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던 빅뱅의 전 멤버 TOP, 최승현이 몰락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대중 앞에 서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승현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시즌2에서 빌런 ‘타노스’를 연기한다. 작품 속에서 약을 하며, 게임을 즐기며, 랩을 한다. 최승현 배우를 만나 연기자로 컴백한 소감과 심정을 들어보았다. <오징어게임> 시즌2 라운드인터뷰 자리에 나선 최승현은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검정 양복에 검정 넥타이의 깔끔한 차림새로 시종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이들 속 찾았네 바로, 잡초들 사이 활짝 핀 내 Beauty flower, 빨주노초, I'm a legend 타노스, 푸르뎅뎅 녹색빛깔 내게 밝혀줘 그린라이트. I like you!”
Q. <오징어게임> 시즌2에 참여한 과정은?
▶최승현: “제작사를 통해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시나리오의 타노스 캐릭터를 보고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저의 지난날의 과오와 부끄러움을 직면해야하는 캐럭터였다. 냉정하게 보면 그런 이미지 캐릭터이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운명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 영상을 찍어 감독님께 보내드렸다. 대본 리딩을 하자고 해서 두 번 정도 했고, 캐릭터 디자인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찍었다.”
Q. 오디션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어땠는지. 다른 작품 제의는?
▶최승현:“그동안 출연 제의 들어온 작품은 없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7년이란 시간동안 아무도 절 찾아주지 않았기에, 이렇게 절 찾아준 황 감독님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과거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기에 하차도 생각했었다.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감독님께서 캐릭터를 함께 디자인해 주셨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오디션 합격 후 가족 반응은?) “솔직히 말씀을 못 드렸다. 맡은 역할이 역할인지라. 부모님에게 말씀드리기가...”
Q. 이미지가 박제될 수 있는 캐릭터이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최승현: “촬영 현장에서 수백 명의 제작진과 수백 명의 출연진 있다. 그들 앞에서 약물을 사용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부끄러운 과거와 대면하는 것 또한 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Q. 이번에 라운드인터뷰를 통해 처음 심정을 밝히는 것이다. 향후 행보는.
▶최승현: “앞으로의 행보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너무나도 감사할 뿐이다.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 있었다.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제가 실수를 저질렀고, 몰락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가본 적이 없어 심리적으로 피폐해졌다. 너무 어두웠고, 많이 무너졌다. 판단력도 없었고. 커다란 실수를 한 것이다. 너무 부끄럽게 생각한다.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빅뱅 활동 계획은, 가수 활동은 어떤 식으로 할 예정인가.
▶최승현: “저라는 사람은 빅뱅 팀 안에서 큰 피해를 준 장본인이다.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팀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오래되었다. 그 당시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지난 7~8년의 시간동안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음악실만을 오갔다. 어둠 속에서 음악작업만 계속했다. 음악작업을 할 동안 그나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계약기간을 끝내며 마지막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면목이 없었다. 앞으로 제가 해나갈 일은 감내해야한 것이다. 저 때문에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Q. 개인으로서 가수 활동을 할 것인가.
▶최승현: “음악작업을 했던 것은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음악작업을 할 때는 숨 쉬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작업만 해왔다. 수많은 음악을 만들어놓았다. 언젠가는 세상에 발표해야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Q. 타노스 연기에 대해.
▶최승현: “물론,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일 것이다. 감내해야한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그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타노스는 시나리오 안에서 과장된, 만화적 캐릭터로 묘사된다.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광대 같은 캐릭터이다. 감ㄷ고님은 좀 더 하이텐션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먹는 것이 강력한 각성제라는 설정이어서 높은 텐션을 요구한 것 같다. 반응이 엇갈리는 것도 알고 있다.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Q. 타노스의 랩 연기는 대본인지,
▶최승현: “대본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타노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능숙한 래퍼가 아니라 전형적이랄 수 있는 실패한 힙합 루저 같은 캐릭터여서 허술한 면도 있다. 대사를 보면 직관적이다. 캐릭터에 대해 나름 치밀하게 연구했다.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타노스처럼 중독된 사람은 그처럼 발음을 흐리거나 얼버무린다. 멈블랩’(Mumble Rap)이라는 랩 장르가 있다. 그런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극도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약을 먹기 전과 후의 연기 톤을 다르게 하려고 했다. 그런 것은 감독님과 만들어나간 것이다.”
