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철종 연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강동원은 19세에 무과에 장원 급제한 조선제일검 조윤을 연기한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뒤, 넷플릭스 무비 [전,란]에서 어린 시절의 벗인 종려(박정민)를 무과 장원급제 시켜주는 천민의 자식 천영을 연기한다. 칼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강동원을 만나 ‘전,란’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전,란> 공개된 후 주위의 반응은?
▶강동원: “사극이면서 액션 장르라보니 생각보다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보는 모양이더라. 너무 사극으로 받아들이면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친구들이 계속 연락을 해 온다. ‘왜, 이제 봤지?’ <파친코> 프로듀서가 친한 친구인데 좋았다고 문자주더라. 다들 반응이 비슷하다. ‘너, 칼 잘 쓴다. 혹시 검도 했냐?’고 물어본다.”
Q. 칼 쓰는 연기에 대해.
▶강동원: “<군도> 준비할 때 만화책을 보며 자세에 대해 공부했었다. <형사 DUELIST>(2005) 때에는 ‘무용’에 중심을 뒀었고. <군도>에서는 진짜 칼을 잘 써야겠다고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 작품에 다 써먹었다. <형사> 때는 검(劍)을, <군도>에서는 도(刀)를 썼었고, 이번에 둘 다 이용한다.”
“액션 팀 중에서 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 칼 전문가는 없어서. 만화책이나 사진으로 본 자세를 해보고 싶어도 너무 폼만 잡을 수는 없다. 그런 선이 나오도록, 피니쉬를 만들기 위해 칼 연습을 했다. 멋있는 장면을 위해서. 진짜 칼 잘 쓰는 무사같이 연습을 했다.” (검과 도가 다른가?) “액션 팀에서 다르다고 한 것 같다. 나는 그분들이 준비한대로 했다. 액션팀에서 조선의 검으로 짰을 것이다. 정성일 형은 발도(拔刀), 칼을 칼집에서 꺼내는 기술을 많이 했다. 칼 쓰는 것도 운동이라 생각했다. 대각선으로 베는 것을 익히기 위해 거울 보고 연습을 많이 했다. <군도>때 기본기를 많이 익혔다. 상단 100번, 대각선 100번, 뒤로 찌르기 100번 식으로. <군도>와 <형사> 때 베이스를 잘 만들어놔서 편하게 했다.”
Q. 종려(박정민)와 겐신(정성일)과의 검술 신에 차이가 있다면.
▶강동원: “액션은 무술팀이랑 합을 맞췄다. 종려와 칼싸움을 펼칠 때의 감정은 어릴 때 노는 것처럼 했다. 7년 만에 만나서는 죽일 듯이 싸운다. 겐신하고 싸울 때도 놀듯이 상대를 만났다. 겐신이랑 할 때는 대본에서보다는 좀 더 듯이 했다. 즐긴다는 느낌을 더 담았다.”
Q. 박정민이 연기한 종려와의 감정은?
▶강동원: “노비인 천영이 힘든 고비를 버틸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친구이다. 그런 친구에 대한 배신감도 있다. 7년 후에는 증오가 된다. 동료를 다 죽였으니 증오만 남는다. 애정이 남아있지 않은 단계이다. 그래도 천영에게는 7년 후가 편안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을 겪고 난 뒤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Q. 극중에 그야말로 칼을 씹어 먹는 장면이 있는데.
▶강동원: “마우스피스를 물고 연기한 것이다. 칼끝에 고무를 붙이고 진짜 물었다. 물론 칼끝은 다듬었다. ‘이게 과연 되나?’ 생각했었는데 첫 테이크에 바로 완성했다. 완성본을 보니 실제 ‘요만큼’ 들어간 것이 화면에는 ‘이만큼’ 들어간 것으로 보이더라. 아프지도 않았고 안전하게 찍었다. 나도 화면 보면서 “우와~‘했다.“
Q. 대본을 읽으면서 기억나는 장면은.
▶강동원: “대본을 보면서 통역에서 어이가 없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콘티를 짜면서 통역 장면이 하나 더 들어갔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대단한 통역가이다. 리딩할 때 정말 웃겼다. 전배수 선배가 애드리브로 ‘밥은 먹었냐’하는 것도. 7년 동안 싸웠으면 이제 일본어를 좀 하겠지 통역이 필요할까 싶었다. 어느 정도는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겐신도 그렇게 오래 조선에 있었으면 한국어를 좀 해야 하지 않나. 대충은 알아들었을 텐데. 말은 못해도 욕 같은 것을 배우지 않았을까.”
