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이유미, 오정세, 김해숙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이 이달 초 공개되었다. 10부작인 이 드라마에 대해 넷플릭스는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가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며,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와 강제로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실수로 잘못 태어나다니?’ 어이없는 출생으로 남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해조는 시한부 삶이란다. 그와 비슷한 어이없는 삶을 살고 있는 ‘재미’가 운명적으로 만나 함께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 느와르 같기도 하고, 코미디 같기도 하고, 로맨스 같기도 한 조용 작가의 <미스터 플랑크톤>을 넷플릭스와 홍종찬 감독이 완성시켰다. 홍종찬 감독에게 직접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들어봤다. 홍종찬 감독은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와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으로 호평 받은 연출자이다.
Q. 소감부터.
▶홍종찬 감독: “1년 정도 연출자로서 작품 안에서 산 것 같다.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 친구들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다. 제작발표회 때 말한 것처럼 작품을 끝낼 때는 하나의 여정을 마친 느낌이었다. 바람이 있다면 이 작품이 관객의 마음에 오래 가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Q. 촬영기간은 어떻게 되나.
▶홍종찬 감독: “6개월 정도 촬영을 진행했다. 로케이션 헌팅에 공을 들였다. 다 가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시리즈 만들 때보다 10배 정도 신경 쓴 것 같다.” (극중에 나오는 무인도는 어디인가?) “제주도이다. 우리나라 섬, 바다는 촬영하기가 너무 어렵다. 진짜 무인도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제주도 황우치 해변이다. 산방산 밑에 있다. 산방산은 CG로 지웠다. 일단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았다.”
Q. 남원, 완주, 부산, 홍천 등 많이 돌아다닌다. 로드 무비 느낌이 들 정도로.
▶홍종찬 감독: “캐릭터가 이동하는 동선을 그대로 이야기에 담았다. 캐릭터별 동선 시간까지 다 계산했다. 5화에 나오는 별장은 부산이 아니고 양구에서 따로 찍은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실제 고택을 찾는 것을 가장 큰 숙제였다. 많은 곳을 돌아봤는데 딱 맞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나라 고택은 단층 구조라서 평면적이어서 화면으로 보면 단조롭다. 그런데 완주에서 적당한 곳을 찾은 것이다. 지형차가 있어서 프레임에 잘 들어왔다.”
Q. 첫 장면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눈 덮인 산은?
▶홍종찬 감독: “강원도 평창의 한 목장이다. 관광객이 들어가는 코스가 있고, 더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다. 둘이 뒹굴고 노는 장면은 밭이다. 눈이 올 때 찍은 것이다.”
Q. 배우들의 연기에서 애드리브가 있었는지.
▶홍종찬 감독: “연출을 타이트하게 할 때도 있다. 숨도 못 쉬게 해서 연기를 끌어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가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중요하다. 쫓기는 신세지만 그 여정 안에서 연기자의 룸을 많이 줬다.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는 연출이 과하게 개입된 곳도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배우가 더 파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연출자와 배우가 그렇게 의견을 모아 신을 완성시켜나가는 것이다.”
Q. 넷플릭스 제작비는 회당 책정되는 것인가? 10부작으로 만든 이유는? 어쩌면 좀 더 타이트하게 편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홍종찬 감독: “처음 기획할 때 10부작에 맞춘 것이다. 이야기가 엔딩까지 가기엔 적합하다고 본다. 해조와 재미 캐릭터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었다. 이 작품은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소박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뜻깊은 이야기가 오롯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소년심판>에 이어 다시 넷플릭스 작품이다. 두 작품에 접근할 때 차이가 있었는지.
▶홍종찬 감독: “두 작품은 결이 다르다. <소년심판>할 때에는 이 이야기가 단지 소년범만의 문제일까 싶었다. 뉴스에서는 접했지만 어떤 의식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다 보니 실타래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와 가족이 모두 연결된 문제였다. 만들 때 감정적으로 무거웠다. 반면, 이번 작품은 소동극처럼 시작된다. 제목에서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 끝에 가서는 ‘이것도 괜찮아’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저에겐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달 방식은 다르지만 이야기의 무게감은 같다고 생각한다.”
Q. 조연들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홍종찬 감독: “오대환 배우와는 2017년 즈음에 같이 작업을 했었다. 그때 열정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너무 연기를 잘하더라. 내가 몰랐던 면이 또 있었구나. 매번 당하는 역할인데 정말 성심성의껏 연기를 하더라. 김민석, 이엘 배우도 너무 잘해 주었다. 10부작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을 정도로 충분하게 표현해 줬다.”
Q.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홍종찬 감독: “많지만 몇 장면을 추린다면 우선 무인도에서의 해조와 어흥의 이야기이다. 해조가 쓰러졌을 때 어흥은 최선을 다해 치료해준다. 해조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형이라 한다. 둘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봉숙이와 해조의 관계도 그렇다. 대사에도 나오지만 가족이 싫어서 도망 나왔을 것 같은 캐릭터인데 해조와 짧지만 인상적인 시퀀스를 남긴다. 물론 엔딩도 마음에 든다. 어떤 죽음이든 그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Q. ‘존 나’ 캐릭터에 대해 전사를 좀 소개해 달라.
