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넷플릭스 라인업에는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포진하고 있다. 넷플릭스 K콘텐츠 중에서 꾸준히 시도되고 장르가 바로 코미디이다. 아무리 ‘K-콘텐츠’라고 포장해도 코미디는 국가적, 문화적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 꾸준히 K-코미디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코미디 로얄]에 이어 [코미디 리벤지]까지 코미디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권해봄 피디를 만나보았다. 권해봄 피디는 tvN [화성인X파일] 조연출을 시작으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전설적 ‘모르모트’PD를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예능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0월 15일 공개된 [코미디 리벤지]는 ‘코미디 로얄’의 우승팀(이창호, 엄지윤, 조훈)을 이끌었던 코미디 대부 이경규의 진두지휘 아래 K-코미디를 대표하는 22인의 코미디언들이 웃음 배틀을 펼치는 6부작 예능 프로그램이다.
Q. <코미디 로얄>과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권해봄 감독: “[코미디 로얄]이 참가한 선수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코미디 대결을 펼치는 방식이었다면 [코미디 리벤지]는 절대자인 이경규가 전체적인 판을 벌이고, 제작진과 함께 기획까지 나섰다는 점이 다르다. 각자 마스터 없이 6개 팀의 팀원들이 자신들의 코미디 스타일로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K코미디가 확장된 것이다.”
Q. 기존의 지상파나 종편 코미디와 달리 넷플릭스 코미디의 차이가 있는지. 글로벌 시청자를 염두에 둔 기획인지.
▶권해봄 감독: “넷플릭스는 제작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분위기이다. ‘코미디 로얄’과 ‘코미디 리벤지’는 글로벌 시청자보다는 국내시청자를 만족시키는 코미디이다. 코미디라는 것이 문화적, 지역적 색채가 강한 장르라서 그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우리는 국내 시청자 우선이다. 그런 이유로 코미디에 대해 많이 설명하지 않으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코미디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TV든 유튜브든 가족이 함께 보는 경우는 드물다. MZ코드에 맞추려고 했다.”
Q. 몇몇 코너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관련하여 수위가 선을 넘는다는 지적이 있다.
▶권해봄 감독: “코미디는 선을 잘 타야한다. 그 선에 미달이면 재미가 없다. 수위과 관련해서 넷플릭스는 많이 열려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넷플릭스도 등급위 심의를 받아야하는 매체이다. 원색적 표현은 ‘15세관람가’ 안에 있다. 코미디에 따라 불편하다거나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너무 불편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잘못하면 코미디 자체가 죽어버릴 수도 있으니, 코미디 자체를 해치기보다는 불편함을 최소화 시키는 방향을 모색했다.”
Q.전편과 비교해서 [코미디 리벤지]의 반응은 어떤가.
▶권해봄 감독: “부정적인 반응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라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코미디의 대표적인 컨셉트는 누군가를 놀린다(roast)는 것이니 그 대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불편할 것이다. 그 대상이 약자가 된다거나 대상화하면 안 될 것이다."
Q. 예능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다. 특히 코미디를 파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권해봄 감독: ”다양한 예능 중에 코미디에 관심이 많았다. 코미디언에 대해서도 애정이 많았다. 꾸준히 코미디 관련기획안을 써왔고 마침 넷플릭스와 타이밍이 잘 맞았다. 난 웃음이 있는 예능을 좋아하는 편이다. ‘코미디 로얄’과 ‘코미디 리벤지’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서는 유병재와 박나래가 나온 스탠딩 코미디가 있었다. 우리 코미디는 톱텐1위도 했다. K코미디의 외연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K코미디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Q. 이경규와는 ‘찐경규’ 포함하여 세 번째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있다.
