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이 3년 만에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내놓았다. 두 번째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어정재)의 목적은 모두가 죽는 이 게임을 어떻게든 막아보는 것. 마지막엔 총을 들고 봉기한다. 하지만 프론트맨(이병헌)은 기훈의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서 무엇을 보여주었고, 시즌3을 위해 무엇을 감춰뒀을까. 황동혁 감독을 만나 직접 <오징어게임>과 그 뒤의 영화 세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Q. 이전 시즌과 같은 듯 다른 지점이 있다.
▶황동혁 감독: “우선 숙소와 유니폼 디자인에서 그렇게 느낄 것이다. 게임 안에 들어왔을 친숙함을 느끼면서 변화를 준다. 이번 시즌에서는 분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옷에 ‘O’와 ‘X’가 있다. 상대에게 ‘너는 이 편이야!’라며 콕 찍어서 공격할 수 있는, 각자의 성향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첫 게임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선택한 것은 시그니처이기도 하고, 기훈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야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게임이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다르다.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Q. 7화에서 성기훈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황동혁 감독: “사실 성기훈은 인간의 선함을 간직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시즌1에서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것은 우리의 게으름이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회시스템 만든 사람 탓이라는 걸 보여준다. 시즌2부터는 성기훈을 그 시스템을 끝내려고 하는, 어떤 면에서는 혁명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제도를 통해,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게임장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지만 그런 노력이 실패한 것이다. 마지막에 꺼내든 것이 그런 모습이다. 좌절한 기훈이 무모한 혁명을 한 것이다. 그처럼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이 성기훈이다.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패배를 겪고 조금씩 처음의 의도를 잃으며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호는 성기훈을 조금씩 망가뜨리는 것이 목표이다. 기훈의 변화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일으킨 반란이 처참하게 실패한다. 시즌3에서는 실패한 기훈이 모든 원망과 죄책감으로 변해갈 것이다. 대다수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손해 볼 짓을 하지 않는다. 모두가 들고 일어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은 끝났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분열하고 집단이 나뉜다. 이념과 신념이 사라진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시즌2, 시즌3인가, 시즌2의 파트1 파트2인가.
▶황동혁 감독: “기훈의 모든 노력이 실패한 지점에서 시즌2가 끝나야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다. 그렇게 썼고 한꺼번에 찍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한번에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잘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지금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Q. 딱지남(공유)이 공원에서 빵과 복권으로 노숙자를 희롱하는 장면은 어떤 의도인지.
▶황동혁 감독: “딱지남의 이야기를 1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시즌1에서는 미스터리만 남기고 사라진 인물인데 인기가 많았다. 시즌2에서는 기훈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딱지남일 것이라 보았다. 그런 이야기를 넣은 것은 요즘 세상에서는 절대적인 빈곤층은 줄었다고 본다. 옛날같이 보릿고개나 굶어죽는 사람은 없다. 절대적 빈곤은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감이 커지는 세상이다. 그런 걸 풍자하고 싶었다. 빵 하나 정도는 먹고 살 수 있지만 그것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불행하다고 느끼며 일확천금을 노린다. 그게 자본주의이다. 더 가져야 행복하다고 광고하며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태에 대한 풍자이다. 공유가 정말 미친놈 같은 끼를 가진 딱지남으로 나오는 것을 서두에 넣으면 뒤에 나오는 그의 기괴하고 미치광이 모습으로 연결될 것이다.”
Q. 이병헌이 연기하는 황인호 캐릭터에 대해서.
▶황동혁 감독: “인호가 기훈(이정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도 게임에 참가한 사이에 아이와 아내가 죽은 것이다. 기훈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게임에 참가한 사이에 엄마가 돌아가신다. 같은 일을 겪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훈은 여전히 인간의 선함을 믿고 세상을 바꿔야한다고 믿는다. 인호는 이 세상에 희망은 없다면서 그에 맞춰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두 사람의 신념의 대결을 보여주려고 한다. 시즌3을 보면 인호에게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또 다른 힌트가 등장한다. 두 사람이 어느 지점에서 다른 길을 가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다려주시라.”
