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극장가 필람무비로 떠오른 화제작 <아노라>에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이번 작품으로 최고의 정점을 찍은 션 베이커 감독이 촬영 비하인드부터 ‘아노라’의 삶 그리고 담고 싶었던 메시지까지 직접 전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 촬영 중 가장 즐거웠던 순간으로 법정 장면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코미디적 재능을 발휘했던 때를 꼽았다. 그는 “다들 본인의 코미디를 좀 더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하며 “그날은 다들 마음껏 연기하는 순간이었고, 카메라 뒤에서 마치 쇼를 보는 것처럼 재밌게 지켜봤다”라고 전했다. 작품 속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이 장면은 대본을 넘어 즉흥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배우들의 티키타카와 제작진의 팀워크가 빛을 발하는 순간으로 놓쳐서는 안될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의 전사나 그에 대해 언급되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션 베이커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아노라가 맺은 자매, 동료들과의 관계는 다시 들여다보면 지극히 평범하다. 늘 좋지도 늘 나쁘지도 않은 우리 모두와 다르지 않다”며 특히 “내가 ‘아노라’의 선택과 배경에 너무 명확한 답을 내버리면 관객이 자신의 생각을 펼칠 여백이 없다”며 자신만의 의도를 전했다. 또한 “’아노라’가 왜 이 일을 택했고, 이 일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디테일하게 접근하는 순간 내 마음대로 일반화하게 돼 버린다. 조금 더 섬세한 여백이 필요했다”며 관객들이 ‘아노라’의 여정을 함께하며 자신들만의 해석을 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전작에서부터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던 성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주제에 대해 “이들에겐 아직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성 노동 산업엔 오직 낙인만 있을 뿐, 그들의 삶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실제로 교류하며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 느낀 감정과 깨달음을 공유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낙인에 관하여 인간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빌려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진한 정체성을 이해하고, 더 연결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라며 본인이 담고자 했던 진심을 전했다.
영화 <아노라>는 허황된 사랑을 믿고 신분 상승을 꿈꾸며 러시아 재벌2세와 결혼한 ‘아노라’가 남편 ‘이반’의 가족의 명령에 따라 둘을 이혼시키려는 하수인 3인방에 맞서 결혼을 지켜내기 위해 발악하는 이야기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국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겼던 젊은 거장 션 베이커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스크림>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할리우드 루키 미키 매디슨이 ‘아노라’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친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