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길과 우뚝 선 화왕산이 감싸고 있는 경상남도 창녕. 최근 창녕군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만큼 지켜야 할 대한민국 생태계의 보고다. <동네 한 바퀴> 290번째 여정에서는 창녕에서 나고 자란 것을 사랑해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삶의 궤적을 따라 걸어본다.
새벽 물안개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우포늪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 습지다. 800여 종의 식물, 209여 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등 1,200여 종의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1998년 람사르 국제협약 습지로 등록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억 4천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태고의 신비로움을 오롯이 간직한 우포늪. 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지키기 위해 매일 같이 고군분투하는 환경 지킴이 주영학(77) 씨를 만났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우포늪을 묵묵히 지켜 온 주영학 씨의 이야기와 함께 우포늪의 정취에 흠뻑 취해본다.
동네 한 바퀴
▶ 여전히 뜨거운 추억, 부곡 온천의 산증인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1980년대, 신혼부부와 학생들에게 주목받았던 곳, 바로 전국 최고 온도인 78도의 온천수가 흐르는 부곡이다. ‘이번 휴가 때 하와이 다녀왔어~’ 라는 유행어를 만들 만큼 서민들의 대표 휴양지였던 부곡하와이는 38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뜨거운 온천수는 여전히 땅 아래 흐르며 온천 동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을 걸으며 추억 여행하던 동네지기가 만난 이는 다름 아닌 김순조(88) 어르신. 60년 세월, 부곡면에서 오가는 이들에게 땅콩을 내어주며 청춘을 바쳤고, 자식을 키워낸 부곡의 산증인이다. 한창때는 부곡에 드나드는 관광버스를 전부 꿰고 있을 만큼 바삐 살았다는 그. 지금도 이곳의 물이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며 함박웃음 짓는 어르신의 얼굴이 아름답다. 온천수만큼 뜨겁고, 치열했던 그의 삶에 귀 기울여 본다.
동네 한 바퀴
▶ 지금은~ 송이시대! 가을 첫 화왕산 송이버섯을 만나다
높아진 가을 하늘 가까이 올라간 동네지기. 화왕산 인근의 작은 마을을 걷다 빨간 단풍색으로 대문을 칠하던 안종진(78) 씨와 만났다. 직접 만들었다는 대문에 놀라기도 잠시, 이끌려 들어간 집 곳곳에 그의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진정할 틈도 없이 이왕 온 김에 식사도 하고 가라는 아내 김진수(76) 씨의 인심에 두 번 놀란다. 예부터 가을이면 직접 캔 송이로 음식을 해 먹었다는 노단이마을 사람들. 그중 송이 닭국은 창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기나긴 폭염과 가뭄을 뚫고 빼꼼히 고개 내민 가을 첫 송이를 맛본다.
화왕산과 낙동강이 어우러지는 동네. 이토록 너그러운 자연의 품 안에서, 그보다 더 마음씨 다정하고 인정 넓은 사람들의 안녕한 이야기는 10월 12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90화 오늘도 안녕하다 – 경상남도 창녕군] 편에서 공개된다.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