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온
태곳적 자연의 신비가 가득하고 옛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진안고원. 산맥과 산맥이 부딪혀 만들어 낸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해발 700미터 고지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 고향 땅을 용담호에 묻고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수몰민들, 가난한 지난 세월을 감나무에 의지하며 살아낸 이들까지. 가장 먼저 겨울이 오고 더디 봄이 오는 땅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는 모습들이 진안고원의 눈부신 풍경과 함께 펼쳐진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에 걸쳐 있는 진안고원의 해발고도 700m 고랭지에서 평생 무 농사를 짓고 사는 77세 권윤기 씨. 힘들게 산을 오르내리며 농사를 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하루에도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이곳에선 작물이 야물게 잘 자라 자식 키우고 살 수 있었단다. 한때는 농사를 크게 지어서 일꾼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할 수 있을 만큼으로 규모를 줄였다. 진안고원 근처 전주와 익산에 사는 아들, 딸들이 주말이면 와서 일을 도운다. 고랭지 농사만큼 자식농사도 잘 지은 농부는 모든 게 진안고원 덕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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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고원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용담호는 진안군의 1개 읍 5개 면을 수몰시켜 만들어진 거대한 담수호다. 1990년 착공하여 2001년 10월에 완공된 용담댐으로 인해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되었다. 그중 일부는 용담호에서 어업허가를 받아 어부가 되기도 했고, 일부는 근처 새로 조성된 이주촌 마을에서 고사리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용담호가 수몰되는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오고 있다. 용담호를 바라보는 제각기 다른 시선과 호수 아래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틋한 모습을 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여름 폭염을 뚫고 비바람을 가르며, 진안 운장산 골짜기 마조마을에는 감이 알알이 여물었다. 마을 전체를 붉게 수놓은 감들은 수확해서 곶감을 만든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 마을 감은 씨가 없다. 씨가 있던 감도 이 마을에 옮겨심으면 씨가 안 생긴다고 하니 연구대상이다. 오묘한 자연현상과 운장산 지리적 특성으로 씨가 없는 데다 당도가 높아 입소문이 나면서 노인들로만 이뤄진 마을 농가의 높은 소득원이 되고 있다. 가난했던 젊은 시절엔 곶감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정작 주민들은 감은 못 먹고 껍질을 버리지 않고 먹었단다. 곶감 덕분에 자식 다 키우고 노년에도 소일거리가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다는 마조마을 어르신들을 만난다.
KBS 다큐 온 ‘설기획 진안고원에 삽니다’ 편은 2025년 1월 25일(토) 10시 25분에 KBS1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