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영화 <새벽의 모든>(원제:夜明けのすべて)이 지난 18일 개봉되었다. '새벽의 모든'은 PMS(월경 전 증후군)를 앓는 젊은 여성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 분)와 공황장애를 가진 남성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가 자그마한 회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담아주는 이야기이다. 영화 개봉에 맞춰 서울을 찾은 미야케 쇼(三宅唱)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984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난 미야케 쇼 감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18),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2) 등의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일본의 신예 감독이다.
Q. 전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18)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2)은 주인공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느낌인데 이번엔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이 감독의 태도나 시선에 변화가 있었는지.
▶미야케 쇼 감독: “<너의 새는.>에 나오는 인물은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 둘이 처음 만나는 관계이기도 할뿐더러 서로 좋은 인상을 갖고 시작된 것은 아니다. 내 나이가 되니 이제 이런 관계성의 이야기에도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Q. 그럴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미야케 쇼 감독: “<너의 새는.> 작품 만들 때까지는 등장인물이 나와 나이나 성격이 비슷한 인물이 나온다. 전작 <너의 눈은..>에서는 성별도 다르고, 나이 차도 많았다. 게다가 청각장애까지 있는 여주인공이었다. 이걸 찍으면서 저와 전혀 다른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성장한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PMS’와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이 나온다. 당사자가 아니지만 저와 먼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20대 때에는 그런 존재에 대해서는 불안해 한다거나 접근을 할 수 없었다.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Q. 원작소설에 끌린 지점은 무엇인가.
▶미야케 쇼 감독: “원작소설에서 끌린 이유는 두 사림이 열애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는 남녀가 서로 만나 행복을 찾는 작품이 많은데, 저는 새롭게 보고 싶었다. 현실세계에서는 이성끼리 연애하지 않고도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애감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커플처럼 보이지 않도록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여자는 PMS를, 남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이런 증세를 일반적으로 보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미야케 쇼 감독: “그런 증세에서 얻게 되는 고통은 두 가지일 것이다. 우선은 신체적 고통이다.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다. 증상이 발현될 때 의학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 주변에서 사회적으로 서포트해야 해결이 된다. 이런 문제를 보담아 준다면 신체적 고통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는다. 여러 이유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담는다면 보편적인 테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세오 마이코(瀬尾まいこ)의 원작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야케 쇼 감독: “원작자가 개성적인 캐릭터를 그려주었기에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가 만들 수 있었다. 다른 점은 ‘쿠리타과학’에 관한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금속 도매업체 인데 영화에서는 현미경이나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같은 아동 과학기자재를 만드는 회사로 바꿨다.”
Q. 작품에는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플라네타리움이 등장한다. 이런 설정을 넣은 이유는?
▶미야케 쇼 감독: “제목과 관련하여 소설에는 그런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새벽’도, ‘모든’도 어려운 제목이었다. 제목을 생각하다 플라네타리움을 생각해다. 어릴 때 플라네타리움에 들어가 봤었는데 그곳에서 별을 보고, 나온 뒤 깨끗하게 동화된 느낌을 받았다. 제목이랑 잘 매칭된다고 생각해서 플라네타리움을 등장시켰다.”
Q. 소설 속 두 인물과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대한 생각은.
▶미야케 쇼 감독: “영화의 출발점은 캐릭터에 끌려서이다. 그렇다고 PMS나 공황장애 때문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다. 작품에서는 자기의 생각을 바꾸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렇게 할까?’.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이걸,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들의 행동이 항상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위해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은 연기하는 배우가 훌륭해서일 것이다. 이들은 일본에서는 스타들이다. 실제 만나보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뉴스도 보고, 장도 보고 그런다. 우리와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이 지구에 같이 산다는 느낌이 든다. 두 배우의 연기가 즐거웠다. 나라가 달라도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Q. 두 사람은 연애감정에 빠지지 않고, 적절한 거리감을 둔다. 세상은 차가운데 이야기는 판타지 같은 면이 있다. 희망을 주려는 것인가.
▶미야케 쇼 감독: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차갑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쿠리타과학 같은 회사는 없다. 일본에서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는 그런 좋은 장소는 구성원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리석고 게으른 면이 있다.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 회사에 누가 딴 마음 먹으면 좋은 공기가 깨질 것이다.”