▶권해봄 감독: ”4~5년 같이 한 것 같다. 카카오TV의 [찐경규]를 통해 가까워졌다. [찐경규]는 희극인의 삶을 깊숙이 파는 프로그램이었다. 따님(이예림) 결혼식에 갔었는데 하객 대부분을 알겠더라. 프로그램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마치 제가 가족인 것처럼 하객에게 인사하고 그랬다. [로얄]과 [리벤지]하며 편해졌다.“
Q. 출연자 이진호 사건(불법도박사건)이 터졌다.
▶권해봄 감독: ”사실 제작발표회 30분 전에 그 이야기 들었다. 상황을 더 알아볼 기회도 없었다. 당시에 당황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옆에서 이경규 선배가 중심을 잘 잡아 준 것 같다. ‘이진호의 사생활이고, 그것 때문에 프로그램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다. (이후 이진호랑 연락은 했는지) “노코멘트 하겠다.”
Q. [코미디 리벤지]에서 리벤지(복수)는 누가 하는 것인가.
▶권해봄 감독: “[코미디 로얄]에서의 곽범,이선민,이재율을 기억을 많이 하겠지만 우승을 못한 문세윤 팀이나, 준우승에서 멈춘 이용진 팀, 1라운드에서 굴욕을 당한 황제성이 모두 리벤지하고 싶어 했다. 리벤지의 대상은 이경규가 아니라 이들이 모두 설욕한다는 의미이다. 모두 의지에 불타고 있었다.”
Q. 후속 시즌에 대한 생각은? 여성 참여 비중이 낮다는 의견이나 시청자의 불호 반응에 대한 보완책은 생각하는지.
▶권해봄 감독: “시즌3은 지금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여성 코미디언이 수적으로 적다. 그래도 눈에 도드라지게 활약하는 분이 많으니까. 엄지윤의 경우는 호스트로 나왔지만 다음에는 출전자로 재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연출자로서 타율이 높고, 공감을 주는 코미디를 하는 것이 기획의 1차 목표이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잣대를 잘 만들어 나가야할 것 같다. 코미디언들과 이야기를 하며 자정 작용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다.”
Q. 한국 시청자에게 코미디를 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연출자 생각은 어떤가.
▶권해봄 감독: “시청자들이 코미디언을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코미디언은 웃기는 사람이고, 얼마나 웃기는지 평가할 거야. 웃기지 않으면 실패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타율을 높여야한다. 그런 과정에서 코미디언이 위축될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봤으면 좋겠다. 따듯한 마음을, 애정으로 말이다.”
Q. ‘한 번 웃겨 봐’라는 접근법에는 ‘외모나 분장’의 코미디 영향일 수도 있다. 이번에 박나래가 보여준 ‘파묘 뱀여인’도 그런 장르일 수 있다. 연출자의 생각은?
▶권해봄 감독: “외모라면 못 생긴 걸로 웃기는 것보다 분장이나 비주얼로 웃긴다고 생각한다. 비주얼로 웃음을 주는 것은 넌버블 코미디의 핵심이다. 글로벌하게 접근할 수 있다. 코미디언은 분장에 대한 욕심이 많다. 똑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분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독특한 비주얼 분장으로 웃기려고 하는 것이다. 정교하게 잘 만들면 좋은 코미디가 된다. 그게 제일 쉽기 때문에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오지헌이 ‘나는 민이야~’하던 짤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개그콘서트 ‘꽃보다 아름다워’코너) 못생겨서 아니라 재능이 있기에 충분히 좋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Q. 코미디에서 ‘풍자’가 줄어든 이유가 있는가.
▶권해봄 감독: “6월에 촬영하여 10월에 공개된 것이다. 6월의 정치적 이슈는 너무 오래된 것이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다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코미디언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리스크가 큰 부분이니.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코미디 로얄>과 <코미디 리벤지>가 공개되고 ‘코미디언에 리스펙이 생겼다’는 반응이 있다. 저도 코미디언의 열정,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코미디언이 해온 직업이 일생의 보람이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는 권해봄 피디는 “코미디 소극장 가서 스탠딩 코미디 많이 보고 있다. 코미디언과 많이 소통하고 있고, 기존에 수십 년 해오던 콩트 말고, 다른 새로운 코미디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