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페이스>의 박지현이 새 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로 다시 한 번 영화팬을 놀라게 만든다. 이번 작품에서 박지현은 동화작가가 꿈이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입사하면서 놀라운 신세계를 목도하게 되고, 우연찮게, 아니면 운명적으로 ‘19금웹소설’계에 등단하는 단비를 연기하여 필력을 휘두른다. 박지현 배우를 만나 연속 두 편의 ‘19금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개그 욕심이 많았다. 그동안 맡은 작품이 그렇지 않았다. 전작 이미지로 다음 작품 캐스팅이 이뤄지면서 점점 코미디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한 번 해봐야지 갈증이 심했다. 현장에서는 감독님이나 배우들이 ‘너는 코미디해야하는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게요. 해야 하는데 안 들어와요’라고 말했었다.”
Q. 원 톱 주연을 맡았다.
▶박지현: “찍을 때는 그런 생각 않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영화 홍보 준비하면서도 그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예매 사이트에 제 얼굴이 딱 있더라. 포스터에 나 혼자 있는 게 신기했다. 찍을 때 배우와 스태프, 감독이 모두 합심해서 최선을 다한 영화라서 저만의 영화라고는 생각 않는다. 부담감이 조금은 있다.”
Q.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어떤 점이 끌렸는지.
▶박지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끝내고, <재벌X형사> 출연을 확정지은 뒤 이 대본을 받았다. 코미디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게 있어서 이 영화 대본 들어왔을 때 놀랐다. ‘왜 나에게 코미디 영화를 제안했지?’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본이라 후루룩 읽혔다. 감독님도 이 작품에 대해 자신 있어 하시더라. 그래서 여쭤봤다. 소속사에서 올린 콘텐츠 보고 개그 욕심이 많다는 걸 알고 숨겨진 그 부분을 끌어내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Q.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배우에게 조금 연기하기가 어려운 소재이다.
▶박지현: “물론 그런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단비라는 캐릭터는 순수하고 동화같은 친구라서 어떻게 보면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해 놀라게 된다. 귀여우면서 선이 넘지 않는 선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내가 잘하면 잘 할수록 보시는 분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점은 감독님이 워낙 잘 판단하신 것 같다.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던졌고, 감독님이 현명하게 잘 판단하셨다.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에서 영화를 잘 다듬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단비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되어 볼 것이다. 단순한 단어나 대상의 선정성보다는 단비의 성장 코미디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 더 개방적으로, 진짜 꿈을 찾아 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공감하실 것이라 확신했다.”
Q. 코미디 연기를 해보니 어땠나.
▶박지현: “일단 현장이 항상 웃음바다였다. 예전부터 코미디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부담이 되었다. 현장에서 말도 안 되는 애드리브를 해도 감독님이 컷을 잘 안하셨다. 무안해서라고, 상상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낸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분위기도 좋았다. 촬영하다보면 이 사람들도 지금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분들도 관객이니, 그럴수록 저도 더 웃기고 싶어지더라. 장르는 코미디지만 단비가 코믹함을 장착한 캐릭터는 아니다. 최시원, 성동일 선배가 워낙 베테랑이시고 코미디 연기를 잘하신다. 함께 연기할 때는 그냥 코미디의 진수를 직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 빠져들어 리액션하는 것만으로도 코미디가 완성되는 것 같았다. 성동일 선배 연기할 때 감독님은 절대 컷을 안 하신다. 선배는 뭐라도 하시더라. 정말 코미디에 천재적이다.”
Q. 단비가 욕을 하는 장면에 대해서.
▶박지현: “단비가 웃길 수 있는 부분은 과장된 리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망가지는 친구가 아니니까 리액션을 실감나게, 적절하게, 과하지 않게, 재밌게 하려고 고민했다. 단비가 많이 놀라고 화가 날 때, 참지 못할 때의 연기가 중요했다. 같은 표정으로 놀라면 재미없을 테니 항상 다른 표정으로 익살스럽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욕을 하는 장면도 그런 차원이다.”
Q. <히든 페이스>에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잇달아 출연했다.
▶박지현: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분명히 코미디이다. <히든 페이스>의 미주와는 상반된 친구이다. 두 작품이 연달아 개봉될 줄 몰랐다. 부담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관객에게 180도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청불’ 등급만 같지 완전 다른 영화이다. 다른 모습 보여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Q. 영화 찍으면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었다는데, 어떤 장면인지.
▶박지현: “놀라서 욕하는 것도 제 의견이었다. 감독님이 ‘너무 세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 우연히 나온 장면도 있다. 카센터에서 고급차 범퍼가 떨어지는 장면이 그렇다. 닦을 때 한 쪽만 떨어진다. 성동일 애드립을 기대하고 컷을 안 하시는 것이다. 그 때 나머지도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또 후반부에 비행기 씬에서.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가 감독님이다. 그 아이디어는 제가 낸 것이다. 단비는 주변의 인물, 주변의 이야기에서 상상해서 19금 웹소설을 써내려가는 캐릭터이다. 그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물론, 채택 안 된 아이디어도 많았다.”
Q. 최시원 배우와 술 마시는 장면에 대해서.
▶박지현: “정말 낯부끄러운 신이다. 술에 취한 상태이고, 그런 대사를 철판 깔고 해야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 찍을 때 소주잔을 탁 내려놓을 때 물이 탁 솟는다. 그게 너무 웃겼다. 그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현장에서 보조출연자에게도 물어보고 하는 것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다. 정석(최시원)이 도망가는데 저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시사 때 보니 그 장면이 어울리더라. 그 장면에서의 웃음이 찐웃음이란 게 보이더라. 관객들도 알 것이다.”
