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시내에서 한참 들어가야 하는 백운산 자락의 시골 마을에 2년 전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조화로운 집 두 채가 한날한시에 지어졌다. 두 집 사이에는 담장도 보이지 않는다. A/S가 평생 가능한 집의 건축주인 남편 이주혁 씨와 아내 구하림 씨는 어떻게 이 집을 짓게 되었을까?
전원생활이 처음인 젊은 건축주 부부는 집을 짓고 싶어 알아보던 중, 견적서부터 내미는 여느 시공사와는 달리 10~20년 전에 지었던 집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시공사 대표를 만났다. 자녀들을 독립시킨 후 아내와 노후를 보낼 집을 짓기 위해 제법 큰 땅을 샀던 대표님은 이들 부부에게 ‘내 땅을 반 사서 집을 짓겠느냐’고 제안했고, 서로의 믿음을 주춧돌 삼아 담장도 없이 나란히 집을 짓게 되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아치’다. 지붕에는 마치 유럽의 성당에 볼 수 있을 법한 유려한 역아치가 눈에 띄고, 현관, 신발장, 중문, 안방, 아이 책장 등 집안 곳곳에 아치를 배치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직선이 아닌 곡선의 공간 구성으로 어린 자녀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신경 쓴 설계란다. 거실은 ‘별마당 도서관’을 모티브 삼아 만든 복층 구조의 홈 도서관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사다리 대신 계단을 설치하고 일곱 살 터울의 남매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을 구분해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워낙 튼튼하게 지어 아직 하자가 생길 일은 없지만 옆집에 시공사 대표님이 사신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는 젊은 부부와, 전원주택 살이의 노하우와 삶의 지혜까지도 전수해 주신다는 이웃집 형님같은 시공사 대표. 우연이 평생 인연이 된 두 이웃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 사방이 악조건인 처갓집 땅에 건축가 사위가 지은 집
경기도 용인특례시, 서쪽엔 고가도로, 북쪽과 남쪽에는 타운하우스 단지와 고층 아파트, 남쪽으로는 창고. 주택지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이곳에 밤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한눈에 띄는 하얀 집 한 채가 있다. 건축가인 남편 장병철 씨와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성나경 씨가 이런 악조건인 땅에 집을 짓게 된 이유는 평생 A/S가 가능해서라고 한다.
사실 이 땅은 아내 나경 씨의 부모님이 한평생 소를 키우던 축사가 있던 자리다. 나경 씨는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한 이곳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부모님 곁에 살고 싶었다. 부모님이 떼어주신 땅이지만 동서남북 사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입지에 집을 짓느라 남편 병철 씨는 건축가로서 열정을 불태웠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외부는 창을 최소화하고 내부는 상상 이상의 개방감을 가진 반전 매력의 집을 완성했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거실이다. 벽 대신 양쪽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전부 열면 실내 공간이 순식간에 거대한 실외 공간으로 변신한다.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전통 한옥의 창호지 역할을 하는 안개 유리를 써서 시선은 차단하되 빛은 투과시켜 답답하지 않게 만들었다.
거실과 한 공간처럼 연결된 안마당은 그대로 부모님댁 마당과도 시선이 연결된다. 이 터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신 부모님은 지금도 맞벌이 딸 부부를 위해 온갖 A/S를 아낌없이 제공하신다.
땅 주인이자 부모님께 평~생 A/S 받을 수 있는 집을 함께 탐구해본다.
[사진=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