Q. 인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모니터로 보면서 위스키를 마신다.
▶황동혁 감독: “그냥 그에겐 ‘리츄얼’, 의식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프론트맨을 맡고 나서 하는 행동이다. 첫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참가한 사람들을 벌레처럼 본다. 살려고 기를 써다 탈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세상은 이런 곳이지, 너희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Q. 기훈이 시즌2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갑작스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황동혁 감독: “기훈은 시즌1과는 다른 인물이다.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이미 다른 인물이 된 그를 보여준다. 기훈은 어떻게 보면 몽상가이다. 돈키호테처럼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다. 자기 혼자 세상을 바꿔야한다고 믿는다. 그게 답답할 수도 있다. 기훈을 보며 ‘왜 저러는 거야, 뭐 하자는 거야’라는 반응이다. 극소수가 기훈의 대의에 참여해서 실패한다는 그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모두가 잘 사는 대의가 이제는 사라졌구나. ‘저런 몽상가들은 바보 같다’는 반응을 보고 슬프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아직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우리나라를 돌아보면 모두가 힘들어졌다. 일자리는 없고, 물가는 오르고, 정치는 개판이고, 서로 삿대질하며 싸운다. 힘든 사람끼리 싸운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닌데. 이 시스템을 만들고, 권력을 오래 누려온 사람 때문인 것 같은데. 왜 옆으로 서로 손가락질하나. 정작 손가락질은 위로 향해야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훈이 반란을 할 때 ‘밤새 죽고 죽이면서 나만 살아남길 바랄 것이냐’고 질문한다. 분노는 계단 위, 저 위를 향해야한다. 그런 사람이 사라졌다. 권력자가 그런 걸 바라지 않아 조작하는 것인가.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오기 바라고, 그게 기훈이길. 중과부적이고 바보취급 당하고 싸움에 패배할 수밖에 없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일지라도 기훈을 그런 사람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Q. 사채업자 김대표(김법래)가 부하(전석호)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보아야하나.
▶황동혁 감독: “그 신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나를 뺄 때, 김 대표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 져주는 방법도 생각했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져줄 수 있을까. 그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한 인간적인 고통을 그리고 싶었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없는 망설임. 그 사이에서 끝나버리는, 완벽하게 져주는 것이 아니라 고민에 사로잡힌 인물이 더 현실적이 않을까. 그래서 빼지 못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Q.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시즌1에서 다 죽어버렸으니.
▶황동혁 감독: “그러게 말이다. 시즌1에서 다 죽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사채업자 김 대표(김법래)의 경우는 돈을 갚아야하는 사람들이 다들 섬으로 끌려가버렸고, 그래서 시즌2에서는 기훈의 부하가 된다는 설정이 재밌을 것 같았다. 시즌1에 나왔던 정배(이서환)는 기훈의 옆에서 ‘올드 기훈’의 모습을 살려줄 수 있는 메인 캐릭터로 나온다. 나머지 인물들은 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 시즌1에서 이주노동자 알리나 독거노인이 나온다. 여전히 소외받고 있는 계층을 넣고 싶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소외받고 있는 성소수자 문제를 대표하여 트랜스젠더 현주 캐릭터를 넣은 것이다.”
“타노스로 대표되는, 2~30대로 이뤄진 MZ세대를 만들고 싶었다. 시즌1 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어린 친구들이 이런 게임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는 생각 못 했었다. 왠지 빚에 내몰린 40대 이상은 되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요 몇 년 사이에 확 바뀐 느낌이 든다. 온라인도박, 가상화폐 등에 대한 무리한 투자, 그리고 한때 청정국가였던 한국의 마약문제가 심각해 졌다. 그런 젊은 층의 사회문제를 젊은 그룹을 통해 다뤄보고 싶었다.”
