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명의 목숨값, 426억 원을 통장에 넣어둔 성기훈은 왜 다시 비인간적 룰이 지배하는 그 섬으로 돌아갔을까. 분명 ‘거액의 돈’ 이상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든, 황동혁 감독이든, 이정재든 ‘시즌2’의 명분과 가치를 물어보았다. “왜 다시 가신 거죠?”
Q. 공개 뒤 [시즌1]만큼 반응이 뜨겁다.
▶이정재: “글로벌 성적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좋은 반응에 감사드린다. ‘시즌3’ 후반작업 중인데 지금 나오고 있는 다양한 반응들이 매우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즌3이 공개할 동안 텀이 조금 생겼는데 이런 방식도 좋은 것 같다. 아쉽게 생각하는 팬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너네들 장사할 줄 아는 구나’라는 반응도 봤다. 편성이나 배급은 넷플릭스의 고유 업무이니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공개시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Q. 성기훈의 변화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이정재: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기훈이는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살리려는 목적으로 그곳으로 다시 간다. 이 게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경각심을 주고, 어떻게든 살리려는 리더 역할을 한다. 좋은 쪽으로 잘 진행되었다면 바보 같다거나 오지랖이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게 노력했건만 실패하는 과정이 나와 답답할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친구 정배의 죽음까지 목도하다. 감독의 의도는 그런 최악의 순간, 나락까지 떨어지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바닥에서 어떻게 추스르고, 남은 게임을 헤쳐 나갈 것인지가 다음 이야기의 주요 볼거리가 될 것이다.”
Q. 기훈이 다시 섬으로 돌아간 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는 감독의 의도인가.
▶이정재: “시즌1에서는 선한 마음이 사회를 바꾸는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즌2와 3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양심’에 대한 것이었다. 기훈은 남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자신만의 양심이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런 인물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게 작가/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어떤 안 좋은 상황이라도 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작은 용기를 내는 사람이 이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Q. 성기훈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보는지.
▶이정재: “시즌1에서는 밝은 면에서 나락까지 떨어지는 것, 새로운 삶을 살려는 기훈의 모습까지 다층적인 면모를 보인다. 시즌1의 마지막에 보여준 기훈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목적성이 뚜렷한 기훈으로 바뀐다. 저 나름대로는 예전의 밝은 기훈의 모습을 보여줄 게 없을까 고민을 했지만 그것은 제 개인의 고민이다. 감독은 정배나 다른 캐릭터를 통해 밝음과 유머, 웃음을 전달한다. 전체적 이야기를 보면 여러 색깔의 감정이 잘 담겨 있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팀워크로 그것이 보일 것이다.”
Q. 시즌3의 방향성에 대해서 미리 말하자면.
▶이정재: “시즌3에서는 또 변한다. 그런 게 황동혁 감독의 큰 장점이다. 시즌 하나에서도 여러 번의 반전이 이루어지고, 전체 시즌으로 보면 더 큰 굴곡으로 캐릭터와 이야기의 변화를 담아낸다. 그런 게 시즌3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다. 완결성을 본다면 흥미롭게 재밌게 봐주실 것이다.”
Q. 시즌2 마지막 화에서는 기훈이 무모한 선택을 한다.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 그래서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느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정재: “기훈이가 후회하는 부분도 있다. 시즌1의 기훈은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감독이 다 의도한 것이다.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 치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기에 기훈은 심리적으로 훨씬 더 나락에 떨어진다. 지금까지 자기가 사람들을 살리려고 한 모든 노력들이 ‘영웅놀이’였는지 반문하게 된다. 그런 것을 다 하지 말았어야하는 것이었나. 기훈의 좌절감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직접적인 대사이다. 오영일은 ‘너가 한 모든 것은 헛된 생각이야. 단지 영웅놀이일 뿐이야. 앞으로 니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끔찍하게 보여줄 거야. 이런 말이다.”
Q. 죽음의 게임으로 제기차기를 했다. 연습을 어떻게 했는지.
▶이정재: “제기차기는 두 개하기도 어렵다. 5개를 차야하니 연습을 많이 했다. 하루 연습을 하니 골반이 다 아프더라. 그거 두 달 연습했다. 촬영장에서 틈날 때마다 연습한 것이다. 5인6각 경기로 묶여서 하는 장면이라 더 연습해야했다. 만약 못 찬다면 대역이 있을 텐데, 그 그건 앵글상 대역하기도 어렵더라. 다른 배우들도 팽이돌리기와 비석치기 연습해야했다. 공기놀이에선느 손만 클로즈업할 수 있으니 그건 ‘생활의 달인’에 나온 달인 분을 섭외했다.”
