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끝자락,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경기도 김포. 젊은 세대들이 대거 유입되어 활기를 더해가면서도 이북이 고향인 피란민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오일장이 도심 한가운데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한 바퀴’ 302번째 여정은 경기도 김포시에서 자연과 도시가 경계를 이루고 전통과 현대가 마주하는 삶의 다양한 흔적과 마주한다.
도심 속이지만 근현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북변동. 전당포, 비디오방을 비롯해 100년 넘은 가게의 흔적이 그대로인 이곳은 ‘백년의 거리’로 불린다. 그 오래된 골목길에서 ‘털레기’라는 생소한 이름의 음식을 파는 가게와 만났다. 각종 재료를 털털 털어 넣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털레기는 이북의 향토음식이다. 김포 장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작은 식당을 연 부부는 이북출신 어른들에게 털레기라는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생소했지만 비슷한 음식점을 돌고 오래 연구한 끝에 이북의 맛을 재연해냈고 손님들에게 고향의 맛이 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식당에서 내놓는 음식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어 쓴다는 사장 부부. 이윤을 더 남기기보다는 정직한 맛을 내는 게 더 큰 행복이라는 이들의 음식 철학을 맛본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 안에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동네지기의 눈에 들어왔다. 김포한옥마을은 88 올림픽 당시 외국인 손님맞이로 조성되었는데 지금은 전통예술을 체험하는 곳으로 재단장하였다. 김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강좌를 여는데, 색색의 아기자기한 보자기 공방이 발길을 이끈다. 어릴적 책 보따리를 직접 싸서 매고 다녔다는 이만기 씨의 야무진 매듭 실력에 놀라는 공예가. 그녀는 보자기의 다양한 색감과 주름에 따라 달라지는 기품에 반해서 19년간 다니던 여행사를 그만두고 공방을 차렸다고 한다. 집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흔한 보자기가 아기자기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본다.
▶ 오일장의 명물, 닭강정 여사의 사연
김포에선 2일과 7일이면 아직도 오일장이 선다. 도심의 공영주차장이 5일마다 시장으로 바뀌는데 규모 면에서도 수도권에서 가장 크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재미난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오일장에서 동네지기가 끌린 곳은 갓 튀겨 내놓는 닭강정 집. 15년 넘게 김포 오일장에서 장사하며 줄 서서 먹는 명물로 떠오른 닭강정은 막례 씨가 남편과 함께 시행착오를 반복해가며 개발한 레시피로 만든다. 그런데 2년 전 남편이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거동을 못하게 되었다. 장사를 하면서도 식사 때면 집으로 달려가 남편의 밥상을 차리는 아내. 다행히 남편의 빈자리는 아들이 채워주고 있다.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로, 그리고 아내로 잠시도 쉴 틈 없이 살아가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 닭강정 여사의 환한 웃음이 마음을 적신다.
아름다웠던 지난 삶의 흔적들과 마주할 수 있는 곳, 경기도 김포시의 매력이 11일 토요일 오후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02화 흔적과 마주하다 – 경기도 김포시]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