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인격을 주장하는 고 씨의 진술에서 경찰이 허점을 발견했다.
아내와 두 아들을 참혹하게 살해하고 범행을 인정한 고 씨는 다중 인격(해리성 정체감 장애)을 주장하며 자신이 아닌 ’명’이라 불리는 인격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세 개의 인격 중 ‘명’은 가장 오래된 인격으로 기억을 상실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은 놀기 좋아하는 성격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는 디테일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두 번째 인격이라 주장하는 ‘소심이’는 기억 상실 이후에 나타난 인격으로 자신을 싫어하고 말이 잘 안 통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쩐’은 최근 나타난 인격으로 돈 욕심이 많고 집착이 심한 성격이라며 취조 중 여성 분석관을 인질로 삼아 도망가자는 제안까지 했다는 진술로 충격을 안겼다.
고 씨는 세 명의 인격이 각자 입고 있는 옷까지 상세하게 설명하며 눈을 감으면 세 명 인격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진술했다. 범행을 저지른 인격을 묻는 질문에 고 씨는 ‘명’이 범행을 저질렀지만 범행 전 PC방에 간 건 ‘소심이’였다고 설명하며 수사에 혼선을 줬다.
경찰은 정신 장애 위장을 선별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했다. 조사관은 고 씨가 실제 환자보다 극단적으로 반응하며 증상을 과장하는 태도에 의심을 품었다. 모든 질문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인격에 대한 설명을 풀어놓던 고 씨는 “인격들의 목소리가 같은지?”를 묻는 기습 질문에 “다르긴 한데 확실치는 않다.”라며 대답을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고 씨는 다중 인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큰아들이 아빠 고 씨를 죽이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못 죽인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에도 탐지기는 거짓 반응을 보였다.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밝혀지기 시작했지만 고 씨는 끝까지 다중 인격을 주장했다. 이때 고 씨의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며 수사는 급전환을 맞았다.
‘스모킹 건’은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 현장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전 수사 과장 김복준과 MC 안현모, 이지혜, 유성호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치밀하게 범죄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4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