▶홍종찬 감독: “범호자(김해숙) 여사와 다 못한 서사가 있다. 지역 유지로서 지역사회에 많은 봉사를 했다. 기부도 하고, 고아원도 챙기고. 수십 년 전 존나가 어렸을 때 처음 만난 사이이다. 호자가 해준 따뜻한 밥을 처음 먹었고, 해외로 입양 갔다. 가기 전에 ‘나 여기서 살면 안 되냐?’고 했다. 그런 관계이다. 범호자에겐 어흥이 있으니. 그래도 입양된 이후에도 관계가 유지 되었다는 설정이다. 존나가 해외로 입양 가서 적응을 잘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친구도 없고. 항상 혼자였을 것이다. 어흥이 처음 다가왔을 때, 인간의 정을 느낀 것이다. 퀴어보다는 그런 감정이다.”
Q. 김민석의 ‘오리지널’ 부산사투리도 그렇고, 롯데자이언트 유니폼이 등장한다. 굳이 ‘부산’이었던 이유가 있나? 제작진의 고향사랑인가?
▶홍종찬 감독: “그건 아니다. 김민석 배우가 부산 출신이고, 부산 사투리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작가랑 논의를 했다. 롯데 팀의 상징이 블루이다. 작품에서 운전하는 지프차도 블루였다. 플랑크톤과 바다, 자유로운 느낌의 컬러를 생각했을 때 블루가 어울린다고 보았다. 재미는 옐로를 많이 사용했다. 봉숙은 퍼플이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은 봉숙의 삶의 두께가 남달랐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컬러를 크게 내세우진 않았다.”
Q. 극중 이해영 배우는 젊은 시절의 ‘해조’ 아버지 모습이다. 디에이징 기술이 사용된 것인가. ▶홍종찬 감독: “요즘은 디에이징 기술을 많이 쓴다. 분장의 도움도 받고. 해조가 8살이 될 때까지는 자신의 친자(親子)인줄 알았는데 아니란 사실을 알고 ‘현타’가 온 것이다. 해조를 차갑게, 냉정하게 바라봤을 것이다. 해조의 상처는 그때 시작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나이 든 해조, 젊은 해조, 어린 해조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시청자가 쉽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Q. 촬영할 때 쉽게 풀리지 않은 장면이 있었다면.
▶홍종찬 감독: “3회에서 어흥이 재미와 해조를 보게 되고, 경찰차가 뒤쫓고, 그 경찰차를 뒤에서 처박는다. 이때 둘이 쓰러지는 장면까지 담는 게 힘들었다. 적합한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한 곳에서 다 담고 싶었다. 그런 곳을 겨우 찾았는데 여름에 홍수가 나서 그곳이 잠겨버렸다. 그 시퀀스를 찍기 위해 품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엔 비가 와서 또 한 번 더 가게 되었다.”
Q. 김해숙 배우가 찐 포스를 발휘한다.
▶홍종찬 감독: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연기자로서의 내공이 대단하다. 프로페셔널하면서도 권위의식이 없다.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이 귀감이 되었다. 현장에서는 스태프,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존중해 주었다. 여전히 열심히 연기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이유를 알겠더라. 작품과 캐릭터 해석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현장을 즐겁게 만드는 배우이다.”
Q. 오정세 배우는 자신이 무척 ‘샤이’하다고 하던데, 현장에서 정말 그런가.
▶홍종찬 감독: “말로는 샤이하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배우들하고 농담도 잘 한다. 물론 다들 처음 만났을 때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까칠한 면도, 샤이한 구석도 없다. 뒤로 잘 챙겨죽고, 따뜻한 배우이다. 아마 그런 모습은 연기에 집중하려고 할 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를 잘 아는 배우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Q. 눈밭을 뒹구는 장면은 <러브레터> 느낌이지만 전체적으로 왕년의 홍콩영화 느낌이 난다. 류덕화, 오천련 주연의 <천장지구> 같은. 감독이 어떻게 하여 되었는지.
▶홍종찬 감독: “그 영화 봤었다. 영화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 음악은 취미이상으로 좋아한다. 미술도 했다. 왜 연출을 하게 되었을까. 살면서 어떤 직업을 가지는 게 가치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이쪽 분야, 영화감독이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이 시리즈가 되었든, 콘텐츠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보는 순간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미스터 플랭크톤>은 떠나보내야 하는 작품이다. 이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내 손을 떠나는 셈이다. 미래의 어느 날, 이 작품이 또 생각나서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볼 것 같다. 저같이 다른 사람들도 문득 생각나서 다시 한 번 보게 될지 모르겠다.”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 [Mr.플랑크톤]은 지난 11월 8일 공개되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