Q. 시즌1이 워낙 글로벌한 히트를 쳤기에 이번 작품을 찍을 때는 보안 이슈가 많았던 것 같다. 스타워즈(애콜라이트)도 해 본 배우로서 소감은.
▶이정재: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그렇게 운영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타워즈 때도 본인 등장하는 분량까지만 시나리오를 받는다. 그 이후 시나리오는 모른다. 내용에 대한 보안이 제일 중요하다. 해외 촬영현장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글로벌 프로젝트이다보니 넷플릭스 본사의 지침인 것 같다.” (대본을 다 본 사람은 이정재 배우와 이병헌 배우뿐인가?) “그것도 이야기하며 스포이다. 누가 언제, 어디까지 나오는지 알 수가 있으니. 하하하. 철두철미하다. 교육을 많이 받고 나온다. 이런 이야기 하면 안 되고, 저건 해도 된다는 교육을 많이 받았다.”
Q. 할리우드에 진출한 빅 스타가 되었다. 개런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정재: “기회가 생기면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 질문이 나왔으니. 제작비 같은 것은 꼭 써야하는 촬영과 관련된 것이다. 개런티와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와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는 아티스트 컴퍼니가, 미국에서는 미국 에이전시가 담당하고 있다. 그쪽에 당부한 것이 넷플릭스와의 관계를 유연하게 해달라고 했다. 넷플과 관계가 안 좋아질 정도면 한국에서도 욕먹는다고. 이정재 사례가 생겨 앞으로 다른 배우들에게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시즌1은 한국에서 찍은 것이고, 시즌2는 미국 에이전시가 맡았다.”
Q. 한국 내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정재: “회사를 운영을 하다보니 생긴 일이다. (구) 레몽레인을 인수하던 과정도 생기게 되었다. 지금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너무 위축되어 있다. 대기업도 그렇고 모든 투자가 위축되어 있다. 예전 같은 환경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계약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제 법원 판결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빠른 시일 안에 좋은 콘텐츠 만들어내려고 더 노력할 것이다. 제가가 경영을 얼마나 알겠어요.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 저도 빨리 시나리오 검토하고, 콘텐츠 계속 만들 것이다. 드라마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경영을 할 수 있으니. 연기도 하고, 연출도 고려하고 있다. 연기자 생활 꾸준히 하는 게 저의 일인 것 같다.”
Q. 할리우드에서 또 다른 대작 캐스팅 관련 뉴스가 나왔는데.
▶이정재: “오늘 인터뷰 하러 오는 길에 차에서 인스타 보면서 놀랐다. ‘이게 뭐지?’ 저도 모르는 내용이어서 미국에 물어보고 싶다. 아마 아닐 것이다. 해프닝으로 봐달라.”
Q. 프론트맨(이정재)도 같은 흙수저이다. 둘이 비슷한 일을 겪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이정재: “그것은 데칼코마니나 거울 보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게임 시작할 때 프론트맨이 모니터를 본다. 기훈을 보며 자기를 연상하는 그런 이미지를 계속 반복한다. 그런 의도가 있어 보인다. 내용상으로 보면 시즌3에도 그런 게 나온다. 황동혁 감독이 시즌3까지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를 잘 썼다고 말했다. 그런 부분까지 다 있다.”
Q. 이병헌 캐릭터를 왜 의심하지 않았나. 너무 순진한 것 아닌가.
▶이정재: “그런 게 기훈의 캐릭터다. (웃는다.) 그 친구가 영특하다거나 체력적으로 힘이 세지 않다. 시즌이 바뀌면서 그렇게 변한다면 과하다고 생각한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무리 계획을 세우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우리사회가 잘 보여준다. 감독이 그런 사람을 보여주려는 작은 메시지이다.”
Q. 혹시 ■■■■ 인가?
▶이정재: “왜 날 곤란하게 만들죠?”
Q. 프런트맨보다 더 큰 악의 축이 나오나?
▶이정재: “시즌1에서는 친구가, 믿었던 사람이 악이 되었다가 반전을 준다. 시즌3에서는 훨신 더 심리적 게임으로 전환이 된다. 인간의 관계에 더 깊이 들어가는 내용이다. 더 재밌는 설정이 나온다.”
Q.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의 종류에 대해 말하자면.
▶이정재: “그것도 (넷플릭스에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하하하)
Q. 이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한 K콘텐츠의 대표작이 되었다. 책임감이 커졌겠다.
▶이정재: “지금 해외에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진다. 지금 더 많이 만들어야하는데 제작되는 작품 수가 줄고 있다. 한 해 150편 만들 때 <기생충>도 나오고 그랬다. 이제 30편이란다. 이 편수를 확 늘려야한다. 그걸 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야 그 안에 제2의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이 나올 것이다 제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 안에서 말이다. 지금 한국 연기자가 할리우드 작품에 나오고, 미국 스태프가 미국 이야기로 한국에서 작품 찍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금이 기회라고 본다. 그런 프로젝트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