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가 밝았다. 서점에는 트럼프2.0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예측하는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그리고 한국 정치적 상황도 다이나믹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방송미디어업계도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난 연말 <오징어게임2>의가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넷플릭스포비아’가 콘텐츠업계를 휘감고 있다.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이라는 팡파레 속에 성장 엔진에 대한 회의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시점에, 넷플릭스 천하 속 풍전등화 같은 OTT업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2024년의 성과를 결산하고 2025년을 전망하는 지침서 《OTT트렌드2025》이다. 2023, 2024에 이어 3년 째 트렌드 분석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업계의 전문가 유건식 , 한정훈, 노창희 세 사람이 힘을 모아 2025년을 예견한다.
우선 2024년 한해는 ‘슬픈 스트리밍의 시대’라고 평가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됐지만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는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BM을 필사적으로 만들어낸다. 전통미디어의 생태계가 붕괴되었고, 다양한 번들링이 나타나며, 그 사이에 ‘FAST’시장이 세를 얻고 있다.
《OTT트렌드2025》에서는 2024년 글로벌과 국내 OTT생태계 10대 이슈를 선정했다. 먼저 글로벌 시장에서 봤을 때 스트리밍 시장에서의 전쟁은 이미 넷플릭스가 승자임이 결정났다는 것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넷플릭스 구독자는 2억 8,272만 명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생존, 지속가능성을 염려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과 번들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SVOD, AVOD, FAST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이해관계를 떠나 합종연횡하고 있다. 기존보다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어 ‘그레이트 리번들링’이라고 명명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 이종 서비스가 뭉치는 것이다. 최근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네이버가 넷플릭스와의 가격결합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와 함께 'FAST성장', 'OTT의 AI수용', 'K-플랫폼의 해외진출',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 등 흥미로운 이슈를 소개한다.
최근 <오징어게임2> 공개와 함께 진행된 감독, 배우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와의 계약방식, 글로벌OTT의 관행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언급이 있었다. 기자나 연구가에게 제일 궁금한 것은 결국 데이터일 것이다. TV시청률과는 달리 넷플릭스의 정확한 시청통계는 알 수 없다. ‘FlixPatrol’ 같은 제한된 정보만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작년 넷플릭스와 영국작가협회가 체결한 작가료 합의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다. 단막극/시리즈의 최저극본료뿐만 아리라 추가사용에 대한 선급금 설정, 장기 사용에 대한 추가비용 제공 등 새로운 항목들이 신설되었다. 이는 미국작가노조 파업의 결과 쟁취한 성과물을 영국작가들도 받아낸 것이다. 이후 작가뿐만 아니라 배우들, 그리고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다른 OTT와도 비슷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 속에 넷플리스가 영국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BARB에 시청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한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도 일어날지 궁금하다.
또 하나의 이슈는 규제 관련이다. 유럽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유럽지역 콘텐츠쿼터제, 자국 콘텐츠에 대한 재정적기여 의무화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유럽 각국에서 논의되고 법제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SMAD법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프랑스 및 유럽 창작물의 제작 및 유통에 연간 매출액의 20%를 투자해야하고, 프랑스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25%이상을 유럽지역 콘텐츠로 구성해야한다는 것 등이다.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시킨 '렉스 넷플리스' 법안에 따르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위스 수익의 4%를 스위스 영화 및 TV프로그램 제작에 재투자해야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글로벌 OTT의 대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한국 콘텐츠 제작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 K-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원과 규제’를 열심히 마련 중이라고 한다. 다 망하기 전에 손을 써야할 것 같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적 미디어, 콘텐츠 업계를 호령할 동안 국내 극장과 방송사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대격변의 시기에 OTT업체만이, 제작사만이, 방송사만이 감당하기엔 파고가 너무 높으니까.
유건식, 한정훈, 노창희 공저 《OTT트렌드2025》를 보면서 그 격랑의 중심에서 키를 꽉 잡아야할 듯하다. 참, 《OTT트렌드2025》의 부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OTT시장의 선택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