Q. 타노스 역으로 최승현을 캐스팅한 것과 관련하여서는 공개 뒤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황동혁 감독: “타노스 역으로 최승현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쇼미더머니>를 많이 보는데, 스웩 넘치는 저 세상 텐션을 가진 래퍼 캐릭터를 넣고 싶었다. 처음엔 최승현 배우가 이 역할을 맡을까 회의적이었다. 자신을 희화화한 캐릭터일 텐데. 이렇게까지 용서를 못 받은 상태인 줄 몰랐다. 제 생각으로는 배우가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론이 널 아직 용서 안 하구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캐스팅한 감독으로서 쉽지가 않았다.“
Q. 타노스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해외에서는 의외로 평가가 좋다.
▶황동혁 감독: “타노스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이다. 오버할 때 그런 특징이 잘 나온다. 최승현은 오디션 본 그 어떤 배우보다도 이상한 광기에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다. 그를 뽑은 것은 그가 이 역할에 제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 뿐이다. 솔직히 물의를 일으킨 그 친구가 이 작품에 무슨 플러스가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은 안 했었다. 지금도 이처럼 도움이 안 되고. 최승현이 발연기로 불호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연출하며 다 오케이한 것이다. 그의 연기가 과했다면 오케이를 안 했을 것이다. 갈 데까지 가보는 최승현의 극단적인 연기는 저의 판단이었다.”
Q. 강애심과 양동근 부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 감독님 작품에는 할머니 서사가 꼭 나온다.
▶황동혁 감독: “그런 면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랐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도 나온다. 홀어머니가 제 작품에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그 캐릭터를 넣은 것은 아니다. 시즌1에서는 부부 설정이 있다. 구슬치기에서 서로 싸워야했다. 아내가 없어지고 남편이 살아남지만 자살한다. 이 게임의 주최자가 재미를 위해 그런 사람을 모집한 것이다. 보고 즐기려는 악랄한 마음. 그때 부부였다면 이번엔 모자인 가족관계를 넣은 것이다.”
Q. 게임은 어떻게 선정한 것인가.
▶황동혁 감독: “시즌1에서 좋은 게임 많이 썼다. ‘무궁화꽃’은 시그니처 게임이고, 기훈의 활약이 필요하니 꼭 들어간 것이다. 두 번째 게임부터는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그룹을 만들었다. 기훈/현주/MZ 그룹 식으로 형성되어 단체전을 펼치는 것이다. 4~5명 정도씩. 게임 하나로 한 스테이지를 구성하기는 어려웠는데 이렇게 모으니 괜찮았다. 시즌1에서 나온 딱지치기와 달고나를 좋아해주셨다. 이번에도 한국 전통놀이문화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려고 했다. 세 번째 나오는 ‘둥글게둥그레 짝짓기’는 생각해보면 유치원 때부터 소풍가면 꼭 하던 게임이다. 참 묘한 게임이다. 서로 끌어안고 뭉치는, 스킨십의 유대감을 키운다. 그러면서 또 누군가는 잔인하게 배제시키고 탈락시킨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잔인한 생존법칙을 가르치는 게임이다. 따뜻한 면과 잔인한 면이 동시에 있다. 그룹이 생긴 사람이 같이 으샤으샤 하면서도 누군가를 배제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담기에 좋았다.”
Q.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아이피를 계속 만들어낸다면, 원작자로서 꼭 바라는 것은?
▶황동혁 감독: “비판정신이죠. 현재 전 세계에서 겪고 있는 우리의 고통, 문제들에 대해, 그 원인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이야기를 게임에 녹여내었으면 한다. 게임하다 죽는 작품은 많았다. <오징어게임>은 그런 것과 차별화된 것이다.”
Q. 전 세계적 흥행(인기)과 에미상 수상까지 이뤘다.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목표는?
▶황동혁 감독: “최종의 꿈은 욕 안 듣는 작품이다, ‘불호’가 없는 작품. 평생에 한 작품 만들고 싶다. 어렵겠죠.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으니. 혼자 긴 작품을 하는 게 힘들었다. 다시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를 사랑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영화가 안 되고 있다. 위축되었다. 다시 영화를 해서 영화산업에 도움이 되고 싶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 영화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음 작품은 무조건 영화이다.”
Q. 드라마 <수상한 그녀>가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보셨는지.
▶황동혁 감독: “보지는 못했다. 원작의 감독으로서 잘 되었으면 응원한다. 내가 좋아하는 진영이 나왔다. 더 잘 됐으면 한다. 정지소 배우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원작영화만큼 잘 되었으면 한다는 말 꼭 적어주세요.”
감독은 인터뷰 중에 시즌3에 대한 단서를 몇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과연 어떻게 될지. 이런 말도 했다. “시즌3에는 본능적 공포가 다 있다.”고.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