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시의 한적한 시골. 굽이굽이 외길을 따라 마을에서도 한참 더 걸어 올라가다 보면 골짜기 사이 야생화가 가득한 정원을 거느린 소담한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인지 박물관인지 어쩌다 지나는 사람들도 착각하고 불쑥 들어오곤 한단다. 주말 세컨하우스로 이 집을 사용하고 있다는 김대식, 김경은 씨 부부는 어떻게 이 산골에 한옥을 짓게 되었을까?
아파트 베란다를 작은 정원처럼 꾸며놓을 정도로 식물을 좋아하는 아내 경은 씨는 나만의 정원을 갖고 싶은 꿈이 생겼고, 남편 대식 씨에게 컨테이너 하나 놓고 지내도 좋으니, 주말에 꽃을 심고 가꿀 수 있는 땅을 사자고 제안했다. 막상 땅을 사고 보니 대식 씨는 컨테이너에서 번듯한 ‘집’으로 포부가 커졌고 어쩌다 보니 시골 농막 수준을 뛰어넘어 무려 한옥을 손수 짓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옥 학교에 다닌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목공을 배운 적도 없는 대식 씨의 집짓기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대식 씨의 집 짓기 스승님은 바로 너튜브다. 국내는 물론 해외 자료까지 100편 이상, 그것도 수백번 보고 또 본 것은 물론, 건축박람회마다 찾아다니며 손쉽게 지을 수 있는 자재를 연구하기까지...남자가 칼을 뽑아 들었으면 고구마라도 잘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아내에게 집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십 평생 다시 없을 정도로 뼈를 갈아 넣는 열정을 바쳐 4년 만에 예쁜 한옥 한 채를 완성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한 무식해서 용감했던 집 짓기! 못질도 못 하던 남편 왕초보 대식 씨가 ‘어쩌다 고수’가 되기까지, 지난 4년간의 우여곡절과 고수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을 탐구해 본다.
● 20년 된 구옥의 환골탈태, 고수 부부의 빈티지 하우스
두 번째 고수를 찾아간 곳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오래된 전원주택 단지. 아무리 찾아봐도 특별한 집은 없을 것 같은데...? 마을을 둘러보다 넝쿨식물이 우아하게 기둥을 타고 올라간 목조 주차장이 있는 집을 발견한다. 곳곳에 빈티지한 감성을 뿜어내고 있는 이 집은 2년 전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이 집을 사서 전부 손수 뜯어고쳤다는 유송열, 성희 씨 부부의 합작품이다.
부부는 왜 빈티지로 리모델링했을까? 깔끔하고 모던한 백화점 취향이었던 성희 씨는 연애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청계천이나 황학동 시장에 데리고 다니던 남편 덕에 차츰 빈티지, 레트로 감성에 빠져들게 되었단다. 남편 송열 씨는 부모님이 고물상을 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낡은 것, 오래된 물건이 주는 감성을 사랑했고 지금도 거실엔 고등학생 때부터 모아왔던 엔틱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 남편의 취향 덕에 빈티지에 스며든 아내. 집안 곳곳에 아내의 아이디어와 남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단다.
둘 다 조각을 전공한 미대 출신 부부. 그래선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고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것에 두려움이 없지만 건축 전문가는 아니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감은 어설프고 자잘한 실수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빈티지라서 티가 잘 안 나고 마음도 너그러워진단다.
무엇보다 목수도 아닌 남편을 고수의 반열에 오르게 한 건 아내 성희 씨의 남편을 향한 무한 칭찬과 신뢰. 남편 송열 씨는 아내의 과감한 아이디어와 한결같은 지지를 연장 삼아 오늘도 어디를 또 고쳐볼까 궁리한다고. 아이디어 뱅크 아내와 만능 금손 남편의 합작품인 빈티지 하우스를 만나보러 간다.
[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