Q. ’새벽의 모든‘(夜明けのすべて)이라는 제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지. ’고통스러운 밤을 지난 뒤에 맞이하게 되는 새벽의 기쁨‘ 같은 상황을 말하는 것인가? 제목과 관련하여 원작자와 이야기를 나눈 게 있는지.
▶미야케 쇼 감독: “촬영할 때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끝나고 나서 이야기 나누다가 서로 의견이 일치한 것이 있다. 한국에 이런 표현이 있는지 모르겠다. 슬로건처럼 말하는 것 중에 ’끝나지 않는 밤은 없다‘든지 ’새벽은 희망이다‘같은 것. 우리 두 사람이 의견을 같이 한 것은 ’정말 괴로운 사람에게는 이런 말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아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 내가 암흑에 있는데 말이다. ’새벽의 모든‘에서 희망을 느끼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야근이 끝나고 집에 가서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인간의 감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태양은 뜨고 지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든‘에는 그런 ’모든 것‘의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제목 뒤에 뭔가 생략되거나 함축된 것은 아니다. 그냥 모든 것에는 이런 모든 것이 포함된 것이다.”
“제목과 관련하여 첨언하자면, 오히려 이런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안이하게, 얄팍하게 희망을 주기보다는 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침울한 상태의 사람들에게 내일부터는 힘을 내보자라는 밝은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일은 일어날 수 있는 포지티브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Q. ’마츠무라 호쿠토‘와 ’카미시라이시 모네‘ 배우에 대해.
▶미야케 쇼 감독: “’PMS’나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것을 연기를 통해 고통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형식적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하다며 박수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현실과 괴리된 것이다. 정말 고통스러운 사람은 그것을 감추려고 한다. 주변사람에게 감추려고 하는 게 진짜 리얼한 것이다. 배우가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도 일이지만 속으로 삼키는 것 역시 연기이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 리얼함을 살려낸 것 같다.“
Q. 야마조에는 남고, 후지사와는 떠난다. 치유가 되었는지.
▶미야케 쇼 감독: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했다면 이 영화는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쪽은 떠나고 한 쪽은 남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제 3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어느 게 맞는지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본인의 삶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믿고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양쪽 다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Q. 두 사람 사이에 로맨스 케미가 충분한 것도 같은데 감독은 ‘연애감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야마조에의 좁은 방에 같이 있으면서 각자 책을 보고, 과자를 먹는 장면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하는지. 전형적인 로맨스물과는 다르다. 특히 여자가 과자를 입으로 다 털어먹는 것을 보여준다.
▶미야케 쇼 감독: “재밌는 질문이다. 우선,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방에서 지내는 장면이 더 많다. ‘너는 내 타입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면 로맨스를 의식하는 것 같아서 아예 그 대사를 들어냈다. 포테이토칩(과자) 먹는 부분도 원작에 없다. 일본 감성으로 보아도 이성간에 그렇게 과자를 털어먹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커플마다 양상이 다를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봐서 말이다. 저런 행동을 하면 ‘관심 없다’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자가 어디서 과자를 먹느냐는 것이다. 부엌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그렇게 먹는다면 궁금해서 쳐다볼 것이다. 그러면 쑥스러울 것이고, 연애감정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한다면? 남자 입장에서는 굳이 쳐다볼 필요도 없다. 관심 없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런 이야기에 공감했었다.”
Q. 미야케 쇼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1978년 생<드라이브 마이 카>,<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나 후카다 코지(1980년생 <러브 라이프>) 감독 등과 함께 일본영화의 새로운 세대, ‘뉴 제너레이션’으로 불린다.
▶미야케 쇼 감독: “그렇게 묶이는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앞선 세대와 다른 점은 있다. 개인적으로 친하기는 하지만 우리끼리 ‘같은 세대로 열심히 해보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 영화를 보고 있으면서도 접근법이 다르다. 배우들의 연기 방식도 다르고, 표현의 차이도 있다. 그래서 다양성이 더 있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비슷한 영화를 찍는다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세대교체’에 대해서 말하자면 분명 뒤를 이를 세대가 나올 것이니 저는 저의 나이에 맞는 영화를 찍을 것이다. 40대에, 50대에 맞는 나의 영화를 찍으면서 제 안의 세대의식을 의식하며 나아갈 것이다.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츠이시 켄, 시부카와 키요히코 등이 출연하는 미야케 쇼(三宅唱) 감독의 <새벽이 모든>은 지난 18일 개봉되었다.
[사진=미디어캐슬]