이야기를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젊어지는 분장이 어렵고 모션 캡쳐 기술을 활용해서 하기에는 연기 집중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카메라도 제작했다.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상 처리를 할 때 생각보다 일상화 될 가능성이 높고, 코로나 시대가 오고 나서 해외를 굳이 나가지 않아도 실내에서 찍고 기술로 합성해서 그곳에서 찍은 것처럼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인공지능이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들어올 것이다”며 빠른 속도로 발전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강조했다.
책 출간 이후에도 그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그 사실을 알리려 했고 그중 하나가 유튜브라는 채널이었다. 그는 “책 쓴지 2년이 넘어 가니 내가 책 쓴 것도 사람들이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매주 할 수 있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사람들에게 리마인드를 하면서 업데이트를 하고자 했다”며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진 주제는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란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현실과 비현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Z세대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생긴 하나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는 이에 대해 “10대들이 '메타버스'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 그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있고, 밀레니얼 세대가 있고 Z세대가 있다. Z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앞의 세대들은 인간한테 사회화 과정을 거쳤는데 Z세대는 처음으로 기계하고 사회화를 하는 세대다. 기계하고 사회화 과정을 거쳐서 뇌가 형성됐기에 기존의 인류학을 보는 관점과는 다르다"며 Z세대의 특이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그가 언급한 '메타버스'는 현재 게임 산업에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고찬수 PD에 따르면 미국의 '포트 나이트'라는 게임이 요즘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포트 나이트'는 미국에 있는 게임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주로 언급하는, '메타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게임이라고 한다. 일종의 세컨드 라이프다. 사람들이 가상 현실 안에 아바타로 들어가서 생활을 한다. 작년 말부터 '포트 나이트'가 게임 안에서 접속자들이 오면 게임을 안 하고 다른 일들을 한다. 유명한 가수가 게임 안에서 공연을 하고 사람들은 그걸 그냥 쳐다본다. 처음에는 그 사람 실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해서 나오는데 왜 몇 천만 명이 보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때 '컨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격변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Z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그러한 특징들이 어우러져서 행태 자체가 다른 콘텐츠가 세상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행태에 맞춰서 콘텐츠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서 그 세상이 마치 현실처럼 생각하고 소비하고 사회화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생활이 되는 '메타버스'가 세상에 찾아올 것이다. 가상현실을 통해 콘텐츠를 더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 안에서 어떻게 산업을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찬수 PD는 콘텐츠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뉴미디어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지상파는 반 박자나 한 박자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선도해서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몇 년 안에 구현이 될 거 같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연관되어 있는 콘텐츠들이 더욱 쏟아져 나올 것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미디어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뜬금없는 것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KBS미디어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