Q. 임시완과의 액션신에서 부상은 입었다.
▶최승현: “지금은 완전히 회복한 상태이다. 액션신을 위해 (임)시완, (노)재원 씨랑 2~3주 액션스쿨을 다니며 합을 맞췄다. 시완씨는 액션경험이 많다보니 서로 많이 의지했다. 돈독하게 촬영한 것 같다.”
Q. 멤버들과는 연락을 하는지.
▶최승현: “평생 미안함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래서.. 죄책감이 있어 아직까지 선뜻 연락을 하고 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Q. 황동혁 감독의 다른 작품 제의가 들어왔다면.
▶최승현: “오겜에서는 정의로운 캐릭터가 아니어서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현시대 반영하는 내용이고, 약물문제나 루저 같은 덜 떨어진 인물이어서 선택한 것이다. 만약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쓰임’을 당하는 직업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참여할 생각이다.”
Q. 국내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와 홍보 활동에 빠졌다. 아쉽지 않은지. 최근 황 감독이랑 연락한 적이 있는지.
▶최승현: “감독님과 아직 연락한 것은 없다. 홍보일정이나 이벤트 참여 문제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 함부로 의견을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Q. 타노스가 부르는 노래나 ‘빨주노초’, 게임 도중에 추는 춤이 빅뱅 때의 춤 같다.
▶최승현: “춤 관련해서 올라온 글을 많이 봤다. ‘둥글게둥글게’ 때 추는 춤마저도 빅뱅을 생각하고 춘 것은 아니다. 전통 카우보이 춤에서 따온 것이다. ‘빨주노초’ 가사는 그 신 자체가 직관적인 힙합으로 오그라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19금 드라마’지만 짤은 어린아이들조차 많이 보니까. 타노스의 정신연령이 초등학생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런 병맛을 주려고 했다. ‘LAST DANCE‘ 가사라는데 그것도 내가 쓴 것인데 생각하고 한 것은 아니다. 랩 가사는 감독님이 써놓은 게 있다. 원래는 글자 수가 더 많았다. 감독님께 이야기해서 병맛 느낌이 나게 글자 수를 줄였다. 타노스는 능수능란한 랩을 하는 친구는 아니다. 실패해서 여기 온 친구이다. 우스꽝스럽고, 오그라드는 그런 느낌이 들도록 했다.”
Q. 국내반응이 엇갈리는 것에 비해 해외반응은 뜨겁다.
▶최승현: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참고는 하지만 먼저 한국관객에게 용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활동 중단기간에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진행상황은 어떤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달 관광 프로젝트인 '디어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2023년 말 발사 목표였으나 몇 차례 연기되었고, 결국 작년 6월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최승현: “영광스럽게 테스트에 통과되었다. 달에서 받은 영감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달에 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돌아오는 길에 지구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스스로 미워하는 시간이 길었다. 저 지구와 비교하면 한 톨 먼지밖에 안 되는 인간으로서 자극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제가 변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개발이 지연되다보니. 8명의 아티스트들이 수백 장의 계약서를 썼다. 신체포기각서나 다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있었다. 개발이 지연되었고, 취소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Q. MAMA에서의 빅뱅 공연은 보았는지.
▶최승현: “물론 봤다. 언제가 그 친구가 잘 되기만을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다. 20대 때 너무 찬란한 영광과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기에, 그 미안함으로 팀을 떠난 것이다. 재결합을 원한다는 팬들의 마음을 SNS를 통해 보면서, 그들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것 같아 괴로움이 컸다. 헤어진 가족 사진을 본다는 것이 당사자만큼 힘든 것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제가 경솔했기 때문이다.제가 괴롭기도 하고.”
Q. 소속사를 만드는 문제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최승현: “함께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지금은 팀을 꾸리는 단계이다. 공개하기엔 경솔한 단계인 것 같다. 진전이 있으면 알려드릴 것이다. 아직까지는 딱히 말씀드릴 게 없다. 정해지면 정중하게 요청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최승현은 2006년 아이돌 그룹 빅뱅으로 데뷔했고, 2022년 '봄여름가을겨울'을 끝으로 그해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종료하며 팀을 떠났다. ****
Q. 지금 심정은.
▶최승현: “많이 안정된 것 같다. 최대한 건강한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실한 청년이 되어, 보다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
’과오‘,’죄책감‘ ’피해‘ 등의 단어를 줄곧 사용한 최승현은 마지막으로 기자들에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주변도 없는데. 그동안 문제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건실하게,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쪽 보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마무리 인사를 하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사진= The SEED/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