Q. 연기자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는지.
▶박지현: “어릴 때부터 3남매가 역할극 놀이를 많이 했다. 그런 게 커가며 연기로 이어졌고, 이걸 계속하려면 연기자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대학 가고 난 뒤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학창시절 아이들 웃기는 것에서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인생의 큰 가치를 웃음에 두는 편이다. 웃음보다 전염이 강하고 큰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 절 웃겨주는 사람이 좋고, 제가 남을 웃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Q. 소속사에서는 박지현 배우의 도회적 이미지를 중시할 것 같은데.
▶박지현: “회사 사람들도 제 성격을 안다. 제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예능출연을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하게 망가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스타일이 될까봐 그런 모양이다. 배우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갈까 봐 걱정한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통해 코미디 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에 그동안 코미디(대본)가 오지 않았던 것 같다. 제가 성격이 엽기적이라서..”
Q. <히든 페이스> 때와는 달리 인터뷰가 활기차다.
▶박지현: “<히든 페이스> 인터뷰할 때는 아주 진지한 척 했어요. 카멜레온 같은 배우이다. 작품에 맞게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액션은?) “<재벌X형사> 해 봤고, 액션도 열려있다.”
Q. 동화작가 지망생 단비가 성인로맨스 웹작가로 거듭 난다.
▶박지현: “처음엔 황 대표(성동일)의 성인로맨스 철학에 대해 맹목적으로 비판한다. 그런데 황대표의 말이 논리적으로 굉장히 맞는 말이다. 본인이 꿈을 좇아가던 동화의 대척점에 대해 맹목적으로, 비판 아닌 비난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꿈과 일에 대해 가장 직업의식을 갖고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황대표였다. 단비가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동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를 따르면서 인지하고, 인정하고, 재미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인웹소설을 쓰는 작가로 성장한다.”
Q. 작품을 준비하며 ‘19금 웹소설에 대해 알아보았는지.
▶박지현: “그럼요. 이 시장이 굉장히 대중적이구나, 잘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신기했고, 재밌었다. 저도 처음에는 단비처럼 그런 것에 대해 좀 부정적이었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이런 것도 문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하나의 시장으로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극중 동화 작가이니,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중 지금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박지현: “음.. ’흥부와 놀부‘? 그 작품으로 연극을 했었다. 놀부 마누라였다. 그때부터 도시적 이미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영어연극을 했었다. 그때 초등학생이었지만 나름 캐릭터를 분석해 보려고 깊게 들여다본 것 같다. 전래동화도 동화죠?”
Q. 박지현 배우의 글 쓰는 재능은 어느 정도인지.
▶박지현: “글을 쓰기는 하지만 제가 쓴 글은 세상에 내놓지 못할 글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저만이 알아보는 형태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공상과 망상, 백프로 ’N‘인 사람이다. 생각 나는 대로 이것저것 적는 사람이다. 제 노트를 펼쳤을 때 알아보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로 옮겨주면 그분이 정리해서 써주지 않을까. 상상,공상,망상을 하는 재주는 있지만 그것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는 재주는 연마해야하지 않을까.”
Q. 본인이 하는 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박지현: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라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재능이란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기를 어떻게 해냈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하기 힘든 점이 많다. 연기할 때의 감정을, 상대 배우를 봤을 때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배우로서 직감적으로 느낄 때가 이다. 배우는 남들보다 예민하고 공감할 능력이 타고나야 되지 않을까. 남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연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기(演技)란 것은 ’그럴 듯(然)한 기술‘이다. 재능이 있다면 더 쉽게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Q. 연기를 위한 노력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박지현: “제가 술을 잘 못 마신다. 술이 취한 뒤의 제 모습을 모른다. 이번에 술 취한 단비를 연기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생각했다. 우리 언니가 술이 취하면 그렇게 귀여워집니다! 술 취한 모습은 언니를 따라했다. 그런 게 자료고 재료라고 생각한다. 기술시사회 때 보니 정말 술 취한 모습이 언니와 똑같더라.”
Q. 자신의 공감능력과 연기를 시작하면서 좌절한 적이 있는지.
▶박지현: “공감능력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한다.모든 사람이 다 이해가 된다. 어떤 역할을 맡던 그 인물에 정당성을 빨리 찾는다. 그래서 삶이 힘들기도 하다. 후회를 잘 안하는 편이다. 좌절이라기보다는 온전한 나를 백프로 보여드릴 수는 없다. 나는 연기를 하는 배우이기에 매 순간 역할로 임한다. 인간 박지현을 납득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무색무취이기에 어떤 옷을 입히더라도 어울리는 연기자가 되려고 한다.”
Q. 연기를 시작한지 8년이다. 돌아보면?
▶박지현: “특별한 생각이 없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다. 오늘 하루 행복하면 좋다.언제 죽어도 후회 없이 살자는 주의다. 물론 돈을 탕진하고 살자는 그런 것을 아니다. 연기를 하는 것은 끝없는 바다를 향해 가는 느낌이 든다. 이게 맞는 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노를 저을 뿐이다. 앞으로 나아갈 뿐.”
Q.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박지현 배우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박지현: “정말이지 오아시스이다. 너무너무 갈증 나던 코미디 장르였다. 이게 시발점으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배에게서 많이 배웠다. 최시원 배우는 상대배우에 대한 배려와 수용성이 뛰어나다. 성동일 선배는 매순간 재치와 현명함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재료로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동화작가가 꿈이었지만 어쩌다보니 대박 19금 웹소설 작가가 된 ’단비‘를 연기한 박지현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오늘(8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미디어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