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인사이트 3부작 <화산, 인간>이 1부 ‘야수르 할아버지’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배우 김남희의 차분한 내레이션과 함께한 첫 회는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타나섬에서 화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청자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기후 위기가 가져온 도전을 함께 목격했다.
‘야수르 할아버지’는 타나섬에서 매 10분마다 용암을 뿜어내는 활화산 야수르를 일컫는 말이다. 산악마을 이쿠룹족과 해안마을 나락족은 이 화산을 가족처럼 여긴다. 이들에게 야수르는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삶의 원천이다. 이쿠룹족의 소년들은 할례 의식을 마친 뒤 독립생활을 통해 생존법을 익힌다. 숲에서 불을 피우고 덫을 놓는 법을 배우며 부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그들에게 야수르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일깨워주는 존재다. 마을로 돌아온 소년들은 화산에 대한 경의를 담은 춤으로 어른이 되었음을 알렸다.
해안마을 나락족에게 야수르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의 일부다. 나락족의 단과 딸 멜리사는 해안 동굴을 찾아 화산이 만든 경이로운 자연을 경험했다. 야수르는 이들에게 온천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온천은 목욕, 조리, 치료 등 일상의 필수 자원이 되었고, 나락족은 이를 화산의 선물로 여기며 소중히 여긴다.
또한 나락족의 소녀들은 첫 생리 후 부족의 문신을 새기며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짐한다. 멜리사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자신도 언젠가는 통과 의례를 치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나락족은 화산재로 덮인 불모지를 찾아가 화산의 정령에게 공물을 바치며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단은 “야수르는 파괴의 신이 아니다. 우리를 보살피는 존재다”라며 딸에게 두려움 대신 자연에 대한 존중을 가르쳤다.
하지만 대자연의 균형이 깨지며 두 부족은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쿠룹족은 야수르의 격렬한 분화로 농작물이 예년만 못하게 되었고, 나락족은 수온 상승으로 바다의 생명이 사라진 현실에 직면했다. 이쿠룹족은 화산의 정령과 소통하는 존재 ‘야수르미네’를 찾아갔고, 그는 “인간이 자연을 지키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초고화질 4K HDR로 촬영된 <화산, 인간>은 화산의 역동성과 바누아투의 대자연을 생생히 담아냈다. 김남희의 따스한 내레이션은 현지인들의 삶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더 깊이 전달했다. 1부 ‘야수르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2부 ‘위대한 신들의 산’, 3부 ‘잠들지 않는 불의 거인’이 각각 12월 5일과 12일 오후 10시 KBS 1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제공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