Q. 박찬욱 감독은 촬영 현장에 자주 왔는가.
▶강동원: “두 번 온 것 같다. 시작할 때 와서는 그 장음과 단음을 지적하시고 가셨고, 마지막 날 회식할 때 술 드시려 오셨다. 그날이 종려가 죽는 날이었다. ‘장원급제’가 아니라 [장~원급제]라고 지적할 때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생각하시더라.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거다. 사극이다 보니 ‘부창부수’나 ‘면천’ 그런 말에 대해 의견이 있었다.”
Q.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감독이 구현할 비주얼이 예상되었나.
▶강동원: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스타일이었다. 비주얼적으로 설명을 잘 하시더라. 바로 이 사람은 비주얼리스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박정민과의 관계를 브로맨스 측면에서 보자면 어떤가.
▶강동원: “박정민 배우가 눈물을 글썽거릴 때마다 ‘이게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싶었다. 저렇게 연기하면 나는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나. ‘이건 멜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민씨가 준비를 많이 해오니 나도 그에 맞춰야했다. 종려가 너무 우니까 어디까지 받아야하나 싶었다. 분노에 차서 ‘글썽이는 데’까지만 했다.”
Q. 검술의 대가가 보기에 종려의 검술 실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강동원: “종려는 친구이자 형제 같다. 형과 동생의 관계이다. 좀 모자란 동생일 것이다. 실력은 출중한데 과거에 계속 낙방한다. 그래서 천영이 대신 나선 것이다. 종려가 실력이 모자라서 낙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질지 못해서, 때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너의 칼에는 분노가 없어’라고 말하잖은가. 너무 오냐오냐 커서 그런 모양이다.”
“둘의 마지막 대사가 원래는 ‘천영아 살아야한다. 꼭 살아야한다’였는데 ‘미안하다’로 바뀌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살아야한다’가 좋았다. 그동안 종려 이름을 한 번도 안 부르고 ‘도련님, 도련님’하다가 마지막에 ‘종려’ 이름 부르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해무 속에서 종려-천영-겐신 세 사람이 칼싸움을 펼친다. 죽어가는 종려와 천영이 마지막 대사를 나눈다. 종려가 ‘네가 아직 동무야?’라며 ‘미안하다’고 말하며 마지막 숨을 거두자 천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종려야’라고 말한다.)
Q.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 임금에 대해서는.
▶강동원: “처음 리딩할 때 선배가 준비해온 톤을 보고 놀랐다. 제가 생각했던 선조랑 다르게 준비해왔더라.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찍은 걸 못 보다가 공개되고 나서 봤는데 반응이 좋더라. 저런 연기도 잘 먹혔다. 멋있더라. 수염은 정말 뭔가 왕 같았다.”
Q. <전,란> 영화에 대해.
▶강동원: “기본적으로 액션 영화이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평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주제를 막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레이어를 쌓아놓는 것을 좋아하는데 딱 그 정도이다. 마지막 대사도 너무 좋았다. 세상을 ‘범동계’라고 하면 좋겠다는. 천영은 정여립에 대해서는 모르니까. 종려의 뜻을 이어간다고 생각했다. 종려는 자기를 평등하게 대해주었으니 그걸 나눠주고, 그 의지를 이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대동놀이할 때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돌 때 혼자 손을 들고 있는 장면이 있다. 옛날 과거 시험 볼 때 칼 두 개 찬 아이가 있다. 하늘의 종려와 지금의 천영이다.”
Q.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은
▶강동원: “그런 갈증은 없다.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했던 것 또 하면 지루하니 피하게 된다. 코미디 연기를 한 지가 오래되어 코미디 하고 싶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로맨스?) “재밌겠지만 실제 현실에 일어나는 일은 흥미를 별로 못 느낀다. 시놉(시스) 쓸 때에도 현실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판타지 멜로는 재밌겠다.”
Q.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강동원: “회원 가입이 그렇게 되는 걸 처음 알았다. 그들이 봤을 때 이유가 타당하고 추천서만 있으면 되는 모양이다. 추천서가 중요하다. 회비도 냈다. 달러로. 어플을 받았는데 회원 계정으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더라.”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무비 <전,란>은 지난 11일 공개되어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