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현
걸그룹 설현은 가수 데뷔와 함께 연기자 데뷔를 했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꾸준히 연기력을 키워왔다. 이달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8부작 <조명가게>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인물 이지영을 연기했다. 강풀 원작웹툰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지영을 연기한 김설현을 만나 작품 속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지영은 어떤 인물인가.
▶김설현: “지영은 현민(엄태구)을 살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 1화에서 그런 의지를 보이면 안 된다. 미스터리로 포장해야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어느 정도, 몇 퍼센트 드러낼까 고민했다.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이 작품은 이상한 드라마이니 미스터리한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리딩할 때도 목소리 톤에 대해서 ‘더 어리게, 더 낮춰 봐’ 식으로 캐릭터를 맞춰갔다. 감독님은 연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배역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주셨다.”
Q. 지영이란 인물이 가장 미스터리하다. 어떻게 캐릭터 설정을 했는지.
▶김설현: “일단 감독님이 4부까지는 연쇄살인범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파트로 현민을 데려가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한 뒤, 캐리어에 넣으려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 물론 지영의 감정과는 아예 다르다. 그래서 1인2역 같은 감정 연기를 펼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또 처음 볼 때 너무 이상하게 보이면 안 된다. 현민 부모님과 문자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신경을 많이 썼다. 장애인 트라우마에 대해 많이 집중한 것 같다.”
Q. 작품에 나오는 김민하-김선하, 이정은-서은수와 비교했을 때, 현민과 지영의 관계는 어떤가. 왜 현민은 끝까지 지영을 기억하지 못할까.
▶김설현: “그건 각자 해석할 것 같다. 엄태구 배우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에 대해서 작가님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다. 엄태구 배우도 그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의 무게가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Q.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그렇게 연출된 것인가? 아파트 복도에서 괴기스럽게.
▶김설현: “연기할 때는 현민이 기억을 못한다는 해석은 없었다. 기억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둘이 손잡고 할 때 다 기억이 나는 것이라고. 지영은 현민을 어떻게든 조명가게로 보내려고
노력을 한 것이다. 우리끼리는 그렇게 해석하고 연기했는데 시청자들이 다르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설현씨 개인 생각은 어떤가?) “그래도 지영이는 현민이 함께 해주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민이를 살릴 수밖에 없는, 작품처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명가게
Q. 다른 커플, 관계는 다 명확한 감정을 보여주는데, 그 둘만 모호한 것 같다.
▶김설현: “현민이 감정이 복잡한 것 같다. 그런 현민이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원작에서는 현민이가 더 살고 싶어 한다. 연기할 때는 그랬다. 같이 있고 싶지만, 그래도 살려야하는 마음, 살려놓으니까 너무 보고 싶어서 따라간 마음. 다 이해가 된다. 지영이로서 힘들었던 부분이다. 현민을 살리려고 할수록 가까워지고 싶은, 살려서 좋은데. 그러면 또 이별에 가까워지니까.”
Q.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김설현: “추위가 제일 힘들었다. 12월부터 2월, 3월까지 찍었다. 옷을 얇게 입고 비를 맞아야했다. 젖은 채 촬영을 했다. 지영이로서 해야할 일이 명확했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몸은 떨고 있었지만 지영 역할을 해내고 싶었다.”
조명가게
Q. 손(톱) 분장과 바느질 장면.
▶김설현: “손 분장은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기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바느질 장면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원작 웹툰에 이미지로 표현되어 있었고, 감독님도 그런 식으로 해달라는 했다. 지영은 가죽공방을 하는 친구이다. 이건(바느질은) 혼자 하는 의지가 아니다. 그러니 이미지적으로 필요한 장면이었다. 감독님이 그렇게 편집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Q. 공개된 것을 보고 많이 울었는지.
▶김설현: “현주와 엄마 장면. 대본 볼 때부터 마음에 와 닿았던 장면이다. 엄마와 딸이 서로 가라고 그러고, 안 갈래하고 하는 신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강아지 나오는 장면도 슬펐다. 내가 키우던 개 생각도 나고 해서.”
김설현
Q. 연기자 출신 김희원 배우의 디렉팅에 대해.
▶김설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었다. 감독님은 촬영하기 전에 본인이 직접 연기를 다 한다. 현장에서 ‘내가 해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동선이 이렇게 나오는데 어때?’ 식이다. 그 동선에 맞춰, 배우가 오면 연기를 바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게 좋았다.” (디테일한 편인가?) “그렇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식이었다. ‘고개를 15도만 들어’, ‘3초만 기다렸다가...’, ‘5초 서 있다가, 15초 후 들어가’ 식으로. 캐릭터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너무 세세하게 하면, 배우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가? 배우도 연기 욕심이 있을 텐데.
▶김설현: “감독님의 디렉팅에 의지하는 편이다. 내 연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관객에게 와 닿았는가가 중요하다. 보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나보다는 보는 사람이 더 정확하게 볼 것이다. 그래서 감독님 디렉팅을 믿고 맡긴다. 다른 연출자를 만나도 그렇게 한다. 감독님은 항상 ‘오케이’ 하시고도.. ‘너는 어때?’하며 의견을 묻고 연기에 확신을 주려고 했다. 촬영 끝나고도 전화로 ‘잘했다, 너무 좋았다, 불편하거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Q. 이제 30대가 된다. 연기자로서의 소감.
▶김설현: “어렸을 때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까마득하게 느껴졌었다. 그때는 언니 보면 대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를 보니 서른인데 아직 어린 것 같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20대 초반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능동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김설현
Q. 앞으로의 연기 욕심.
▶김설현: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다. 새로운 것 보여드렸으니, 다음에는 또 더 새로운 것 보여드리고 싶다.”(10년 뒤에는?) “저만의 빛을 따라가서 은은하게 달빛처럼 빛나고 있을 거예요.”
“예전에 연말연초면 설레고 두근두근 했었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힘든 일이 벌어질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말이 되면 끝과 시작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그냥 연결되는 것 같다. 눈 깜짝하면 새해가 된다. 가족들과 함께 새해를 보낼 것 같다.”
“다른 드라마와 조금 다르다. 초반에 보실 때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질 텐데, 조금만 참으시면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다. <조명가게> 많이 사랑해 주세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