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유지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1991), '마더'(2010), '그래도, 살아간다'(2011), '최고의 이혼'(2013)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꽃다발같은 사랑을 했다'(2021), '괴물'(2023) 등 시청자와 영화팬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작품의 대본을 쓴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坂元裕二)가 신작 영화 <첫 번째 키스>(원제:ファーストキス 감독:츠카하라 아유코)의 한국개봉을 앞두고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츠 다카코와 마츠무라 호쿠토가 주연을 맡은 영화 <첫번째 키스>는 이혼 위기에 남편 카케루(마츠무라 호쿠토)를 사고로 잃게 된 칸나(마츠 타카코)가 우연히 15년 전의 그와 다시 만나게 된 후 펼쳐지는 이야기로 26일(수)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Q. 이번 작품 <첫 번째 키스>에서 결혼을 주요 소재로 잡은 이유는?
▶사카모토 유지: 원래는 타인이었던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형태가 인간관계를 그려냄에 있어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부 문제는 보편적이면서, 쉽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Q. 첫번째 키스'가 영상화로 구현돼 처음 봤을 때, 시나리오 집필 당시 기대치 못했던 감동적인 순간은 언제였는지?
▶사카모토 유지: 두 남녀 배우들이 각각 45살과 29살란 나이의 설정에 맞게 연기한 부분이다. 목소리나 자세, 동작의 속도에 따라 그 정도로 훌륭하게 표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놀랐다.
첫 번째 키스
Q. 케루에게 미리 알려 전철 역에서 유아차가 떨어지는 걸 막아서 카케루가 살아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결론은 고려해 본 적은 없는지?
▶사카모토 유지: 대부분의 것은 결정되어 있고, 무엇을 하든 똑같은 곳에 도달한다는 주제 하에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칸나가 ‘처음에 바랐던 것’이다.
Q. 작가로 왕성한 창작력, 균질한 작품성과 독창성에 감탄하게 된다. 끊임없이 글을 내놓는 작가로서의 비결이 무엇인가? 매일의 목표나 올해의 할 일, 일생의 리스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카모토 유지: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능력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격려를 받으며 좋은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대가 없다면 창작은 하지 않을 것 같다.
Q.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브로커' '완벽한 가족' 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협업이 여러 차례 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한국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싶은 지 궁금하다.
▶사카모토 유지: 아주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도 훌륭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을 만나오고 있다. 그리고 나름 일본에서는 경력적으로 베테랑이기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세대들을 위해 한국과 일본의 창작을 잇는 다리가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Q. 마츠무라 호쿠토, 마츠 타카코 배우의 연기는 어땠는지, 그리고 각본의 매력이 특히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알려달라.
▶사카모토 유지: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배우로서 이미 평가받고 있다. 저는 두 사람의 매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썼고, 각본을 뛰어넘는 연기를 해주었다. 특히 코미디 부분 같은 것은 현실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런 장면이야 말로 두 사람의 섬세한 밸런스 조정이 발휘된 것 같다. 특히 개들이 에워싸는 장면이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Q. 사카모토 유지씨의 작품은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들로 주목받곤 했다. 평소 작품에 실제 경험을 녹여내는 편인지, 만약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는 어떤 경험을 녹여냈는지 궁금하다.
▶사카모토 유지: 어떤 이야기를 쓰든 경험을 살리는 편이다. 경험이라기보다 감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제 안에서 생겨났던 웃고, 화내고, 울었던 때의 감정을 기반으로 쓰고 있다. 결혼뿐 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는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실하게 마주하면 영화가 될만한 감정이 생겨날 것이라 느낀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유독 인기가 많다.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도 흥행이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카모토 유지: 그게 사실이라면 너무 기쁘다. 나 역시 한국 작품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가 더욱더 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저의 진심과 호의가 전해진 것일지도 몰라, 조금 쑥스럽기도 하다.
첫 번째 키스
마지막으로 사카모토 유지는 한국 개봉을 앞두고 "영화 <첫 번째 키스>는 평생 추억이 될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이혼 위기의 권태기 중년 부부. 그 부인이 시간을 넘어, 젊은 시절의 남편을 다시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부부의 이야기인데 타이틀이 첫 번째 키스라니 무슨 말이야? 그런 모순된 감정에 가슴 설레며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각본을 썼습니다."라며 "지금 사랑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 사랑을 동경하는 사람,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 모두 함박웃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기대의 허들을 최대로 올리고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제공: ㈜미디어캐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